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애비규환’ 정수정 “‘냉미녀’? ‘토일’이 나와 더 비슷”


“’왜 굳이’란 말 꽤 많이 들었다. 하지만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11-11 오전 12: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의외란 단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같았다.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 그리고 배우다. 사실 그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얼음공주. 차갑다 못해 싸늘한 느낌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 정수정(가수 활동명 크리스탈)은 뭔가 다가서기 힘든 그런 게 있다. 그래서 별명도 그런가 보다. 물론 다재다능한 아이돌 출신답게 과거 시트콤 경험도 있다. 그렇다고 그게 정수정을 설명하는 조각이 될 순 없다. 그는 어떻게 봐도, 그리고 한 번 더 봐도 얼음공주정수정이다. 그런 정수정이 스크린에 데뷔한다. 그런데 데뷔작이 기상천외하다. 우선 저예산 독립영화다. 정수정이 하면 안된다는 이유는 없다. 하지만 딱히 해야 하는 것도 그렇다. 무엇보다 기상천외한 것은 정수정이 미혼의 임산부 역할을 맡았단 점이다. 물론 그것도 정수정은 절대 이 역할을 하면 안된다는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그저 화려함의 정점에 서 있던 걸그룹 멤버 출신이란 사실 때문에 그가 작은 규모의 영화와 미혼의 임산부 역할을 맡았단 사실이 파격이라고 한다면 뭔가 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건 순전히 정수정 본인도 동의를 했다. “도대체 왜 내가 이걸 하면 안 되는지 이유를 단 한 개도 찾을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런 파격을 기반으로 재미가 차고 넘쳤다. 그러니 정수정이 애비규환을 스크린 데뷔작으로 선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너무도 옳았다.
 
배우 정수정. 사진/에이치엔드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삼청동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정수정은 먼저 의외란 단어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앞서 언급한 왜 이걸 하면 안 되는지 이유가 없지 않냐’ ‘이렇게 재미가 있는 데 말이다라고 반문했다. 가수이기에 앞서 연기를 하는 연기자이기도 한 정수정은 그저 작품을 선택하고 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른 것이라고. 물론 거기에 재미까지 있으니 놓칠 수가 없었단다.
 
사실 주변에서 그런 의견이 없던 것은 아니었어요. ‘왜 굳이?’란 말을 꽤 들었어요. 그런데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전 스크린 데뷔작으로 저한테는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자부해요. 물론 이번이 시작이라 이 영화를 최고의 작품이라고 꼽을 순 없죠.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는 데 너무 재미가 있어서 이걸 안 할 이유를 저 스스로도 못 찾았어요. 물론 임산부 역은 저도 처음엔 놀랐고 부담이었죠. 근데 시나리오 읽고 그냥 한 번에 출연 결정 했어요(웃음)”
 
배우 정수정. 사진/에이치엔드
 
얼음공주란 별칭 속에는 사실 당차고 자기 의견을 주변에 확실하게 드러내는 당당함도 있을 터. 정수정은 스크린 데뷔작부터 임산부 역을 맡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다고 하지만 정작 촬영이 진행되면 선 그냥 복대를 찬 배에 땀이 차는 게 불편했을 뿐이라고 웃는다. 사실 그는 묘하게도 남다른 캐릭터에 끌리는 듯했다. 최근 방송 중인 드라마에선 여군으로 출연 중이다. 아이돌 출신 배우로선 꽤 이색적인 행보다.
 
과거 드라마 출연작들만 봐도 그렇고 제가 일부터 남다른 캐릭터에 끌리고 그걸 맡아야겠단 생각은 안했어요. 그런데 쭉 살펴보니 좀 심상치 않긴 하네요(웃음). 글쎄요. 예전 드라마 속 캐릭터들도 그렇고 이번 임산부 역할도 그렇고 본능적으로 끌리는 배역들 같아요. 새로운 것에 대한 재미를 많이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가수 활동을 하면서 무대에서의 짧은 퍼포먼스에 대한 어떤 관성 같기도 하고요.”
 
배우 정수정. 사진/에이치엔드
 
그런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본 감독의 시선이 더 놀라운 것일 수도 있다. 정수정은 이번 애비규환현장에서 연출을 맡은 최하나 감독과 친구처럼 지냈단다. 실제 나이에선 최 감독이 세 살 언니다. 그리고 물론 현장에선 감독과 배우로서 철저하게 자신만의 영역과 일을 구분하며 선을 그었다고.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니 가장 친한 친구를 얻은 것 같다며 만족해 했다. 그런 최 감독이 정수정을 픽업 한 것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감독으로서의 혜안은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한 듯싶다.
 
저 감독님 너무 좋아요(웃음). 영화 음식 음악 등 취향도 너무 잘 맞고. 아싸는 아싸를 알아본다고(웃음) 제가 의외로 아싸거든요. 하하하. 그래서인지 저도 처음에 절 캐스팅 한 이유가 너무 궁금했어요. 첫 미팅 때 감독님에게 물어보니 예전 시트콤 때의 제 모습을 기억하셨어요. ‘정수정이 토일을 연기하면 더 재미있는 모습이 나오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포인트에서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지만(웃음). 뭐 그건 감독님 머리 속에만 있으니. 하하하.”
 
배우 정수정. 사진/에이치엔드
 
최 감독이 말한 애비규환토일과 배우 정수정. 그리고 정수정이 바라본 토일’. 묘하게 닮은 듯 하면서도 또 닮지 않는 모습이다. 우선은 정수정은 너무도 공감이 가는 모습이었단다. 물론 20대 초반에 사고(?)를 치고 임신을 한 그 상황은 손사래다. ‘큰일이다. 그건이라며 웃지만 만약 나중에 자신의 딸이 그런다면 자신도 영화 속 엄마(장혜진)처럼 그러지 않을까 막연히 상상해 본다고.
 
“’토일이가 너무 매력적이지 않아요(웃음). 요즘 여성을 대변하는 느낌이 강한 것도 있고. 사실 이 영화가 토일을 중심으로 한 여성 영화가 아니라 가족 전체로 확대해 본다면 정말 콩가루 가족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너무 아기자기한 느낌이에요. 그리고 콩가루라고 하지만 엉망은 아니잖아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함께 출연하신 선배님들도 다들 그렇다고 하시고. 공감과 약간의 코미디가 더해진 소통극. 너무 좋잖아요. 하하하.”
 
배우 정수정. 사진/에이치엔드
 
걸그룹 출신 배우로서 저예산 독립영화의 파격적인 배역을 맡아 스크린 신고식을 앞둔 정수정은 개인적으로 가장 큰 만족감을 갖고 있는 듯했다. 워낙 당차고 도도한 이미지라 주변의 시선과 말들에 휘둘리는 법도 없는 듯했다. 물론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신경을 쓰인단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영화 시장 전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적은 예산의 작은 영화가 시장에 첫 선을 보이니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궁금한 것 같았다.
 
너무 궁금해요. 어떻게 봐주실지. 전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어요. 선배님들도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고. 진짜 영화의 느낌 그대로 현장이 그랬어요. 전 첫 영화라 스크린에서의 제 얼굴이 되게 어색할 줄 알았는데 언론 시사회에서 본 느낌은 ? 괜찮은데정도였어요. 연기야 늘 아쉽죠. 함께 한 장혜진 최덕문 강말금 이해영 남문철 선배님들에게도 여쭤 봤지만 작품은 끝나면 늘 아쉽다고 하시더라고요.”
 
배우 정수정. 사진/에이치엔드
 
인터뷰 내내 사실 가장 신기했던 건 정수정의 거리낌 없는 모습과 성격이었다. 무대에서만 보던 그는 얼음공주’ ‘냉미녀로 불리며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애비규환속 정수정은 이런 이미지를 깨끗이 씻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그것도 연기였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정수정의 모습은 무대 위 크리스탈보단 애비규환토일에 더 가까워 보였다. 본인도 박장대소를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하하. ‘냉미녀’ ‘얼음공주정말 민망해요. 언젠가 언니(제시카)네가 얼음공주이면 난 얼음여왕이냐라고 해서 둘이 정말 배꼽을 잡고 웃은 적이 있어요. 그냥 무대 위 전 찐한 메이크업에 도도한 여성을 보여주는 캐릭터일 뿐이죠. 저도 평소에는 트레이닝 복에 맨발로 슬리퍼 끌고 동네 슈퍼도 다니고 그래요(웃음). ‘냉미녀하하하. 날도 추워지는 데 듣기만 해도 으슬거리네요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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