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현대차 중고차사업 진출에 현대글로비스 ‘활짝’


새 사업으로 덩치 키워 현대모비스와 합병 재추진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10-12 오후 1: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현대차(005380)가 중고차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기존 영세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나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현대기아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해석, 투자자들도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다. 
 
12일 오전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주식시장이 열린지 2분 만에 7.21% 뛴 16만3500원까지 오르는 등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지난주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막혀 있었지만 지난해 지정기한이 해제돼 법적 구속력은 사라진 상태다. 
 
이번 발표로 중고차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주로 영세업체들이 하던 중고차 매매업에 대기업 그것도 절대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는 완성차 업체가 참여하겠다고 했으니 매출 감소를 넘어 생존을 위협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지적하는 의견이 있는가하면, 그동안 중고차 허위매물 등으로 골탕을 먹은 소비자들이 많아 현대차의 참여로 시장질서가 바로잡힐 것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당사자들의 의견과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새로운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그보다 중고차 사업을 매개로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관심이 더 모인다.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에 참여할 경우 이 사업은 현대글로비스가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현대차그룹을 장악하려면 주력 기업인 현대차를 지배해야 한다. 현재 현대차의 대주주는 21.43% 지분을 보유한 현대모비스(012330)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5.33%, 2.62%에 그친다. 언젠가는 정의선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겠지만 이것으로는 모자라기도 하고 또 증여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세금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모비스의 대주주는 17.28%를 가진 기아차와 7.13%의 정몽구 회장이며, 기아차의 최대주주는 33.88%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다. 즉 아직까지 순환출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구조를 깨면서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을 지배하게 만들기 위해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정 부회장이 23.29% 지분으로 실질 지배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2년 전 이른 봄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합병을 시도했다가 철회한 이력이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합병법인의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현대글로비스의 몸값을 높이고 현대모비스는 낮춰서 합병비율을 산정했다가 역풍을 맞은 탓이다. 
 
당시 현대모비스에서 A/S부품과 모듈 사업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2.92 대 1 비율로 합병하려 했으나 현대모비스 사업을 너무 낮게 평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논란을 잠재우려면 실제로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현대글로비스는 운송업이 주력인지라 차가 많이 팔리지 않는 이상 실적을 높이기 어렵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사업에 진출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 40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는 현대차가 이를 바탕으로 중고차 사업을 벌일 경우 단숨에 상당 부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의 몸값도 그에 따라 단기간에 높아질 것이고 그렇다면 현대모비스 사업부를 분할해 이와 합병을 추진할 경우 정의선 부회장의 합병법인 지분율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기대감에 이날 장 시작과 함께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반응한 것이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사업을 한다면 각종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현대모비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과정에서 홀대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 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으로 내수판매가 좋고 해외공장 가동률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 현대글로비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황이 조금씩 나아지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관련 호재가 나온 것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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