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용, 패러다임이 바뀐다)③"관행도 '질서교란' 간주" 금융당국도 인식전환


비리 관여 경영진 적극 제재…학벌·성 등 차별 경영평가 포함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5-16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백아란 기자] 금융당국도 과거에는 금융사 채용 과정에서 학력 우대, 성차별, 임직원 추천 등 비공식적인 내규에 대해 금융사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채용비리 사태로 국민적 공분이 극에 달하면서 이제는 일부 특혜 역시 '금융질서 교란 행위'로 간주하겠다는 방침이다. 채용비리를 저지른 경영진에 대해서도 은행법 등 금융관련법 위반을 걸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금융감독원의 금융권 채용비리 검사 항목에는 내부유력자·고위공직자·고액거래처의 추천자 이름을 관리하는 'VIP리스트' 외에도 학력차별과 연령차별, 성차별까지 전방위적으로 포함돼 있다.
 
지난해 말 금감원의 채용비리 검사가 시작되는 단계에서는 'VIP리스트' 존재 여부가 중점 검사 항목이었다. 채용비리 논란의 시작이었던 우리은행의 채용비리가 내외부 유력자의 청탁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내외부 추천자 명단과 부정합격 여부를 밝히는 데 집중했다.
 
명문대 위주로 입점대학 출신자에 가산점을 주거나 임직원 추천자 및 자녀에 대해 서류전형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은 채용시스템 개선 권고에 그쳤다. 내규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채용비리가 아니라는 것으로, 금융사의 재량을 인정해준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 최흥식 금감원장이 민간금융사 재직 당시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 전 원장은 2015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지인의 자녀를 추천했으며, 지원자는 서류 전형을 건너뛰는 특혜을 받은 것이다. 금감원은 기존 논리의 연장선에서 최 전 원장의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단순 임직원 추천은 채용비리가 아니다"며 그를 비호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금감원의 해명은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채용비리 검사 전반의 신뢰도까지 떨어트리는 상황을 초래했다. 결국 최 전 원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하고, 최 전 원장의 의혹에 대한 하나은행 특별검사가 다시 이뤄지면서 채용 비리 기준이 임직원 추천 등으로 확대됐다.
 
이후 채용비리 검사 항목에는 학력차별, 연령차별 항목이 추가됐으며, 미투(성폭력 고발 운동) 바람이 불면서 성차별 검사까지 확대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성차별까지 감독할 사안인가에 대해 판단이 엇갈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채용 기준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개혁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채용비리 행위를 저지른 경영진에 대해서는 은행법 등 금융법 위반을 걸어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채용비리는 형법상으로만 보면 업무방해죄에 해당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야 임직원을 해임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채용비리는 금융법 위반 사항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실제로 금감원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은행에 대한 제재가 가능한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법에서는 '금융업의 건전한 질서를 저해한 경우 금감원장이 금융위원회에 해당 CEO의 직무정지나 해임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역시 인사 개입 등 부당한 행위를 한 은행 대주주에 대한 처벌을 권고한 바 있다. 혁신위는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의 경우 회장이 이를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면, 개인의 이익 여부를 떠나 개정될 은행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장이나 임원이 특정인을 추천한다면 채용 담당자들이 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은행권은 현재 지배구조부터 채용, 인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어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에 대한 제재 실효성을 높이는 은행법 개정에 착수했다. 올해 초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은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발의 법안에 따르면 '은행의 대주주는 그 은행의 이익에 반해 대주주 개인의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은행의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서 '대주주 개인의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의 이익을 취하지 않을 목적이라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은행법 위반으로 볼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당한 경영 개입이라는 비판 때문에 당국이 금융사 재량의 인사권에 대해서는 개입을 최소화 했는데, 국민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감독이나 검사의 방향도 변화가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열린 출입기자 대상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백아란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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