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머큐리 마법' 깃든 퀸의 음악…'전설'이 되다


환상적 고음에 스펙트럼 넓은 ‘아름다운 록’…47년 밴드사 집약한 디스코그라피 북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6-14 오후 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하마터면 ‘그랜드 댄스(Grand Dance)’나 ‘리치 키즈(Rich Kids)’ 같은 흔한 이름으로 부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47년 간 세계 대중 음악사의 한 획을 그어온 ‘퀸(Queen)’의 탄생 비화는 여느 밴드만큼이나 흥미진진한 것이었다.
 
“너희들 왜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냐? 더 독창적인 걸 하란 말이야. 좀 더 감정 표현을 강하게 하라고!”
 
1970년 4월 자신의 성을 머큐리로 개명한 프레디는 밴드 만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거침 없이 퍼부었다. 레드 제플린 같은 무거운 록 사운드가 주류였던 시절이었지만 그것 만으로는 스스로의 예술 세계를 충당하기에 한참이나 부족했다.
 
록적 폭발을 기반으로 삼되 팝적 감각과 시각적 볼 거리를 뒤섞는 것. 미대생이었던 머큐리는 자신이 구상한 이 밴드의 지향성을 직접 그린 ‘불사조 로고’와 함께 강렬한 한 단어로 응축해낸다. ‘퀸’
 
“그건 그냥 이름이죠. 명백하게 고급스럽고, 화려하고, 강한 이름이고, 매우 보편적이고 직접적이죠. 수많은 해석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있기도 하고요.”
 
밴드 '퀸'의 프론트맨 프레디 머큐리. 사진/뉴시스
 
퀸의 역사가 신간 ‘퀸(QUEEN) 보헤미안에서 천국으로’라는 책 한 권에 담겨 나왔다. 데뷔 초창기부터 머큐리의 죽음, 그 이후의 활동들을 전곡 해설을 중심으로 설명한 연대기적 바이블이다. 라이브 클럽 ‘공간 비틀즈’의 운영자이자 음악 작가로 활동하는 정유석씨가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다듬어 펴냈다.
 
머큐리의 의미부여처럼 퀸은 시작부터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모색했다. 밴드명과 동명인 데뷔 첫 앨범은 글램 록을 지향하면서도 포크나 재즈적 접근으로 장르적 폭을 확대하고 있었다. 브라이언 메이(기타리스트)의 치밀한 기타 플레이, 로저 테일러(드러머)와 존 디콘(베이시스트)의 폭발적이고 안정된 리듬감이 머큐리의 환상적인 고음에 섞여 당시 주류 록 음반과는 다른 ‘무엇’을 만들어 냈다.
 
저자는 “머큐리는 퀸이 어떤 밴드인지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방법이 데뷔 앨범의 첫 곡 ‘킵 유어셀프 어라이브’를 연주하는 것이라 했다”며 “레드 제플린 사운드와의 유사성에 대한 꼬리표가 따라 붙긴 했지만 장래성 있는 밴드의 데뷔 앨범이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한다.
 
이후 머큐리는 스스로 창조한 ‘라이’라는 판타지 세계를 기초로 밴드의 실험을 팝과 뮤지컬, 오페라로 확대해 간다. 특히 1975년 오페라 록 형식으로 선보인 ‘보헤미안 랩소디’는 머큐리의 천재성과 음악적 지향점이 압축적으로 표현된 곡이다. 아카펠라 인트로로 시작해 발라드, 기타 솔로, 오페라, 하드록이 6분짜리 한 곡에서 흐른다. 멤버들이 마름모꼴로 얼굴을 내밀고 노래 부르는 뮤직비디오는 퀸의 상징이 됐고 ‘보는 음악의 시대’를 이행시킨 결정적 계기도 된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Queen)’. 사진/뉴시스
 
다양한 장르의 시도를 두고 슈퍼마켓식 록을 한다거나 엘리트 주의에 찌들어 있다는 언론의 공격을 받기도 했으나 머큐리와 멤버들은 계속해서 ‘퀸’ 만의 장르를 공고히 해나갔다.
 
1970년대 후반 ‘위 윌 록유’와 ‘위 아 더 챔피언’은 세계인들을 하나로 잇는 상징가와 같았으며 1980년대 초반 데이비드 보위와 합작한 ‘언더 프레셔’는 “압박적인 삶의 무게를 ‘사랑’으로 극복하자”란 메시지로 명곡의 반열에 올랐다. 콧수염과 선글라스, 타이즈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머큐리의 패션은 퀸의 음악을 시각화한 ‘마법’이기도 했다.
 
스스로 양성애자임을 밝힌 머큐리는 생전 언론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1990년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후에는 동성애 혐오관을 조장하는 언론들과 싸워야 했고 무수한 추측성 보도에 휘둘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병마와 언론 공격에 맞서며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을 몸소 보여줬다. 홀쭉해진 얼굴을 분장으로 가리면서까지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곡을 썼으며 노래를 불렀다. 보컬과 피아노 파트만 남겨둔 ‘어 윈터스 테일’, ‘마더 러브’, ‘유 돈 풀 미’ 등은 훗날 퀸의 멤버들에 의해 ‘메이드 인 헤븐’이란 앨범으로 완성된다.
 
‘머큐리 마법’이 깃든 퀸이란 역사는 그를 추모하는 뮤지션들과 팬들의 사랑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엘튼 존, 애덤 램버트 등은 퀸의 나머지 멤버들과 협연하며 머큐리를 기렸고 주크박스 뮤지컬 ‘위 윌 록 유’는 전 세계에 상연돼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올해 말에는 머큐리의 전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전 세계적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음악평론가 남무성씨가 서문을 썼다. “퀸 만의 강점이라면 오페라틱한 보컬 편곡과 코러스 중심의 사운드 디자인이 아닐까 합니다. (중략) 글램 록의 화장술에 아레나형 웅장미를 들려주는가 하면 악장 형식의 구성으로 프로그레시브 록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한때 이런식의 교묘한 짜깁기가 이도저도 아니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에 와서 보면 록 음악을 퀸만큼 유니크하게 미장센한 밴드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퀸의 음악은 오직 퀸만의 것입니다.”
 
'Queen 보헤미안에서 천국으로'. 사진/북피엔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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