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신용대출)①대출 재개 일주일새 5대 은행 잔액 1조 증가


새해 대출빗장 풀자 잔액 급증…부동산·주식투자 등 원인 복합적…정부 서툰 규제에 신용대출 '널뛰기'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1-01-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 신용대출이 재개 일주일 만에 1조원 늘었다. 부동산과 주식 등 투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정부 규제 강화에 앞서 가수요가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대출은 용처를 파악이 어려운 만큼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투기수요를 잡으려는 성급한 정책 남발로 가계부채 리스크만 늘렸다는 지적이다. 
 
<뉴스토마토>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으로부터 13일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전날(7영업일 기준)까지 134조664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133조6481억원보다 1조164억원 늘었다. 그간 잠가놨던 신용대출 문을 새해들어 열기 시작하면서 잔액이 매섭게 불었다. 영업 3일째인 지난 6일에는 4049억원, 7일 4533억원, 8일 2179억원, 11일 7831억원으로 불어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계정은 마이너스 통장과 같이 상환과 대출이 수시로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금요일(8일) 잠시 줄었던 잔액이 주말간 비대면 대출 등 미뤄진 합산 내용이 월요일(11일) 반영되면서 증가 폭이 두드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1월 신용대출 급증세는 은행권에서도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이사철이 아닌데다 상여금이 나오는 시기라는 점에서 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게 상식적이라는 견해다. 
 
그런데 이런 증가세는 지난해 9월 신용대출 금리가 바닥을 치자 월초 8영업일 만에 1조1425억원이 늘어났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신용대출 금리는 사상최저 수준인 1% 후반까지 떨어져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았다. 이때 공모주 열풍이 부는 등 전반적인 자산시장 활황세도 강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신용대출 급증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다.
 
은행들은 1월 들어 증가한 신용대출 잔액을 전달까지 막혔던 부동산 자금수요, 증시·가상화폐 급등에 따른 투자수요, 추가 규제 전에 자금을 확보하려는 가수요 등 다각적인 영향이 작용했다고 본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사용처가 불분명하기에 고액의 경우는 부동산으로, 나머지는 자금 확대가 큰 쪽으로 흘렀을 것으로 짐작한다"면서 "가상화폐로 흘러간 자금은 이른 시일 내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저금리로 시장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인데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신용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부작용만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13일 고소득자의 1억원 이상 신용대출 억제 관련 부동산 규제를 같은 달 30일부터 적용하겠다고 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일까지 662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이후 월말까지 4조1873억원 추가됐다. 은행들의 대출 죄기와 정부의 경고 목소리가 커지면서 12월 말에는 잔액이 다시 444억원 감소했다. 
 
최근의 신용대출은 금융당국의 경고, 막차 수요 증가, 대출 규제 강화의 패턴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코로나19로 긴급자금 수요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마냥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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