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검찰 내 성적 침해행위 발생률 60% 넘어…고충처리 시스템은 미작동(종합)


권인숙 대책위원장 "높은 응답 예외적…서지현 검사 사건은 빙산의 일각"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5-17 오후 5:18:32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법무부와 검찰 내 성희롱·성범죄 등 성적 침해행위 발생률이 60%가 넘는데도 대다수 여성은 현재 마련돼 있는 고충처리 절차를 이용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가 법무부와 검찰 및 소속기관의 여직원 7407명(90.4%)에 대한 성범죄 피해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17일 공개하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대책위 조사에 따르면 성적 침해행위의 발생률이 61.6%(임용 후 3년 이하 직원의 경우에도 42.5%) 수준이었으며 여성 검사의 성희롱·성범죄 피해 경험은 70.6%로 매우 높았다. 주로 회식 장소(64.9%)에서 상급자(85.7%)로부터 성희롱·성범죄가 발생했다.
 
그러나 법무·검찰 내 259개 기관에 설치된 성희롱 고충 심의위원회의 2011년~2017년 회의 실적은 3회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성희롱 고충사건 처리 건수도 18건에 불과해 현재의 성희롱 고충처리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권 대책위원장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아주 큰 집단이라 이 정도 응답이 나온 것은 예외적"이라며 "이렇게 높은 피해 응답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서지현 검사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것을 드러낸 결과"라고 말했다.
 
전수조사에서 간담회 등을 통해 신고절차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달라질 것이 없어서'의 비율이 31.3%로 가장 높았다. 이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4.8%),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아서'(22.5%), 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18.2%) 순이었다.
 
성희롱·성범죄 사건의 공정하고 신속한 처리 기대 여부에 대한 응답도 '아니다'라는 비율이 검찰 61.4%, 기타 법무부 본부 및 산하기관 57.9%로 현재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낮았다. 실제로 성희롱 등 피해를 입었을 당시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는 응답이 검찰 66.6%, 기타 법무부 본부 및 산하기관 63.2%로 조사됐다.
 
대책위는 성희롱 등 고충사건 처리 절차와 담당 기구 등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개선안에는 지난 2일 자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법무부 내 성평등위원회 설치 권고'를 검토해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대책위는 또 소문 유포 등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법무·검찰 조직에 맞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정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사람을 추적하는 수사를 담당하는 조직인 검찰에서 성희롱 등 피해 발생 시 빠른 소문의 유포가 가능해 피해자 신상누설과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대책위는 우선 박 장관에게 성희롱 등 고충처리 시스템의 일원화와 소속기관 내부결재 폐지를 권고했다. 장관 직속으로 전문화된 담당 기구를 설치해 처리를 일원화하고, 각 기관의 모든 고충사건은 이 기구에 보고돼야 한다고 했다. 기구에는 '성희롱 등 고충처리 담당관'을 둬 소속 기관 내부의 결재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무부 '성희롱 등 고충처리 담당관'에 바로 보고해 이후 절차 진행에 관한 지휘를 받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성희롱 등에 대한 판단 주체로서 '성평등위원회'에 성희롱 등 여부의 판단과 행위자에 대한 형사절차 및 징계요구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권고했다. 대책위는 성인지적 감수성을 가진 외부전문가 70% 이상이 참여하고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않게 구성해 사건 처리 과정과 결과를 점검하고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밖에 소문 유포·불리한 인사조치 등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고충사건 처리 지침 개정과 행동수칙 마련을 권고했다. 성희롱 등 고충사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위반 시 엄정한 징계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조직 구성원들을 상대로 고충사건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교육 등 프로그램 마련도 함께 권고했다.
 
한편, 대책위는 애초 지난달 30일 종료하기로 했던 핫라인(Hot-Line) 신고센터 접수를 6월 15일까지 연장했다. 성희롱·성범죄 접수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수사의뢰 등 피해자들과 상담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 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기자실에서 성폭력 피해 실태 설문 전수조사 결과 및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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