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녀’ 조민수, 이름의 무게를 알게 된 사연


배역 원래 ‘남자’, 감독 ‘조민수’ 이름에 단번에 ‘여성’ 전환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7-09 오전 11:26: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개봉 이전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었다. 하지만 개봉 이후 관객들의 선택은 달랐다. 영화 ‘마녀’에 대한 평가라기 보단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에 대한 스타일의 문제였던 듯 싶었다. 충무로 최고의 인기 시나리오 작가였다. 하지만 연출로 돌아선 뒤 큰 기대를 모았지만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세계’의 대박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평가는 극단적으로 나뉜다. 영화 ‘마녀’를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 나선 중견 배우 조민수는 이런 평가에 경험과 웃음으로 대처했다. 숱한 필모그래피 그리고 그 어떤 것과 비교해도 무시할 수 없는 이른바 ‘짬밥’은 박 감독에 대한 평가를 다시 세우는 것도 필요한 듯 보였다. ‘마녀’가 단지 박훈정의 신작이란 점도 그렇고 자신의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란 점에서도 그는 불필요한 관심이라고 했다. 오롯이 재미있는 영화로서 대중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란다.
 
배우 조민수. 사진/워너브러더스
 
아직 영화가 개봉하기 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조민수다. 많이 들떠 있었다. 오랜만에 놀이터에 나온 어린 아이의 설레임이 얼굴에서 드러났다. 올해 54세, 데뷔 33년차다. 영화는 2014년 ‘관능의 법칙’ 이후 4년 만이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중년이 훌쩍 넘은 여배우에겐 ‘마녀’ 같은 장르 영화의 캐스팅 제안은 이젠 사실상 ‘언감생심’이다. 그 역시 충분히 알고 있다.
 
“영화 속 제가 연기한 ‘닥터 백’은 사실 남자 캐릭터였어요. 원래도 남자였고, 박 감독도 남자 배우로 캐스팅 진행을 하고 있었다고 했구요. 저한테 올 배역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투자 배급을 맡은 워너브러더스 측에서 ‘여자로 바꾸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박 감독에게 먼저 했대요. 당연히 박 감독도 ‘노!!!’를 외쳤죠. 그런데 ‘조민수면 어떻겠냐’고 다시 제안을 했대요. 그때서야 박 감독이 ‘그럼 오케이!!’라고 승낙을 했대요. 이런 영광이 어디 있어요. 이 나이에(웃음)”
 
그는 자신을 믿고 배역의 성별까지 바꿔 선택해 준 박 감독과 투자 배급사의 믿음에 절대적으로 보답하고 싶었단다. 절대 실수 하지 말기. 그리고 그 어떤 누구보다 ‘닥터 백’을 섬뜩한 악역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철저한 연구와 함께 박 감독이 생각하는 ‘닥터 백’의 그림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뜻밖의 주문이 왔다. 30년이 넘는 연기 내공이 무색할 정도로 사실 좀 당황했단다.
 
배우 조민수. 사진/워너브러더스
 
“별의 별 악역 캐릭터를 다 가져다 질문했어요. 유명 배우들의 악역 리스트를 거의 좔좔 외우며 어떤 느낌이 좋을지 물어봤는데. 대답이 딱 하나였어요. 약간 당황해 하며 ‘선배님 그냥 사람이요’ 이러잖아요. 와, 이거 어쩌지? 머리가 백지가 됐고, 베이스부터 다시 시작했죠. 조각조각 쪼개면서 ‘닥터 백’을 만들어 갔어요. 자기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 사람 다룰 때 거침 없는 사람,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 등등. 모든 인물의 조건을 하나하나 가져다 붙이면서 만들었죠.”
 
그의 설명처럼 스스로가 모든 것을 녹여 내면서 ‘마녀’에 올인 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개봉 전부터 그리고 개봉 후에도 좋지 않은 평을 쏟아내는 이른바 안티팬들이 많았다. 그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또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의 스타일을 자신도 오해하고 있었지만 이 영화 이전부터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었기에 문제는 없었다고.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것은 전 충분히 이해되요 그런데 함께 작업을 하고 경험한 나로서는 ‘이게 박훈정이다’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할리우드 영화가 너무 빠르잖아요. 우리 스스로가 빠르게에 길들여져 있어요. 그런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우리가 반대로 거기에 따라갈 필요도 없잖아요. 더군다나 이게 작년 박 감독의 영화 ‘브이아이피’ 시시회 이전에 받은 거에요. 그때 감독님이 그러더라구요. ‘마녀는 캐릭터 위주의 영화다. 꼭 그렇게 갈거다’라고. 믿음이 확실하게 생겼죠.”
 
배우 조민수. 사진/워너브러더스
 
‘마녀’ 개봉 이후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영화 후반부에 30여분 동안 몰아치는 액션 분량이다. 모든 배우들이 와이어 액션을 선보인다. 수위가 엄청날 정도로 격렬하다. 마블 히어로 영화의 맛과는 전혀 다른 아날로그식 타격음이 스크린을 통해 울려 퍼진다. 조민수는 이 장면을 설명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사실 그도 ‘마블 광팬’이며 액션 마니아라고.
 
“저도 마블 영화 되게 좋아해요. 액션도 엄청 좋아하고. 근데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게 같은 수는 없잖아요. 하하하. 누가 시켜줘야 하지. 이번에 나도 정말 하고 싶었는데 뭐 배역이 그러니 못했죠(웃음). 마지막에는 현장에 촬영하면서 누워 있는데 와이어 타고 날라 다니는 후배들 보면서 혼자 ‘좋겠다’라며 감탄 했다니깐요. 하하하. 모르죠. 1편이 잘돼서 2편이 나오면 그땐 나도 박 감독에게 적극적으로 어필 한 번 해보려구요. 아 맞다. 그래도 이번 영화에선 ‘총’도 맞아 봤네. 여배우 중에 총 맞아 본 경험 누가 있나? 하하하.”
 
최근 들어 여배우에 대한 영화계 현장의 ‘니즈’가 다양화 되는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다. 이번 ‘마녀’ 역시 신예 김다미를 주인공으로 했고, 전통적인 악역의 이미지를 파괴하는 중심에 조민수가 서 있게 됐다. 영화 전체 역시 여성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스토리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조민수는 분명 좋은 현상이라고 반가워 했다. 물론 그 흐름 자체를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에선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우 조민수. 사진/워너브러더스
 
“할리우드 영화의 그런 흐름은 분명한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도 그렇다고 따라간다? 우리의 삶과 그들의 삶이 다른데 그걸 다른 분위기와 이야기에 녹여낸다면 거부감이 들겠죠. 나도 1980~90년대에는 판사 검사 의사 같이 그 당시의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맡았지만 무조건 정장에 바지 차림을 해야 할 정도로 감독이 여성 배역에 요구하는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었어요. 다음에 새롭게 등장한 여성 직업이 의상 디자이너였고. 그런 식으로 그 정형화된 이미지가 점점 넓어졌지만, 현실의 여성들과는 많이 다르죠. 너무 앞장서 나가니까 공감도 안 되고, 소위 ‘깨진’ 영화도 많았고. 성급하지 않게 갔으면 좋겠어요.”
 
그는 ‘마녀’가 꼭 성공했으면 한단다. 자신이 애정을 갖고 오롯이 집중한 작품이기에 그런 감정이 드는 것만도 아니다.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위주로만 상업 영화 시장이 형성돼 가는 모습이 조금은 안타까운 점이다.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도 유명한 조민수다. 물론 풀뿌리 개념의 독립영화 시장이 활성화 되야 한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지점이었다.
 
배우 조민수. 사진/워너브러더스
 
“나 역시 100억짜리 대작 영화에 출연하고 싶죠. 정말 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요? 뭐랄까.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지는 느낌이에요. 우선은 30억짜리 중급 영화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시장이 다양해 지는 쪽이 우선이라고 봐요. 대작 영화들은 사실 그게 다 그 내용들이잖아요. 다들 비슷해요. 지금의 분위기를 바꾸려면 탄탄한 내용을 갖고 있는 허리 개념의 영화가 좀 더 강해질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기 바래요. 그러면 독립영화도 좀 더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바닥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밑으로 내려가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바랍니다. 그냥 내 욕심이에요(웃음). 우선 ‘마녀2’가 나오면 거긴 꼭 다시 나오고 싶고. 그것도 내 욕심!!!(웃음)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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