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임대주택 님비현상①]청년이 살면 빈민주택?…"빈민아파트, 이미지에 먹칠"


주민들 재산권 침해, 혐오시설 이유로 반대…청년 주거환경 지표는 바닥권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6-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 곳곳에서 주민과 갈등을 겪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 N포세대 등 사회문제 해결이 절실한 가운데 청년들의 주거불안을 덜어줄 방안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 혐오 시설이란 이유로 사업 추진 단계에서부터 극렬하게 반대한다. 이에 서울시는 사업지 선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까지 18개 사업지를 확정하며 주민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서울시는 아예 사업 추진 지역을 비공개하는 방침을 세웠으나,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갈등은 해결될 수 없다는 회의론이 뒤따른다.
 
 
6일 청년주택 건립을 앞두고 있는 서울시 한 지역 주택가에는 '주민들의 동의 없는 임대주택 취소하라', '주민을 몰살하는 시장' 등 반대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인근 주민은 "오전 11시마다 주민들이 주변 골목을 돌며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 건립이 추진되는 청년주택은 지하 7층, 지상 35층 규모다. 주변에서 볼 수 없는 고층 건물이다. 해당 부지는 본래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4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었다. 서울시가 임대사업자에게 청년주택을 짓는 혜택으로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토지용도를 변경해줘 가능해졌다. 
 
이에 주민들은 서울시가 임대사업자에게 지나치게 폭리를 취하게 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청년주택을 제외한 인근 주택가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낙후된 상태다. 청년임대주택이 불평등을 야기하는 셈이다. 이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게 내심 인근 주택가까지 토지용도 변경을 바라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청년주택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은 표면적일 뿐 앞뒤 논리가 안 맞는다"며 "주민이 원하는 건 주택가 토지 용도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되는 혜택을 누리려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청년임대주택을 반대하는 플래카드. 사진/뉴스토마토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또다른 이유는 슬럼화다. 집값이 하락할 것에 대한 우려에서다. 최근 청년주택 건립이 추진되는 서울 모처의 한 아파트에선 입주자대표가 '빈민아파트가 지어지면 지역 이미지에 먹칠을 할 뿐만 아니라, 차후 혐오시설로 변질돼 재산가치 하락이 예견 된다'고 건의문에 적시한 게 밝혀져 세간에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4월 청년주택 1호 사업을 추진할 때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해당 지역 인근 주민들은 청년주택 임대료가 저렴해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떨어뜨릴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라는 시각도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집값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민달팽이유니온 및 임대주택 거주자, 예비입주자들이 대형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민 반발이 심해 서울시는 사업 계획을 한차례 조정한 바 있다. 청년임대주택이 주춤한 사이 청년들의 주거환경 지표도 바닥권을 헤맨다. 국토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7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RIP)은 18.9%로 일반가구(17%)에 비해 1.9%포인트 높고,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부담도 80.8%로 일반가구(66.0%)보다 높았다. 청년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은 10.5%로 신혼부부(3.3%), 노인가구(5.3%)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또 청년가구는 지하·반지하·옥탑 거주 비중(3.1%)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열악한 주거현실을 보여준다.
 
강미나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들은 주로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주거비 부담이 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택 공급을 늘리고 청년을 위한 주거급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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