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김후정 유안타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펀드, 화초 키우듯 관리해야"


"공모펀드 활성화 중요해…사모펀드 편중 우려"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7-09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저금리 탓에 은행에 돈을 맡기면 현상 유지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원금 손실이 걱정돼 주식에 직접 손을 대기도 쉽지 않고…"
 
상당수 개인이 가진 재테크에 대한 고민이다. 하지만 아무리 걱정이 크더라도 자산 증식을 위한 금융투자시장 진입은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금융투자에 필요한 정보와 시간이 부족한 개인이 고민을 덜고 원금 손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가 금융투자상품을 통한 간접투자다.
 
펀드는 가장 대표적인 금융투자상품이다.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화되면서 예전보다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펀드가 자산의 크기와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금융투자상품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하루가 다르게 그럴듯한 이름을 달고 등장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대부분 펀드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도 펀드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유용한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저금리 시대 자산 증식에 고민이 많은 투자자를 위해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을 만나 조언을 들어봤다. 김 연구원은 10여년간 펀드를 분석하면서 펀드 상품과 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오고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사진/유안타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다. 펀드 분석에 특별한 관심을 두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나.
펀드 애널리스트라는 직함은 2008년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으로 오면서 갖게 됐는데 당시는 국내 펀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객은 물론이고 창구에 있는 직원을 비롯한 증권사 내부에서도 펀드에 대한 분석과 전망 등의 정보 수요가 급격히 많아졌던 시기다. 수요가 늘면서 증권사에서도 펀드 애널리스트를 두기 시작했고 펀드평가사에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컨설팅을 하던 중에 자리를 옮기게 됐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펀드 애널리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이 일을 할 때만 해도 펀드 애널리스트 숫자가 적지 않았다. 대형 증권사 중에는 펀드 팀을 따로 구성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인원이 많았다. 하지만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펀드 분석 전담 부서와 인력이 줄었다. 다만 최근 들어 과거에 펀드 분석을 전담하던 분들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사라지게 된 이유가 있나.
금융투자상품은 수익을 내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렇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크다. 국내 펀드 시장이 급성장 할 때 중국 등 일부 지역 펀드에 투자자들이 몰렸는데 상당수가 큰 손실을 보면서 펀드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지 못하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펀드를 10년 넘게 바라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고 그로 인해 투자자들도 자산 증식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조금 전 얘기한 것처럼 국내 투자자들이 일부 지역의 펀드에만 집중 투자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그러면서 펀드와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로 낮아졌다. 이후에 투자자의 손실을 만회하고 신뢰를 회복할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손실을 본 적이 있더라도 이후에 수익을 경험하면 투자자들이 돌아왔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신뢰가 낮다 보니 유망 지역과 상품이 나와도 투자자를 끌어 올 수 없었다. 미국 펀드가 대표적이다. 수년 전부터 미국과 관련 펀드에 대한 투자에 대한 밝은 전망을 토대로 전문가들이 추천했지만 관심을 보인 투자자는 많지 않았다.
 
신뢰 상실이 투자자의 자산 증식 기회를 잃게 만든 것이다. 당시 더 많은 투자자가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들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개인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로 봐도 재산이 더 늘어났을 것이다.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공모 펀드 활성화가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투자자가 소수로 제한되는 사모펀드보다는 다수가 투자할 수 있는 공모 펀드가 활성화돼야 수익을 경험·공유하는 사례도 많아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높일 수 있다. 현재 펀드 시장은 사모가 중심이 되는 모습인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일반 개인투자자와 자산가 사이의 빈부 격차도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
 
-공모펀드 활성화는 어떤 방법으로 가능한가.
기본적으로 기존 펀드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과 함께 규제 완화 등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펀드를 만드는 자산운용사들은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싶어도 편입 비율 제한 등의 규제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모펀드는 상대적으로 자금의 여유가 적은 일반 투자자가 참여하는 상품이라 보호장치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일정 정도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규제 완화만 답은 아니다. 최근 나온 코스닥벤처펀드처럼 새로운 시장 열어주는 것도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벤처기업 신주뿐 아니라 기존 주식, 공모주, 기업어음 등 주식 관련 사채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 시장을 넓혔다.
 
-오는 9월부터 우체국에서도 펀드 가입이 가능해졌다. 이런 것도 공모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나.
머니마켓펀드(MMF)와 국공채펀드, 주식편입 비율이 낮은 채권형 펀드 등 위험도가 낮은 상품만 판매하기 때문에 당장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판매 가능 상품의 범위가 주식형 등 펀드 전반으로 넓어지면 적지 않은 이바지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판매 가능 상품 범위 확대에 앞서 불완전판매 등을 방지하기 위한 직원 교육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사진/유안타증권
 
-투자자들에게 좋은 펀드 고르는 법을 조언해달라.
운용전략이나 투자 자산, 편입 비중 등에 따라 펀드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어떤 펀드가 좋고 나쁘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떤 펀드가 좋다는 주변의 말만 듣고 가입을 한다거나 개별 펀드에 초점을 맞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펀드 투자를 하더라도 본인의 전체 자산이란 큰 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선 전체 자산 중에서 펀드를 포함한 위험자산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지를 정해야 한다. 펀드 투자 비중은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손실 위험 정도로 보면 된다. 처음 투자를 하는 경우라면 자산 중 펀드 비중을 최소한으로 한 뒤 자신의 손실 감수 수준을 테스트하면서 늘리는 게 좋다.
 
-자신에게 맞는 수준의 펀드 투자 비중을 찾은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른 자산과 펀드(또는 위험자산) 비중을 찾았다면 그 수준을 유지해가면 된다. 예를 들어 처음에 7대3이었는 데 주식시장이 하락해 위험자산 비중이 2 정도로 줄면 투자금을 더 넣어서 3으로 맞추는 식이다.
 
-특정 업종 등에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상품에 투자하고 싶은 경우라면 어떻게 하나.
특정 섹터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너무 좁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공격적인 상품에 투자하고 싶다면 위험자산 중 20~30% 정도만 편입하는 게 좋다.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펀드를 중심에 두고 위성펀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투자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방법이 없나.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타깃 데이트 펀드(TDF, Target Date Funds) 같은 상품 가입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 TDF는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자산 증식이 필요한 때는 주식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다가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펀드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운용된다. TDF는 미국에서 대중화된 상품인데 국내에서도 2016년 700억원 수준이던 운용 규모가 지난해 7500억원, 올해 1조원 수준까지 커졌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통일펀드가 다시 주목을 받는 것 같다.
통일펀드는 하반기 이후부터 유망 펀드로 관심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경제 협력 가능성이 높고 북한의 경제 개발에 따른 수혜를 생각한다면 통일펀드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경제 협력이 늘어나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고 코리아디스타운트 해소도 주식시장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통일펀드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많이 오를 것은 분명하지만 통일과 관련된 투자는 계획과 실행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주가지수가 통일 이후 28년간 7배 상승했다. 많이 올랐지만 그만큼 시간도 적지 않게 걸렸다는 얘기다. 아울러 독일펀드로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은 투자자는 장기투자자가 대다수였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남북경협주가 이슈에 따라 급등했다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였는데 통일펀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지 않나.
통일펀드는 변동성이 큰 경협주만 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자산운용사들도 통일펀드가 안정적인 중장기 성과를 꾸준히 내는데 필요한 전략을 만드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한마디만 조언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겠나.
자신의 자산을 늘 점검하라는 것이다. 수익률이 어떻게 변했는지 매일 들여다보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2~3개월에 한 번은 점검하면서 시장 상황이나 개인 사정의 변화 등에 맞게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 화초를 키우다 보면 물을 줘야 할 때가 있고 가지치기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 것처럼 상황에 따라 자산 재조정이나 추가 투자, 환매 등의 대응을 해야 한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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