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하는 금융규제)②'소비자보호' 명분 앞세운 선심정책 남발에 은행권 몸살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부담…"영업성과에 악영향 불가피"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1-01-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유연·신병남 기자] 정부가 이른바 '착한 임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등 규제를 예고하면서 금융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 하에 내세운 정책들이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시장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뒷북 규제"라며 강력 반발 중이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등은 최근 '은행법 개정안',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착한임대인 운동' 동참 시 임대인에게 대출금리 인하 요구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사진은 인천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임대료 감면에 대한 감사를 담은 현수막을 부착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개정안 중 이른바 '착한 임대인법'은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임대인이 임대료를 인하하는 경우 은행,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전 의원은 "정부가 이른바 '착한 임대인'에 대한 세액공제 등 세제혜택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상가 임대사업자가 임차인에 대해 임대료를 인하해주더라도 부동산 매입 등에 대한 대출금리는 그대로 유지돼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개정안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법안 자체가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사적 부동산 계약과 연관 없는 금융기관이 임대료 부담을 떠안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으로 이미 부실 위험이 커진 상태에서 이번 법안이 도입되면 리스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에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은 바람직하지만 그 책임을 금융회사로 돌리는 것은 반시장적"이라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커진 고객의 대출금리를 낮추게 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낮춰주는 혜택이 필요하다면 금리 인하 대신 우대금리 항목에 이를 추가해 우대조건에 충족하는지 확인하면서 이자를 감면해주는 것이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 등 은행의 위법행위를 처벌하는 규제도 뒷북이라는 비판이다. 은행들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불판 감시 강화와 투자상품 리콜제 등 자율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의사결정자에게 책임이 있는 만큼 고객 피해 발생 시 강도 높은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처벌 강화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강민국 의원이 지난달 21일 내놓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 개정안'은 은행이 내부통제결과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대표이사·준법감시인 등의 내부통제기준에 관한 업무를 명확히 하고 금융위원회에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강 의원은 조만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발의해 그룹 차원의 계열사 책임경영 소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사모펀드 사태를 보면 사고가 났는데 판매 결정한 사람들은 제재를 받지 않고 기관들만 경고를 받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금융당국도 내부통제 이행 여부 확인 관련해서는 금융사에 맡기고 두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통과한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수준처럼 금융지주의 내부통제 책임 수준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영업행위에도 부담을 가중하는 법안이 잇따랐다. 김성원 국민의힘은 은행의 불건전 영업행위 관련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인 '은행법 개정안'을 냈다. 불건전 영업행위로 1년에 3회 이상 행정처분 대상이 된 금융사에는 영업정지 명령 또는 인가를 취소하는 것으로 '삼진아웃제'로도 불린다.
 
은행들은 오는 3월 금소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이들 법안 발의가 '옥상옥' 규제를 만든다는 견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소위 은행업이 규제산업이란 설명이 붙지만, 최근에는 소비자 보호를 근거로 영업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걸친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면서 "저금리 상황에서 규제가 늘수록 영업 성과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연 기자 9088y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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