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개성공단 보험금 환수 방침에…입주 기업 "재입주 안한다" 반발


"개성공단 중단으로 영업손실…토해낼 돈 없어"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7-09 오후 2:45:01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지급했던 경제교류협력보험금을 다시 환수하기로 하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벼룩에 간 빼먹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오히려 기업들은 "돈이 없어 빚내서라도 보험금을 환수해야 할 판"이라며 "차라리 돈안내고 개성공단에 입주 안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일 수출입은행은 최근 남북 판문점선언과 북미정삼회담으로 한반도가 화해 모드로 돌아서자, 개성공단 재개 상황을 고려해 경협보험금 환수를 검토 중이다.
 
2016년 이후 개성공단 입주기업 214곳에 지원된 경협 보험금은 총 3016억원에 달한다. 경제협력보험 약정에 따르면 개성공단 재가동 시 그간 지급됐던 보험금은 전액 환수가 원칙이다.
 
수은 관계자는 "경협보험은 손해보험 형식으로 기업의 건물, 설비 등 투자 자산에 대한 보험금"이라며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기업들이 사용하지 못했던 자산을 다시 활용할 수 있으니 보험금을 회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금난으로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이 보험금을 토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A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장은 "현재 보험금을 환수할 여력이 전혀 없다"며 "정부가 대책 없이 무조건 돈을 내라고 겁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기업은 2016년 개성공단에서 쫓겨나기 전만해도 우수중소기업으로 꼽힐 정도로 재무건정성이 좋았다. 하지만 2017년 결산기준 수십억 적자를 봤다. 정치적 리스크로 우수기업에서 불량기업으로 내려앉은 셈이다.
 
은행 대출을 통해서 보험금을 내려고 해도 녹록치 않다. A기업 사장은 "이미 신용등급은 개성공단 중단 전보다 4~5단계 떨어졌다"며 "대출해서 보험금을 토해내고 싶어도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일부 기업들은 보험금으로 국내에 공장을 운영하며 어느정도 손실을 보전하고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이다.
 
B기업 관계자는 "보험금으로 국내에서 공장을 설립한 기업들은 전체 중 10% 남짓"이라며 "대부분 기업들은 개성공단 설비 투자의 빚을 갚는데 보험금을 다 써버렸다. 돈을 만져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개성공단 재입주를 포기하려는 상황이다.
 
한 개성공단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보험금 전액 환수를 진행하면 대부분 기업들이 재입주를 포기할 것"이라며 "개성에 비싼 설비를 놓고온 기업만 울며겨자먹기로 보험금을 토해내고 재입주한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정부는 경협 보험금 상환에 대해 명확한 로드맵이 없는 상태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금은 개성공단 가동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환수방안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재입주 여부에 관해서는) 기업들의 자산과 관련된 것이니 기업들이 알아서 해야할 사안이다. 정부가 말할 수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A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장은 "정부는 앵무새처럼 개성공단 재가동이 결정돼야만 검토할 수 있다고만 말한다"며 "기업입장에서는 시설개보수, 주재원 인원, 자금 등 세워야할 계획이 많아 미리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정부가 안보를 근거로 중단할 때만해도 정부의 입장을 믿고 따랐다"며 "그런데 현 정부는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며 번복했다. 결국 기업들만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장 가동이 한창이던 2008년 개성공단 공장 모습.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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