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종합검사 3년만에 부활…'금융 검찰' 역할 강화


노동이사제 도입 공청회 추진...금융사 내부통제 집중점검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7-09 오후 4:07:00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 종합검사를 3년만에 부활시킨다. 금융권 검사의 실효성을 높이고, 개별 금융회사의 경영실태를 큰 그림에서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금감원의 '금융 검찰'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개혁 호랑이'로서의 발톱을 취임 2개월차에 비로소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원장이 9일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과제'에서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대목은 종합검사 제도의 부활이다. 금감원은 올해 4분기부터 금융회사의 경영이 소비자보호 등 감독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종합검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2~3년마다 관행적으로 시행하던 과거 종합검사와 달리, '유인부합적 방식'을 택했다. 모든 금융사에 대해 종합검사를 적용하는 게 아니라, 금감원에 경영실태를 제대로 보고했는지 등을 가려내 선별적으로 종합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날 윤 원장은 "감독과 검사의 기능은 동전의 앞뒷면같다"며 "종합검사가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회사한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종합검사를 하는 것이 감독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과거 교수 시절에도 금감원의 종합검사 축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었다. 지난 2015년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수검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종합검사를 폐지한 바 있다. 당시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로 재직했던 윤 원장은 이런 당국의 결정을 두고 "금융감독의 독립성 약화와 금융산업 위험의 증폭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금감원은 ▲지배구조 개선 ▲가계대출 관리목표 ▲적정 자본 보유 등 개별 금융사에 대한 감독 기준을 살펴보고, 내부감사협의제 운영 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4분기부터 종합검사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특히 윤 원장이 '금융사들과의 전쟁'을 언급하며 감독 역할의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만큼, 검사·제재 수위도 전반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법규 위반이 명백한 경우에는 제재 조치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정보를 대외에 공개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을 통해 '황제 경영'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이 제도는 민간 금융회사에 노조나 소수주주가 추천하는 노동이사 1명을 이사회에 두도록 하는 방식이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인 반면,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노동자가 추천한 전문가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다만 큰 틀에서 노동자를 기업 경영에 참여시킨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민간 금융회사들은 경영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 탓에 이 제도 도입을 강하게 반발해왔다. 
 
특히 윤 원장은 지난해 말 정부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자리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제도 도입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경우 "노동이사제 도입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사실상 권고를 거부한 바 있어, 두 수장의 입장차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윤 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저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 금융회사 노사 문제가 쉽지 않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서로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논의하자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또한 "노동이사제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지 않았다"면서도 "무조건 빨리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들어보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윤 원장은 삼성증권 배당사고 등의 금융사건 원인이 내부통제 부실로 인해 생겼다고 판단하고, 전원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금융회사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를 운영할 방침이다. 또 내부자신고의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금융권 내부자신고 모범규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 원장은 "지배구조 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소비자보호에 실패한 기관 경영진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해임권고 등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한 제재를 부과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논란에 올랐던 '셀프 연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와 경영승계 계획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올해 4분기 지배구조 부문에 대한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를 강화하고, 내년부터는 금융사 지배구조·내부통제를 전담하는 전문검사역 제도를 새롭게 만든다.
 
금융회사의 감사 기능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현장검사 주기를 감사 업무의 우량과 불량 평가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 부여도 검토한다. 또 대형금융사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갑질 행위를 하지 않도록 집중 점검하고, 대주주·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가 발견되면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정기 점검할 계획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9일 여의도 본원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고 올해 4분기부터 종합검사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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