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용, 패러다임이 바뀐다)②'고시' 부활·외부전문가 투입…공정성 강화나선 은행들


연합회 '채용 모범규준' 내달 확정…임원추천 등 관행폐기 담길 듯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5-16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채용비리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공채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채용 시스템을 속속 갖춰나가고 있다.
 
'은행고시'로 불리던 필기시험을 부활시키는가 하면 채용 과정에 외부 전문가를 투입하는 등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금융당국의 채용비리 검사에서 지적을 받았던 임직원 추천제 등 불합리한 관행들도 대거 청산된다.
 
상반기 은행권 채용 규모 및 개편 방향. 사진/뉴스토마토
 
◇은행연합회, 모범규준 초안 작성…NCS기반 필기시험·면접 구술시험 포함
 
우리은행(000030)은 올해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부터 필기시험 전형을 추가했다. 필기시험은 2007년 폐지 이후 10년 만에 부활한 것으로, 우리은행은 채용 절차 전 과정을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하고 면접 과정에서도 외부 전문가를 투입해 공정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신입행원 채용이 서류전형-인·적성검사-면접으로 이어졌다면 올해부터는 필기시험을 추가하고 은행 내·외 인사가 참여하는 채용위원회를 통해 채용 가이드라인을 수립,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필기시험은 경제, 금융, 일반상식 등 90문항과 언어·추리 등 100문항의 적성검사로 이뤄졌으며, 면접절차는 기존의 은행실무자만 투입됐던 1차 면접에 면접관 50%를 외부 전문가로 채우고 은행 임원 3명으로 진행됐던 2차 면접에도 교수 등 외부 전문가를 넣기로 했다. 아울러 사소한 채용 청탁이라도 적발 시 바로 면직할 수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한 상태다.
 
신한은행 또한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필기시험과 직무적합도 면접 전형'을 신설했다.
 
필기시험 전형은 전 과정을 외부에 위탁, 운영되며 직업기초능력 평가(75분)와 금융관련 시사상식·경제지식 평가(40분)를 2교시에 나눠 진행된다. '직무적합도 면접 전형'은 은행 내부 평가자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이 면접 평가를 진행하며 개인의 신상 정보를 일체 배제한 블라인드 방식으로 실시된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은 외부 HR 전문가와 내부통제 관리자를 포함한 '채용위원회'를 새롭게 만들고, 각 전형 단계별로 컴플라이언스 리뷰(Compliance Review) 절차를 마련해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상반기 채용을 하지 않은 시중은행 또한 이들 은행과 비슷한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내달 발표될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이 필기시험 부활과 외부 전문가 위탁 등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다.
 
은행권에 도입될 필기시험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관리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을 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필기시험을 진행 중인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등도 NCS기반으로 객관식 문항을 내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인·적성검사와 함께 경제·금융·상식·국사 등 객관식과 논술의 주관식으로 분리된 필기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논술은 하반기부터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면접전형의 구술시험화도 추진된다. 이는 면접관이 임의적으로 점수를 조작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출제의도에 따라 채점기준표로 만들고 면접자가 해당 쟁점을 언급 시 가점을 주는 차등배점 방식이다.
 
은행권에 도입될 NCS기반 시험 예제. 그림/한국산업인력공단
 
◇ VIP리스트·임직원 자녀 가산점 제도 폐지…"'공정성 강화 초점"
 
일부 은행권에서 채용 시 참고하던 ‘VIP 리스트’나 전·현직 임원들의 추천을 받는 ‘임원 추천제’, ‘임직원 자녀 가산점 제도’ 등은 모범규준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에서는 은행 고위 인사나 우량 고객의 추천 명단이 담긴 특혜 채용 리스트를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은행에서는 임직원 자녀가 필기시험을 볼 때 15%의 가산점을 부여해왔다. 가산점 부여의 경우 내부 규정에 명시됐기 때문에 채용비리에 해당하지 않지만,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로 지적돼왔다.
 
모범규준 마련에 참여한 한국능률협회 컨설팅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태스크포스 팀(TF) 회의를 통해 모범 규준안을 협의했다”며 “공고부터 선발, 배치에 이르기까지 채용 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체크하고 개선점과 대안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지방은행 등 은행별로 특성이 상이하고 입장도 다르기 때문에 모든 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며 “성차별부터 채용 청탁 등 이슈화됐던 부분까지 전반적으로 검토해 모든 금융사가 수용할 만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표준 채용 모형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역시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임원추천제는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외부 위탁은) 100%는 조금 그렇고, 은행이 서류심사와 필기시험 등의 제도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은행 자율 채용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필기시험 등의 경우 강제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기존의 부정 채용합격자 퇴출이나 피해를 본 불합격자에 대한 대책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용 취소는 제3자의 부정청탁 행위나 본인의 부정행위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법정 분쟁 소지가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부정합격에 따른 피해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고,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 특혜 채용 합격자를 발본색원하는 과정이 복잡하다”며 “'모범규준'은 큰 틀에서 채용 룰을 정하는 것이니만큼, 초안이 나온 것을 바탕으로 다시 수정·보완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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