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조양호·박삼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사랑할까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7-11 오전 6:00:00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을 계기로 조 회장 일가의 각종 몰상식한 언행과 비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씨는 조경 설계업자 폭행을 비롯해 여러 차례 폭언과 손찌검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고, 큰 딸 조현아씨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등의 혐의로 관계당국에 3차례나 출두했다. 
 
조양호 회장 역시 해외 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았고 ‘통행세’ 방식을 통해 계열사로부터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고 조중훈 창업회장의 외국 보유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거액의 상속세를 탈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보강조사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둘째 딸 현민씨를 한진 계열사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올린 사실도 드러났다. 이로 인해 진에어는 항공면허 취소의 위기에 몰려 있다. 자칫하면 항공사 임직원들이 창졸지간에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노출됐다. 이렇듯 총수 일가의 갑질이 마치 화산에서 용암 흘러나오듯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의문이 생긴다. 조 회장이 정말로 회사를 사랑한 것일까.  
 
지금까지 재벌 2세와 3세의 비리가 무수히 저질러졌지만, 이처럼 온가족이 한꺼번에 연루된 것은 정말 이례적이다. 여러 기관에서 경쟁하듯 조사에 나서는 것을 보면 때로 심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들 총수 일가의 갑질 횡포가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오죽하면 대한항공 사원들이 총수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기 위한 단체 채팅방까지 만들었겠는가.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에서는 국제선 여객기가 기내식 없이 출발하는 `기내식 대란'이 벌어졌다. 이런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기내식 대란이 일어난 배경으로 기내식 공급업체에 대한 갑질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을 맡아온 업체를 상대로 1600억원 상당의 금호홀딩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입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거래를 끊었다는 의혹이다. 그 결과 이번 대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부인했지만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한 법무법인이 소액주주들을 대신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을 준비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대란의 와중에도 박삼구 회장이 딸을 계열사 상무로 밀어넣은 것은 더욱 경악스럽다. 별다른 업무경험도 없고 직위에 어울리는 경력을 쌓은 일도 없는 딸에게 임원의 직함을 준 것이다. 이번 대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와 승무원들은 큰 고통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박 회장은 직원들의 그런 고통과 여론의 질타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리어 딸을 상무에 앉힌 게 무슨 문제냐며 “예쁘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번 기내식 대란의 실무 책임자를 자신의 비서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원으로 승진시켰다는 의혹도 있다. 아무리 재벌 총수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염치 없는 일이 또 있을까. 
 
박 회장은 과거 잘못된 판단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워크아웃에 몰아넣었다. 자신도 경영권을 잃었다가 간신히 되찾았다. 그렇게 경영자로서 실패했을지언정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시 의문이 일어난다. 박 회장은 과연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사랑하고 있을까. 사랑한다면 어찌 이렇게 가당치 않은 인사를 할 수 있을까.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지난 6일과 8일 잇따라 촛불집회를 열었다. 직원들의 촛불집회는 뜻밖이다. 사실 직장인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비리나 문제점을 되도록 바깥에서 발설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직원들이 집회까지 벌이게 된 것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정리하자면, 두 항공사의 직원들은 두 총수에게 회사를 사랑하는지 묻는다. 두 항공사는 오래도록 법과 정부당국의 비호를 받아왔다. 이를테면 2006년 12월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이 제약돼 왔다. 그런 틈을 악용해 회사의 건실한 발전보다는 총수 일가의 탐욕을 채우는데 급급하지 않았는지 직원과 국민이 묻고 있다. 
 
이런 물음에 두 총수는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회사를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대답하고 싶으면 구체적인 조치로 입증해야 한다. 만약 그럴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우리의 ‘날개’를 튼튼하게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두 총수와 정부가 분명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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