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재무설계)렌트푸어에게 필요한 빚 잘굴리기


월세보다 전세대출·종신보험보다 정기보험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5-16 오전 8:00:00

‘렌트푸어족’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거나, 빚을 내 집이나 자동차를 사도 ‘푸어족’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문제는 푸어족의 경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렌트푸어를 겪고 있는 권도영(가명, 34세) 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권씨는 홀어머니와 살면서 고등학교 졸업 후 간호조무사로 취업했다. 하지만 10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는 생활이 나아지지 않아 간호대학에 입학했다. 학비는 학자금 대출로 마련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종합병원에 취직해 8년 동안 열심히 일해 학자금 2000만원을 갚았다. 혼자 지낼 수 있는 원룸 전세도 마련했다.
 
하지만 푸어족에서 벗어날 무렵 어머니가 암에 걸리면서 상황이 변했다. 필요한 병원비를 충당하는 데 전세자금을 모두 썼고 대출로 월세를 얻으면서 다시 ‘렌트푸어’가 된 것이다.
 
권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월소득은 실수령액으로 300만원. 여기에서 월세 55만원과 각종 세금, 통신비로 각각 10만원, 6만원, 어머니 용돈 40만원, 생활비 및 본인용돈 40만원, 교통비 10만원, 비정기 지출 20만원, 각종 모임 회비 15만원 등을 지출하고 있다. 월세보증금 대출상환(1000만원, 이자율 4.5%)에 43만원, 종신보험료 45만원도 추가된다. 저축은 자유예금 10만원(7개월 납입)과 주택종합청약저축 5만원(7개월 납입) 등이 있다.
 
그 결과 300만원 소득 중 지출은 299만원, 잉여자금은 1만원에 불과했다. 본인은 물론 어머님의 노후와 결혼까지 준비해야 하는 경제적 고민은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권씨 가계부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대출상환액과 보험료였다. 반드시 해결해야 했다.
 
일단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하기로 했다. 신혼부부나 결혼한 가장이라면 저리로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이나 디딤돌 전세자금 대출을 쓸 수 있지만 권씨는 미혼이라 은행 대출을 이용해야 했다. 전세보증금 7000만원인 원룸을 얻기 위해 5000만원(만기일시상환, 연 3.3%)을 빌렸다. 그래도 한 달에 43만원에 달했던 대출상환액은 14만원으로 줄었다.
 
다음은 종신보험. 어린 시절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암 투병에 힘겨워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사망보험에 대한 니즈가 컸던 권씨는 7년 전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부양하는 싱글여성에게 45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종신보험은 말 그대로 사망을 보장하기 때문에 정기보험으로도 보장이 가능하다.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월 4만원의 정기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도 크게 줄이기로 했다.
 
전세자금 대출(29만원)과 종신보험 해지(41만원)로 70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겼고, 종신보험 해약환급금 3060만원(납입원금 3600만원)도 손에 쥐게 됐다. 이외에 경조사비로 사용되는 비정기지출과 모임회비를 각각 10만원, 5만원씩 줄이기로 했다. 이율이 낮은 자유예금저축 10만원도 정리했다. 이로써 월 1만원에 불과했던 권씨의 잉여자금은 151만원으로 늘었다.
 
이렇게 만든 돈을 활용할 차례다. 우선 종신보험 해약환급금 3060만원 중 2000만원은 부족한 전세자금을 충당하는 데 쓰고, 월세보증금 대출잔액 676만원도 모두 상환했다. 환급금 중 남은 384만원과 자유예금을 합친 454만원 중 400만원은 비정기 지출 자금으로, 54만원은 이사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돌려받은 월세보증금 1000만원은 비상금과 어머니 암치료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CMA에 예치하기로 했다. 잉여자금 151만원 중 40만원은 저축은행에 예치했다. 
 
모아둔 목돈이 없는 만큼 적금에도 가입했다. 투자 목적으로 달러 외화적금에 30만원을 넣었다. 장기상품으로는 변액연금(월 40만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30만원은 적립식펀드에 예치하고 10만원은 비상금으로 CMA에 적립할 예정이다.
 
권씨처럼 푸어족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한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비용이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활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빚도 잘 굴려야 한다는 얘기다.
 
염성호 ITX마케팅㈜ KEA사업단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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