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바람에 시달리는 보험업권


차기 수장에 관료출신만 거론…"인맥 대신 전문가 필요" 지적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11-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차기 보험업계 수장 인선에 '관피아'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손해보험협회장, SGI서울보증 대표에 관료출신이 내정된 데 이어 차기 생명보험협회장 유력 후보 역시 관료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무게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낙하산 논란 등 관피아 확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달 8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현 회장의 뒤를 이을 최종 후보가 2주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생보협회는 오는 1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을 논의한다. 회추위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회원사 대표 5명과 학계 외부 인사 2명으로 구성됐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과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10대 금감원장으로 재직했던 진 전 원장은 행정고시 2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대변인, 자본시장 국장,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정무위 수석전문위원,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거쳤다.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은 과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소속으로 3선에 성공한 국회의원 출신이다. 19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말부터 보험연수원장을 맡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친박계 인물로 거론됐지만, 지난 2017년 문재인 캠프에 합류,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등을 역임하며 현재 여당 측 인사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회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금감원 수석부원장, SGI서울보증 사장, 금융위원장 등을 거쳤다. 다만 은행연합회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최 전 위원장이 후보직을 고사하면서 회장 인선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앞서 SGI서울보증와 손해보험협도 차기 수장에 관료출신이 내정됐다. 차기 SGI서울보증 대표에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단독 후보로 올라서면서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 전 부원장은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경제기획원,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손보협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행정고시 27회로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감독정책과장을 거쳐 금융위원회 기업재무개선지원단 단장과 기획조정관, 금융서비스국 국장과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줄줄이 보험업계 수장에 관료 출신이 낙점되면서 관피아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관피아란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공직을 퇴직한 사람이 관련 기업에 재취업, 학연·지연을 이용해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는 행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정부나 당국의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은 물론 업계와 상관없는 비전문가 인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든 사기업이나 협회가 기관에 유리한 관련 공직자를 모셔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4년 뒤, 5년 뒤 내가 갈 수도 있는데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될 수 있겠나. 그러면 공무원 재취업 심사는 왜 있나"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연맹 역시 지난달 생보협회, 손보협회 등 차기 회장 선출 관련 "낙하산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금융 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 대한 전문성을 겸비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료 출신 등 무게감 있는 인사가 더욱 적합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내정자(왼쪽)와 유광열 SGI서울보증 대표 내정자. 사진/뉴시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