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무늬만 후분양제…계륵되기 전 바꿔야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7-02 오후 4:12:53

반듯한 내 집 장만이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내 집 마련을 위해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7년이다. 알뜰살뜰 월급을 모아야 비로소 내 집을 갖게 된다. 그렇게 힘들게 집을 구해도 하자가 발견돼 실망하기 일쑤다. 선분양 제도 아래 숱하게 지적받는 문제다. 두 다리 뻗고 잘 보금자리를 직접 확인하고 구입하고 싶은 게 실수요자들 바람이다.
 
정부가 이에 부응해 부실시공을 해결하기 위한 '후분양제 로드맵'을 지난 28일 발표했다. 발표를 앞두고 시장은 부실시공 우려를 말끔히 씻어줄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하지만 반응은 당초 기대와는 영 딴판이다. 되레 '반쪽짜리 정책'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2004년 노무현정부 때 제시된 정책보다 여러모로 후퇴했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비판이 나오는 지점은 '공정률'이다. 정부는 후분양 시점의 공정률 기준을 80%에서 60%로 낮췄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60% 공정률의 경우 건물 외관도 다 안 올라가 품질을 보증하기 어렵다고 한다. 나머지 40% 공정에서 부실 문제가 불거질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후분양제 도입 시기가 불명확한 것도 문제시 된다. 정부는 공공부문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민간부문은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만 정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후분양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구체적인 단계별 시나리오는 제시하지 않고 한발 물러섰다. 하물며 민간분야는 자율적 참여를 권했다. 건설업계에선 공공택지 우선 제공, 저리 자금 대출 등 인센티브보다 자금 부담이 더 크다며 냉랭한 반응이다. 과연 후분양제가 언제쯤 정착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물론 정부가 건설산업 위축에 따른 일자리 감소, 중소 건설사의 부담을 고려했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는 수년째 반복돼온 부실시공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이는 주택 수요자만의 문제가 아닌 국내 건설산업의 신뢰와 발전과도 맞닿아 있다. 부실시공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 한국 건설산업의 불신을 걷어내지 못할 경우 주택 사업을 넘어 해외 수주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내놓은 ‘무늬만 후분양제’는 중소 건설사의 부담을 줄이지도, 주택 구매자들의 불안감을 타파하지도 못하는 계륵에 불과하다. 게다가 업계에선 어정쩡한 대책이 중소 건설사들의 자금 부족을 야기해 오히려 부실시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효성 없는 후분양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 이제라도 정부는 제대로 된 후분양제 실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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