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중국에 수혜…일본은 '초조'


쌍중단 힘 실릴 가능성…아베 "납치자, 북과 직접 협의"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6-13 오후 4:51:08

[싱가포르 =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6·12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한반도 주변국들의 계산기 두드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일본·러시아는 표면적으로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날 북미 정상 간 공동합의문 발표 직후 “북한을 둘러싼 각종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걸음이 될 것”이라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 추진에서 중요한 진전”이라며 “북미 정상이 내린 정치적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회담 자체는 당연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속내는 다 다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중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선을 그으면서도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따른 과도한 비용 문제를 이유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그간 강조해온 ‘쌍중단’(한미 군사훈련과 북한 핵개발 동시중단) 방침에 힘이 실린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이 선행되고,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방문 시 자국 전용기를 이용하는 등 한때 삐걱거린 북중관계가 회복된 것 역시 성과다. 한반도 문제의 책임있는 당사자임을 지속 강조해 온 중국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예상과 다르게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자국의 영향력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을 열었다. 중국은 종전선언·평화협정 과정에서 자신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3일자 기사에서 향후 비핵화 실천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중요한 존재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북한 또한 향후 미국과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국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중국 전용기 사진을 노출시킨 것을 놓고 ‘중국이 북한을 후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북미 양국 사이에만 이뤄질 것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전체의 안보체제 구축 논의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긍정적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이것을 환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지원과 구체적 제안 제기 차원에서 실질적인 최대한의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입김이 계속 강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 문제에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 주석은 8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이 정착되는 데 관심이 있다”며 향후 보조를 맞춰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내 가장 큰 현안인 납치자 문제를 거론했지만 김 위원장은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북한과 납치자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해결책을 찾아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일각에선 이른바 ‘사학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설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실제 아베 총리는 관련 질문을 받고 “일본이 직접 북한과 협의해 협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이 이뤄지기까지는 경계를 풀어서는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직접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북일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납치자 문제 해결의지가 있으며 북일 사이 물밑 접촉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북미 수교보다 북일 국교정상화가 더 빠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대북제재가 해제되더라도 의회의 반대 등으로 미국의 직접투자가 요원해질 상황을 대비해 일본 자금 투입을 감안한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13일자 싱가포르 현지 신문들에 전날 있었던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대거 실려있다. 사진/뉴시스
 
싱가포르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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