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에 업계 강력 반발…소비자들은 환영


중고차 시장 27조원 규모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10-12 오후 2:57:55

[뉴스토마토 정등용·박한나 기자] 현대차(005380)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중고차 판매 업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현대차는 소비자 권익 증진을 명분으로 중고차 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관련 업계 종사자 1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27조원 규모 중고차 시장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고차 시장 규모는 27조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중고차 시장 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왔지만 지난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됐다. 이로 인해 SK그룹은 SK엔카를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한이 만료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진출을 막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동반위는 이에 대해 부적합 의견을 내렸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가능성이 다시 생긴 것이다.
 
“대기업 진출로 거래 투명성 높여야”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김 전무는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70∼80%는 거래 관행이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다수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이 그동안 침수차의 정상 중고차 탈바꿈, 고질적인 허위·미끼 매물 유인으로 피해를 겪은 만큼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중고차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다. 
 
한 소비자(남·38)는 “완성차업체의 최소한의 성능·상태 점검으로 품질이 보장된 중고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이라며 “또 BMW 등 유명 수입차가 이미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서 영업을 하고 있는 점과 현대차의 등장으로 허위 매물 등 부정영업을 일삼는 국내 중고차 시장을 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이 같은 판단은 중고차 가격 책정이 중고차의 성능과 상태보다는 판매자 주관에 의존해 ‘믿을 수 없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의 중고차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의 유형 분석에 따르면, 성능·점검 기록 조작 등 성능·상태 점검 관련 피해가 79.7%로 가장 많았다. 
 
“10만명 일자리 사라진다”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중고차 매매 단지에 있는 광택, 세차, 탁송, 진단, 정비 등 업종 종사자 1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 장한평의 중고차 매매단지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익 없이 상생을 목적으로 들어오겠다는데 그 말을 누가 믿겠냐”면서 “결국엔 골목상권 침해고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영세 사업자만 다 죽는 꼴”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대차가 출고된지 5년 이내의 중고차만 판매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결국 핵심만 빼먹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고차 매매업계 관계자는 “마치 기존 사업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일부 영역만 하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돈이 되는 것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대로 출고된지 6년 이상된 중고차만 팔라고 하면 현대차가 받아 들이겠느냐”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허위·미끼 매물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선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지나친 일반화를 경계하기도 했다. 중고차 매매단지 관계자는 “일반 단지에는 허위·미끼 매물이 잘 없다. 만약 있다면 시장을 어지럽힐 수 있기 때문에 바로 퇴출된다”면서 “부천과 인천 일부 지역에서 전문적으로 허위·미끼 매물이 올라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장단점이 있지만, 허위·미끼 매물 차단이 이유라면 대기업 진출이 아닌 정부의 단속 강화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중고차 허위 매물을 검찰에 고발하자 90%가 사라졌다”면서 “국토교통부의 의지만 있으면 허위 매물을 없애는 데 대기업까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현대차에 추가 상생 방안을 제출하라고 한 상태다.
 
장한평 중고차 매매시장의 모습. 사진/정등용 기자
 
정등용·박한나 기자 dyzpower@etomato.com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