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삼토반’ 이솜 “이 세상 모든 ‘유나’ 파이팅!!!”


“이종필 감독님, 날 생각하며 ‘유나’썼던 말에 감동 그리고 공감”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10-23 오전 12:00: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마도 배우 이솜을 기억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작품은 2014년 지금의 소속사 대표인 정우성과 함께 한 영화 마담 뺑덕이었을 것이다. 워낙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을 연기했기에 그때의 강렬함은 대중들에게 이솜이란 이름 두 글자를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이후의 필모그래피는 장르와 연기의 색깔을 구분하지 않고 경계를 넘나 들며 모델 출신 배우란 선입견을 불식시켜 나갔다. 그런데 사실 이솜은 마담 뺑덕이전에도 여러 유명한 영화에서 크고 작은 배역으로 연기를 해온 바 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출연 결정도 과거 한 작품이 인연이 됐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이 배우로 연기를 하던 시절로 거슬로 올라간다. 2011년 송강호-신세경 주연의 푸른 소금에서 이솜은 신세경의 친구, 그리고 이종필 감독은 아주 작은 단역으로 출연한 인연이 있다. 이 감독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제작발표회에서 푸른소금촬영 당시 이솜에게 매료된 에피소드를 전한 바 있다. 그리고 9년 뒤 두 사람은 카메라를 두고 앞과 뒤를 책임지는 큰 사람이 됐다.
 
배우 이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처음부터 사실 좀 도발적인질문을 던져봤다. 이미 푸른소금을 통해 이종필 감독과의 인연이 있었다고 서로가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번 영화가 이종필 감독의 복귀작이란 점도 배우로서 분명 우려가 됐을 법도 했다. 이 감독은 전작인 도리화가로 쓰디쓴 참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대중들에겐 사실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속 형사로 더 또렷하게 기억이 남아 있는 이 감독이다.
 
하하하. 맞아요. 무슨 말씀인지 알아요(웃음). 근데 뭐 제가 작품을 고를 만한 위치의 배우도 아니고, 감독님의 전작을 고려할 만한 인지도의 배우도 아니잖아요. 감독님 전작인 도리화가는 이 작품 캐스팅 확정 이후 봤어요(웃음). 이번 영화에서 제가 연기한 유나를 감독님은 절 생각하시면서 쓰셨다고 하셔서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는지도 모르죠. 하하하. 현장에서 감독님이 정말 열과 성을 다하신 게 온 몸으로 느껴졌었어요.”
 
배우 이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솜이 공개한 바와 같이 유나를 이 감독이 이솜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떠올리면 완벽하게 매치되는 지점이 상당히 많다. 우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유나는 그 시절 최고의 패셔니스타처럼 그려진다. 워낙 키도 크고 늘씬한 이솜의 몸매는 그 시절 유행한 패션 스타일과 어울리면서 더 없이 섹시하면서도 당차고 멋진 여성으로 유나를 만들어 버렸다.
 
영화가 1995년 배경인데, 사실 유나는 지금의 시선으로 봐도 너무 멋진 여성이에요. 고졸 말단 여사원이지만 할 말 또박또박 다 하고. 얼마나 통쾌해요(웃음). 패션은 정말 우연한 곳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그 시절이 제가 5살이라 뭐 기억도 없어요. 근데 우연한 기회에 엄마 옛날 앨범을 봤는데 이거다!’ 외쳤어요. 엄마 사진을 들고 감독님에게 보여드리고 허락을 받은 뒤 의상팀에게 이거요라고 부탁 드렸죠. 영화 속 사복 패션은 거의 저의 엄마 의상이나 다름없다 보시면 되요.”
 
배우 이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의상뿐만 아니라 화장법도 지금과는 정말 많이 달랐다고. 특히 영화에서 세밀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신경을 쓰고 보면 묘하게 티가 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솜의 얼굴이 조금 다르다. 뭔가 강하고 쎄 보인다고 할까. 바로 눈썹이다. 1995년 그 시절 유행하던 갈매기 눈썹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진짜 눈썹을 싹 밀어 버렸다고. 웃음이 터진 이솜은 아주 잠시 배꼽을 잡으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너무 아찔하기도 하고(웃음). 지금 눈썹은 제 진짜 눈썹이에요. 욕심이 과했는지(웃음) 정말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서 눈썹을 밀다가 뽑았어요. 그 위에 눈썹을 그렸는데 정말 노력 많이 했어요 하하하. 여성 분들은 진짜 이 눈썹 그리는 것 때문에 고생하는 걸 이해하실 거에요(웃음). 근데 촬영이 끝났는데도 이 눈썹이 너무 자라지 않는 거에요. 한동안 진짜 밖을 나가지 못했어요. 정말. 하하하.”
 
배우 이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1995년의 대기업 고졸 말단 여사원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모일 뿐이다. 영화에서 이솜은 고아성 박혜수와 함께 모든 사건을 함께 이끌어 가는 삼총사의 맏언니로 든든함을 더했다. 영화에선 입사 동기이며, 삼총사 가운데 가장 냉철한 이성을 소유한 인물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나이가 가장 많은 맏언니다. 두 동생을 함께 이끌어 가면서 으쌰용기를 불어 넣고 이끌어 가야 했다.
 
하하하, 두 분이 더 잘해주셨어요. 전 뭐 그냥 묻어갔죠(웃음). 아성씨는 얼마 전까지 같은 소속사 식구였어요. 그래서 잘 알고 지냈고, 혜수씨는 스윙키즈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인상 깊었죠. 연기 데뷔 이후 또래 동성 배우들과 함께 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숙소에서 거의 합숙 분위기로 지냈어요. 함께 한 방에서 자면서 연기 얘기도 많이 하고. 제가 언니라 사실 좀 더 맘을 열고 다가갔죠. 두 분이 너무 인성이 좋아서 금방 친해졌어요. 전 거의 리액션 담당이었죠. 하하하.”
 
배우 이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두 동생과 함께 한 영화 속 삼총사의 모습은 찰떡궁합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하면 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 속에서 이솜이 연기한 유나는 고아성이 연기한 자영’, 박혜수가 연기한 보람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추진력 강한 행동파였다. 영화 속에서 유나의 촬영 분에 유독 이솜의 아이디어가 많이 투영된 것도 이솜이 유나에게 느끼는 동질감과 매력이 뒷받침 된 결과물이다.
 
유나의 행동 이유를 많이 고민했던 거 같아요. ‘뭔 오지랖이야 저게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좀 있었는데, 그걸 인정욕구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감정으로 다가서니 말이 되더라고요. 아는 척, 말 많은 척, 강한 척 하지만 사실 속은 가장 여린 친구 같았어요. 감독님도 흔쾌히 저의 생각을 많이 들어주셨죠. 완성된 영화 속 유나가 그래서 전 너무 마음에 들고 사랑스러워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다. 그래서 여성영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내용을 따지고 보면 여성도 남성도 아닌 우리 모두의 얘기이기도 하다. 1995년이 배경이지만, 지금의 얘기일 수도 있다. 그 속에서 살다 나온 이솜은 이런 설명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 세상의 모든 꼴찌들에게 받치는 헌사란 이 감독의 설명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하는 이솜이다.
 
배우 이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관객 분들에 따라서 정말 다르게 다가오실 거 같아요. 여성 관객이 본다면 여성 영화지만, 사회 초년생(남자 또는 여자 모두)이 본다면 정말 공감 100%를 할 영화이고, 지금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또 맞아하며 무릎을 칠 장면도 많죠. 저도 일찍 모델 생활을 하면서 위계질서에 대한 압박이나 분위기를 느껴봤죠. 이 영화를 보실 이 세상의 모든 유나 그리고 이 세상이 말하는 말단이라고 부르지만 나중에 꿈을 이루실 분들에게 응원하고 싶어요. 너무 잘하고 있으세요. 파이팅.”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