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동네슈퍼의 변신을 꿈꾸며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11-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삼촌이 쓰러졌대." 10여년전 퇴직 후 삼촌은 한 대기업 계열의 편의점을 열었다. 이른바 '밤 장사'를 하지 않으면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는다며 삼촌은 새벽에도 가게를 지켰지만 그 끝은 비참했다. 편의점이 사람잡았다며 바로 문을 닫았다. 삼촌을 쓰러트린 것은 편의점이 아니라 심야노동이었다. 삼촌의 언어는 어눌해졌다.
 
심야노동은 자영업자에게 '계륵'이다. 동네슈퍼에는 더더욱 그렇다. 동네슈퍼의 하루 평균 운영시간은 16시간 25분에 달한다. 아침 7시 23분에 문을 열어 밤 11시 48분에 문을 닫는다. 몸으로 '때워' 물건 하나라도 더 팔아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밤 9시는 기본이고, 체력이 허락하는 시간까지 문을 열어놓는 게 대부분의 자영업자일 것이다.
 
'열일'하는 동네슈퍼 사장님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야간에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형 슈퍼인 스마트슈퍼 사업이 시작됐다. 심야에 이 곳을 방문하면 본인인증을 통해 물건을 고객 스스로 계산할 수 있다. 9월에 문을 연 스마트슈퍼 1호점의 매출은 36%나 늘었다. 심야매출은 70% 넘게 증가했다. 스마트슈퍼로 전환을 희망하는 점포의 전환비용을 정부가 80%까지 지원한다. 중기부는 2025년까지 2000여개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슈퍼는 중기부가 중소기업청 시절에 추진을 시작했던 '나들가게' 사업과 유사하다. 나들가게는 2009년 도입된 이후 전국에 1만1560개가 생겨났다. 당시 중기청은 경영개선 컨설팅과 POS방문교육 등을 진행하고 매장을 현대화한다고 했다. POS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쉽게 발주하고 배송받는 온라인 수발주시스템을 꿈꿨다. 쏟아부은 예산과 장밋빛 전망에 무색하게도 동네슈퍼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6년 5만8972개였던 동네슈퍼는 2018년 5만1943개로 해마다 6%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 나들가게 사업이 더 이상 동네슈퍼 경쟁력 강화에 큰 힘을 발휘하길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대형마트와 대기업 계열 편의점 사이에서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동네슈퍼를 손놓고 바라볼 수 없는 일이다. 스마트슈퍼는 코로나19가 가져다준 비대면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할 만한 모델이다. 온라인배송과 구매자 인증 등 풀어야할 까다로운 숙제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슈퍼의 '무인 출입장비', '무인계산대', '보안시스템' 등의 시스템이 동네슈퍼 경쟁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나들가게처럼 간판이나 매장정리 같은 '하드웨어'만 바꿔주는 정부사업으로 남아서는 안된다. 
 
이보라 중기팀 기자(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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