검찰, '성매매 피해' 외국여성 오히려 '성매매 범죄자'로 낙인


'강요에 의한 성매매' 불구 기소유예…헌재 "수사미진으로 평등권 등 침해"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10-11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고 성매매 피해자인 외국 여성을 오히려 '성매매 범죄자'로 낙인 찍은 검찰 처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태국 여성 A씨가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라"며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인용결정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성매매 피해 외국인 여성을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피해 여성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 것으로, 해당 기소유예처분을 취소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그래픽/뉴스토마토
 
A씨는 태국 현지에서 한국으로 건너가 일자리를 구하려고 알아보던 중 먼저 한국에 들어와 있는 태국 국적 여성 B씨의 지인으로부터 '한국에서 마사지를 하면서 성매매를 하는 일이 있는데 성매매는 원치 않으면 안 해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 2018년 6월15일 아침 태국인 친구 2명과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B씨에게 소개비 20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A씨는 성매매는 거부하고 마사지 일만 할 요량이었다.
 
A씨는 인천공항 도착 직후 B씨와 그의 남자친구의 안내로 광주에 도착해 한 마사지샵에 도착했는데, 성매매를 해야 한다는 마사지샵 업주 박모씨의 얘기를 듣고 이를 거부하면서 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같은 자리에 있던 B씨는 '내게 줘야 하는 택(소개비)이 있는데 (성매매를)안 하면 어떻게 주려고 하느냐'고 압박했고, A씨는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동의했다.
 
A씨는 한국에 도착한지 약 15시간만에 성매매에 내몰린 A씨는 몸이 아파 성매매를 할 수 없다고 박씨에게 말했지만, '여기 4명이 있는데 너만 뺄 수 없다. 너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박씨 말에 총 4회에 걸쳐 성매매를 했다. 성매매 알선비 9만원은 박씨 몫이었고, A씨는 화대 조치 받지 못했다.
 
다음날 오후 A씨는 태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방콕행 항공권을 구한 뒤 박씨에게 일을 그만두고 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B씨와 B씨의 남자친 구가 A씨를 전남 광양에 있는 원룸으로 끌고가 13시간 가량 감금한 뒤 '돈을 갚지 않으면 다른 곳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다급해진 A씨는 휴대전화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휴대전화로 도움을 요청했고, 신고를 받고 원룸으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B씨가 체포되면서 사건이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광주지청 순천지검 검사는 박씨와 함께 A씨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성매매알선 등)로 입건해 조사한 뒤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 처분은 범인의 사정과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사정을 고려해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는 형사소송법 처분이다. 다시 말해 죄가 인정되지만 정도가 경미하다고 보고 검사가 재량으로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범죄자가 된 A씨는 결국 검사를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A씨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곤란하고 한국 내 사회적 지지기반도 없으며 한국 법제도에 대한 이해 및 접근성이 낮은 외국인 여성으로, 일반적인 대한민국 여성과는 피해를 인식하는 수준과 그에 대한 대응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성매매는 하지 않고 마사지만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입국했는데, 입국 후 곧장 알선자 등과 함께 장시간 이동해 외부와 분리된 낯선 장소에 이르렀고, 그곳에서 청구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유일한 사람인 알선자로부터 성매매를 요구받았으므로,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여기에 성매매업주 및 알선자, 그의 남자친구 등과의 사이에 '청구인이 감금, 협박, 강요에 의한 인신매매의 피해자임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한 점을 보태어보면,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성매매에 이르렀다는 A씨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면서 "성매매에 이르는 과정에 알선자 등의 직접적인 협박이나 청구인의 적극적인 거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A씨가 성매매 여부를 그 자유의사로 선택했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발혔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검사가 이에 관한 추가 수사 없이 A씨에게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기소유예로 처분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 및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해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음이 인정된다"며 "검사의 A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