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커넥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포


장르의 보편성 그리고 공식과 문법의 흐름, 결말 위한 ‘연출’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1-01-13 오전 12: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너무도 지극히 평범하게 시작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은 특별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장르 문법과 작법의 공식대로 흘러간다. 결국에는 예측 가능한 흐름으로 결말을 맺는 듯하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끌고 또 특별하면서도 기괴할 정도로 마무리를 찍는 방식은 이 영화의 정점을 어떤 다른 지점으로 끌고 가 버린다. 그리고 그 안에서 되짚어 보면 사실상 포커스와 포인트는 우리가 바라보고 있던 그게아니었는지도 모를 것으로 짐작하게 만든다. 영화 커넥트에 관한 단상이다. 공포영화를 목적으로 기획됐다고 하지만 공포 장르는 장르의 공식과 작법이 사실 평이한 지점이 많다. 낯선 존재, 그 존재와의 사투, 그 존재를 이끌어 낸 우리의 알고 있지만 외면했던 감정’. 종국에는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우리의 보편적 감성이 제시된다. ‘커넥트역시 이런 공식을 따라간다. 하지만 공포 장르가 이 흐름을 지금까지 따라가지 않은 것은 공포란 감정에 너무도 직설적으로 매몰돼 있단 약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전통적인 방식이다. 때문에 장르의 변주가 일상화된 현재의 장르 영화 시장에서 이런 방식은 고루한문법이다. ‘커넥트는 이런 방식을 역으로 이용한다. 예측가능하고 예상 가능한 흐름으로 끌고 간다. 장르 문법에서 선보일 수 있는 깜짝 연출그리고 크리쳐소재를 끌어 와 충실히 공식과 문법을 이행한다. 하지만 이 모든 예측가능한 연출과 흐름은 영화 마지막 결말을 위한 선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커넥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공포란 타이틀이 가장 어울리는 흐름의 마침표다.
 
 
 
자폐성 장애인 올리버’, 그의 부모는 사이가 원만하지 않다. 자폐성 장애 아들을 키우는 데 지쳤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미국의 서민 층 가정의 모습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또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정이다. 아들의 육아를 놓고 부부는 매일 매일이 지옥이고 전쟁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힘이 부친다. 엄마와 아빠의 감정 충돌에 올리버는 매일 매일 더욱 더 자신만의 세계로 스스로를 끌고 들어간다. 그가 선택한 유일한 소통의 세계는 스마트폰, 그리고 스마트폰 속 동영상 콘텐츠 스폰지팝’. 올리버가 세상과 소통을 선택한 유일한 창구이다. 올리버는 스마트폰 속 언어 프로그램을 통해 타인과 대화를 나눌 뿐, 스스로의 언어를 닫아 버린 상태다
 
올리버의 이런 선택은 자폐때문은 아닌 듯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가 있지만 부모에게 그는 소중한 존재라기 보단 버거운 존재일 뿐이다. 이건 지극히 현실적이다.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느끼고 판단하는 올리버의 감정은 극단적인 외로움으로 자신을 끌고 가버린다. 학교에선 장애로 인해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올리버는 자신도 모르는 순간순간의 흐름으로 인해 어느덧 외로움의 바다에 빠져 버린 상태다. 그리고 올리버의 그런 감정을 읽어 버린 누군가가 등장한다. 누구인지, 아니면 어떤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 존재는 관객의 입장에선 카메라 자체일 수도 있다. 카메라 자체는 각각의 관객이 바라보는 시선일 수도 있다. 도대체 이 시선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느덧 올리버의 눈앞에 그 존재는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커넥트'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제목 커넥트연결하다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영화 속 그 존재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자신을 이동시킨다. IT시대에 걸 맞는 공포자체를 그리는 데 적절한 장치다. 스마트폰 하나로 타인과 연결된 세상이다. ‘관계란 형성 자체의 기본은 대화다. 지금의 시대는 대화가 사라진 시대다. 이 영화가 꿰뚫는 직설적인 화법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 공포에 대한 직유다. 주인공 올리버가 말을 잊은 장애(자폐)를 안고 있단 점도 이런 직유의 또 다른 하나처럼 다가온다.
 
결과적으로 올리버는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가장 유약한 존재다. 관객은 올리버를 통해 공포를 느끼고, 그 공포를 통해 긴장과 스릴을 느끼며 커넥트의 장르적 재미를 느끼게 된다. 공포 장르의 기본적 연출과 관객 몰입의 전통적 방식 그대로 끌고 간다. 또한 그 안에서 관객은 어른으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가장 유약한 존재 올리버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 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이제 올리버가 그런 감정을 전달받고 구원 받으면 영화는 결말로 매듭지으면 된다.
 
영화 '커넥트'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커넥트가 기본적인 공포 장르와 조금 다른 특별함을 느끼게 하는 건 올리버의 선택이다. 올리버의 충격적 선택은 커넥트의 원제 ‘come play’그 존재’, 그리고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기본적 정서인 외로움과 단절에 대한 가장 적절하고 납득하기 쉬운 지점을 표현한다. 사실 그 지점을 관객과 올리버의 엄마 그리고 아빠는 알고 있었지만 마주하기 싫은 두려움에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 결말의 아름답고도 슬픈 웃음과 눈물이 커넥트의 가장 영화다운 귀결처럼 다가온다.
 
일종의 편견에 대한 오해일수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만이 느끼고 또 가져갈 수 있는 현실일수도 있다. ‘커넥트속 올리버 가족의 고통은 그랬다. 그들만이 안고 있고 또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다. 하지만 속살을 들춰보면 이 가족의 그 무게는 우리 모두가 나눠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다. 영화 속 부모들보다 아이들이 먼저 그 무게를 나눠 갖는 모습이 보다 더 밝은 미래를 꿈꿔 볼 가치를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 '커넥트'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커넥트는 처음 스크린에서 튀어나온 괴물을 소재로 한 5분 분량의 단편영화였다. 하지만 장편으로 변주하는 과정에서 일부 설정이 바뀌면서 느슨해진 감도 없지 않다. 한정된 공간 그리고 제한된 카메라 워킹이 만들어 낸 극도의 긴장감은 장편으로 변화되면서 필연적으로 불거지는 약점을 안게 됐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숨은 장점은 기존 공포 장르가 제시할 수 있는 주제와 의미 부여에서 분명히 한 단계 진화를 이뤄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영화적으로 방식의 특별함이 눈에 띈다. 하지만 커넥트는 방식보단 표현이 더 눈에 띈다. 개봉은 오는 20.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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