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하는 금융규제)④(끝)"착한금융 핑계로 금융기관 결정권 박탈 안돼"


전문가들, 금융기관 도구화 우려…기업대출 3월만기 또 연장 가능성…"좀비기업 확산 막아야"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1-01-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올해도 암울한 경영환경에서 금융혁신을 주문받은 은행들은 '모순'이라며 난색이다. 대손비용, 규제비용의 증가와 초저금리로 실적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원이 업계 결정권을 박탈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이미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다.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 적용 금리도 지난해 12월29일 기존보다 1%포인트 낮춘 연 2.44~3.99%로 결정했는데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이에 따른 손실분은 자체 흡수한다. 여기에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에게 대출금리인하 요구권을 주는 내용의 법안(전용기 의원)이 계류 중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12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임대인이 금리인하 요구권을 신청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고 보지만, 금융기관에서 동의하는 범위를 넘어 요청하면 사실상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을 컨디션(조건)으로 걸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한 소상공인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금융기관이 부담할 규제비용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광고 규제 등 영업행위에 관련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 개정안'(강민국 의원)까지 발의됐다. 강 의원은 금융사의 내부통제 업무 명확화, 내부통제 이행 결과 금융위 보고, 임원 제재 등의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앞으로는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경우 입증책임이 은행에게 부과돼 패소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한창 수사가 진행 중인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은행 쪽 과실이 조금이라도 드러날 경우 상당한 규모의 법정비용과 배상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규제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준비도 요구된다. 규제(Regulation) 준수를 위한 기술(Technology)인 '레그테크(RegTech)'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 연구원은 "옵티머스와 라임 등의 사례를 고려할 때 판매상품에 대한 사전 심의기능 강화가 시급해 보인다"며 "규정에 따라 아무리 설명을 잘 하고 고객의 동의를 받는다고 해도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사의 건전성을 위해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중소기업 정책금융 규모는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당장 오는 3월 종료되는 기업대출 만기연장 조치의 일몰 여부가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19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금융위원회가 기업대출 만기연장 프로그램의 연착륙 유도를 시사한 적이 있는 만큼, 상당수 대출의 만기가 추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좀비기업의 지나친 확산과 대출시장 버블을 방지하기 위해 이자상환 유예를 일부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소수 기업의 부도를 발생시키겠지만 대출기관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신용위험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코로나 극복 이후 경기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융기관은 기본적으로 건전성"이라면서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지만,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훼손돼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져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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