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수박 겉핡기식' 예산심사…"예산국회 상시화, 정쟁과 분리해야"


정부 555.8조 내년 예산안 제출, 재정 건전성 논란에도 국회 11조 이상 증액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11-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정부가 약 90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며 역대 최대인 2021년도 예산안(555조8000억원 규모)을 편성했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국민 우려가 높지만, 이를 꼼꼼히 점검해야할 국회가 심의 과정에서 삭감은커녕 11조원 넘게 증액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산심사 제도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의 '수박 겉핡기식' 예산심사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올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지난 9월3일 국회에 제출했다. 헌법에 규정된 의결 법정시한(12월2일)까지 단 91일로, 하루에 6.1조원을 다뤄야 하는 셈이다. 특히 사업별 예산의 감액·증액을 결정하는 예결위 예산소위 가동기간은 단 2주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으로 구성된 예산소위는 쟁점예산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에 공전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21.3조원 규모의 '한국형 뉴딜 예산'이 핵심으로, 민주당은 원안통과를 국민의힘은 10조원 가량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끝내 합의되지 못한 안건은 신속한 논의를 위해 '소소위'로 넘긴다. 지난해에도 여야는 삭감대상 651건 중 169건만 합의하고 나머지 482건을 소소위에 넘긴 바 있다.
 
소소위는 예산특위 소위원회 안에 있는 더 작은 위원회로 일종의 실무회의다. 예결위원장과 여야 원내대표 및 간사, 기획재정부 책임자 등이 참석 대상이다. 국회법에 근거가 없어 비공개이며 속기록도 없다.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소수의 정치적 담판으로 예산 증감이 결정되는 구조로, '여야 나눠먹기'와 '쪽지예산' 논란이 발생하는 곳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지역구 의원 입장에서 사회간접자본(SOC) 등 지역 민원성 예산을 얼마나 따왔는지가 중요한 성적표"라면서 "'쪽지예산'을 통한 지역예산 챙기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실토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과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예산이 경쟁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연말에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현 예산심사 시스템으로는 지금의 악습을 철폐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예 미국 등 선진국처럼 '예산국회'를 상설화하거나, 예산관련 논의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식 등으로 졸속심사를 방지하고 예산 논의와 정쟁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한편 헌법 54조 2항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를 규정한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2014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매해 어겨왔다. 2015년과 2016년은 법정시한을 각각 45분, 3시간58분 넘겨 처리했지만, 2017년은 12월6일, 2018년 12월8일, 지난해는 12월10일 등 매해 늦어지는 상황이다.  
국회의 ‘수박 겉핡기식’ 예산심사 논란에 ‘예산국회 상설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추경호 국민의힘 간사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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