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리도 없이’ 속 유아인의 세상은 이랬다


“정말 묘한 시나리오. 전형적 다크한 느낌 있지만 뭔가 더 있었다”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10-16 오전 12:00:0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유아인이 출연한 영화다. 그럼 혹시 또 어려운 영화일까. 영화 소리도 없이는 결코 쉬운 얘기는 아니다. 영화 전체에 은유와 함축 그리고 생략과 아이러니가 넘쳐 난다. 러닝타임 전체가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 그리고 감독이 바라보는 현실의 직시를 풍자와 묘사로 바라본다. 진짜 아이러니한 점은 유아인이 이런 세계와 정말 잘 맞아 떨어진단 점을 우린 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단 얘기다. 정말 아이러니한 점은, 유아인은 지극히 상업적인 영화로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던 점이고. 그가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은 때론 냉소, 때론 사이다 발언으로 일관해 왔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게 바로 이 영화 소리도 없이가 얘기하고픈 주제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영화 속 태인이란 인물은 유아인 외에는 달리 차선책이 없는 그를 위한 배역이라고 주장해도 이견을 제시하기 힘든 것이 아닐까 싶다. 특유의 냉소와 반대로 따가울 정도의 직시를 자랑하는 유아인의 시선을 사로 잡은 이 영화는 그래서 심상치 않은 작품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유아인의 시선이 지금 소리도 없이를 바라보고 있다.
 
배우 유아인. 사진/UAA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만난 유아인이다. ‘소리도 없이는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진 세상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전제는 끔찍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우선 이 영화는 전혀 잔인하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기도 하다. ‘그렇지 못한 것그럴 수도 있다란 시각이 된다. 이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은 그렇게 존재한다. ‘그러면 안 된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라고. 유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영화가 끔찍하게 다가오는 것도 수긍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가능하게 하는 현실이 더 끔찍하고 대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현실을 따라가기엔 심지어 우리 영화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영화로 돌아가서 말씀 드리면 시나리오가 정말 묘했어요. 전형적인 다크한 느낌이 아니라 뭔가 하나 더 있는 게 보였어요. 상황과 톤의 묘한 대비. 그걸 만들어 내는 독특한 감각을 느끼고 싶었죠.”
 
그가 연기한 태인이란 인물은 독특하다. 유아인 조차 자신의 연기 인생 중에서 가장 독특하게 이상한 인물이라고 할 정도였다. 우선 말을 안 한다. 못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악인이다. 사실 유아인은 태인을 악인이라고 불러야 할지 의문이라고 한다. 그의 말에 완벽한 동의를 할 수는 없지만 또 반대로 완벽하게 부인할 수도 없었다. 이 영화가 이런 점을 말하고 있었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체를 처리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설정만으로도 굉장히 강한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데 그러지도 않았고. 또 범죄자 범죄자의 하수인이라고 하는 사람들. 그럼 정말 뭔가 강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이 모든 것을 아주 극대화 시키고 드라마틱하게 만들 수 있는데 정 반대의 화법으로 나가잖아요. 심지어 코믹스럽기까지 해요. 뭔가 다른 시선을 주는 거죠.”
 
자신이 연기한 태인과 유재명이 연기한 창복이 사는 세상을 그는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런 세상으로 그려졌기에 그렇다고 말한 것뿐이다. 그 안에서 유아인은 태인을 살려내야 했다. 말이 없으니 표현을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말을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웃는다. 사실 알 필요도 없었다고. 그는 태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에만 집중했다.
 
“(웃음) 우선 시나리오를 보면 태인의 대사에는 모두 ‘….’만 있어요. 하하하. 그래서 어려웠냐고요. 전 오히려 굉장히 자유로웠어요. 시나리오 자체만 봐도 문학적 완결성이 아주 높아 보였죠. 그리고 사실 시나리오가 저한텐 무슨 도전장 같은 느낌이었어요. 영화는 빛과 소리를 다루는 결과물인데, 이 영화는 그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완벽하게 지워버렸잖아요. 이건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싶었어요. 근데 반대로 감독의 의지가 너무 강하게 느껴졌죠.”
 
배우 유아인. 사진/UAA
 
대사가 없다 보니 당연히 몸으로만 표현해야 했다. 나중에는 사실 약간의 강박적인 느낌까지 왔었다고. ‘이 정도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싶었을 정도였단다. 표정과 몸짓으로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을 넘어서 극도로 소리를 줄이는 모습을 유지했다. 나중에는 연출을 맡은 홍의정 감독이 어느 정도 소리를 내 달라는 주문까지 했었다고.
 
태인은 아마도 표현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친구가 아닐까 싶어요. 창복의 대사에서 말을 안 하는 이유가 약간 드러나 있지만 사실 그게 이유는 아닌 것 같아요. 말을 안 하기로 선택을 한 거죠. 창복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도 가능하고(웃음). 촬영 동안 너무 소리를 안 내다 보니 저도 좀 답답하더라고요. 어떤 장면에선 내가 소리를 냈나싶기도 하고. 감독님도 약간의 소리는 내 달라고 하셔서 후반작업에서 추가한 소리들도 있어요.”
 
유아인은 말이 없는 태인을 연기하면서 자유로운 느낌과 함께 강박적인 감정까지 동시에 느꼈다. 그런 가운데 두 명의 아역 배우와 함께 했다. 충무로 상업 영화 시장에서 불문율로 여기는 아역 배우와의 작업은 힘들다를 두 배로 느낀 것이다. 특히나 영화 속 주된 스토리의 정서를 끌고 가는 초희역의 문승아는 이번 영화가 첫 장편 상업 영화 데뷔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실 전 너무 어린 아역 배우들의 연기를 좋아하진 않아요. 그들의 존재나 연기가 싫다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아이들을 꼭 서커스 곡예에 밀어 넣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두 아역 배우는 너무 극 자체에 잘 녹아 든 거 같아요. 머뭇거리는 순간과 기교가 필요한 순간에도 너무 적절하게요. 제가 아빠 역할도 해봤지만 이번처럼 아역 배우들과 오래 작업한 건 처음인 거 같아요. 기분 좋은 경험이었어요.”
 
소리도 없이속 유아인이 연기한 태인은 거대한 몸집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원래 시나리오에선 설정 자체가 달랐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자신이 출연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속 종수에 가깝다고. 그래서 탈피하고 싶었고, 벗어나고 싶었단다. 우리가 말하는 도전일 수도 있고, 전형적인 유아인의 모습과 예상을 벗어나고 싶었다고. 그게 영화 전체와 맞물리면서 독특하게 색다른 색깔이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럽단다.
 
배우 유아인. 사진/UAA
 
“‘태인은 이 세상의 마이너적인 감정을 모두 끌어 모은 인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반대로 유아인이라면 생각이 드는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었죠. 이미지적으로 전 만족해요. 영화도 뭔가 노골적으로 고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지도 않잖아요. 무슨 도 안해요. 그냥 영화를 보신 관객 분들이 뭔가를 스스로 가져가실 수 있게 판을 깔기만 하잖아요. 그런 시선과 자세, 그게 너무 마음에 들어요. 관객 분들도 그걸 느껴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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