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직판사 "대법원장, 관련자들 고발 안 하면 직무유기"


차성안 판사,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편지’…"법대로 고발절차 취해달라"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6-13 오전 12:00:1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로부터 뒷조사를 당한 현직 법관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사법농단(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 관련자들을 직접 검찰에 고발할 것을 공개 제안했다.
 
차성안 수원지법 판사(현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35기)는 12일 자신의 SNS 게시판에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차 판사는 이 글에서 “대법원장님의 의견수렴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온 듯 하지만 거의 대부분 정무적 의견”이라고 지적하고 “대법원장님을 위한 출구전략으로, 수사협조 선언 등의 여러 방안들이 고려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발전위원회, 법원장 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 어디서도, ‘법대로 하는 출구전략’을 의견으로 드리는 곳이 없는 듯하여, 제가 의견을 드려본다”며 “(이 편지를)대법원장님 외에, 법원 행정처장님, 윤리감사관님에게도 메일로 보내드릴 예정이고, 소통의 창에도 접수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 판사는 먼저 지난 8일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언급한 국정조사 대안에 대해 “강제력 면에서 실효성이 거의 없는 대책이고, 탄핵은 이미 법원을 나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차장, 박병대 전 처장 등의 퇴직법관에게는 징계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과도 없다”면서 “결국 국정조사, 탄핵, 징계는 수사의 대안이 전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조사, 탄핵, 징계로 해결하자는 이야기는, 수사해서 제대로 밝히기 싫다는 속내와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법원장이나 행정처장, 윤리감사관 중에서, 기존의 통상적인 법관의 징계 검토과정에서 형사범죄 발견시 고발하는 절차를, 지금 이 사안의 경우에 그대로 거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면서 “그것은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또 “이제는 수사 필요성 자체를 현재 상태에서 부인하는 분들은 극소수인 듯 하다”면서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명확히 수사필요성을 인정했고, 법원장회의 내용에 대해서도 한 고등부장판사님은 수사 반대의사를 표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수사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우선 수사 대상에 대해 차 판사는 “수사가 명백히 필요해 보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처장, 임종헌 전 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 등을 특정하고, 그 외에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판단되는 자 정도로 특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료는 복원된 400여개 파일을 제공하고, 하드 디스크나 기타 저장매체 복원자료는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추가적 디지털 포렌식 절차에 협조하되, 법원, 수사기관, 시민단체 내지 변호사 단체, 문제된 사건관련자 대표 등의 참여절차 및 전체 녹화 절차를 정하여, 수사에 필요한 범위로 적절히 그 이용정도를 협의하면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고발 주체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법관징계업무편람이나 관행, 기존의 비위법관 고발등의 사안이 있다면, 거기서 그 주체를 누구로 정하고 있는지를 봐야 할 것이고, 명확한 규정이 없다면 결국 행정부 징계업무편람처럼, 해당 기관의 장이 고발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개인별 징계자료를 정리해 올린 윤리감사관이 행정처에 속하므로, 행정처장이 고발의 주체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대법원장에게 그 자료를 올렸다는 점에서 대법원장이 원한다면 고발의 주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차 판사는 편지글 말미에 “법에 따른 고발절차를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거부하신다면 저는 정면비판이든, 사퇴요구든, 직무유기든 적절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면서 “법대로 고발절차를 취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추신을 통해 “대법원장이나 행정처장이, 고발하거나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것이라는 논거는, ‘나나 내 동료 판사는 소신이 없어, 대법원장 고발시 재판할 때 눈치를 안볼 수 없다. 그러니 재판 독립 침해다’라는 류의 심각한 법관관료화의 부끄러운 자기고백“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수의 판사들이, 이상하게 특별히 판사들이 범죄수사대상이 되는 이번 사안에 한하여 법령에 따른 고발의무의 면제를 요구하고, 대법원장이 그걸 받아들여 고발하지 않는 직무유기 행위가, 오히려 소극적 수사, 재판의 신호를 장래의 담당판사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전체 대법관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 해결에 대한 법원 내부의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두 들었다. 지난 5일 열린 사법발전위원회 회의와 전날 개최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검찰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결론이 났다. 다만, 법원이 직접 고발주체가 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부장판사회의와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법원차원의 형사조치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김 대법원장은 이르면, 6.13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14일이나 15일쯤 이번 사태에 처리에 대한 최종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전체 대법관들과의 간담회를 끝으로 사법농단 사태 처리에 대한 법원 내부의 의견을 모두 청취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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