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내 운명…충청인 힘모아 개헌 재점화, 행정수도 완성이 목표"


"KTX 세종역 신설 공약 실행 위해 내년 국토부에 B/C 재분석 의뢰"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7-11 오후 1:06:00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이춘희 세종시장의 학창시절은 평범했다. 반에서 1등을 해본 적도, 잘하는 운동도 없었다. 특별히 소질을 보이는 분야도 없었다. 하지만 고3이 된 어느 날 공부를 하기로 독하게 마음먹은 뒤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력에 노력을 더하자 어느새 남들이 알아주는 모범생이 됐고,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행정고시(21회, 1978년)에 합격했다.
건설교통부에 배치돼 주로 주택과 도시 분야 기획업무를 착실하게 해냈다. 이때까지도 그는 스스로를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런 그의 인생이 바뀌게 된 것은 2003년 노무현정부 때다. 분당·일산 등 신도시개발 초기 정책입안에 참여 중이던 그를 권오규 당시 정책기획수석(청와대 내 신행정수도 건설추진 업무 책임자)이 눈여겨보고 함께 일해보자고 했다.  “그때부터였네요. 착실한 공무원이 어느 큰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게.”
 
이춘희 세종시장 당선인은 6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개헌 재점화 의지를 강조했다. 사진/세종시청
 
지난 6일 세종시청 5층 시장집무실에서 만난 이 시장은 평범하게 공직생활을 하다가 민선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해 재선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이 ‘운명’과도 같았다고 했다. 그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일하면 일할수록 당시 정부의 생각과 내 생각, 모든 것이 일치했다. 그래서 보람도 느꼈다. 팔자 아니겠나. 세종시장까지 하게 됐으니 운명이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이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원안-수정-원안’의 굴곡을 겪을 때도 그는 세종에 머물러 있었다. 2006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초대 청장을 맡아 세종시 건설의 첫 단추를 꿴 것도 그다. 당시 보상금을 받고 대전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웠던 주민들을 세종에 머물도록 한 것도 이 시장이다. 지난 6월  세종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주민들에게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 은퇴 후 세종시에 다시 오겠다” 고 했던 약속을 지키게 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대한민국이 나라다운 나라가 됐고, 대북관계에 있어서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잘 풀어가면서 국민들 사이에 깊은 신뢰가 구축됐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것도 그 결과라고 했다. 
 
이 시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71.3%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호남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성적이다. 시의원 역시 지역구 17석 전체를 석권했다. 그는 조치원 등 9개 읍면 지역에서도 60%대 높은 지지율로 승리했다. 6년 전에는 읍면지역에서 30%대 지지율에 머물렀다. 민주당과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유권자의 표심을 끌어들이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지난 4년동안 세종시정을 이끌며 약속을 지키려 노력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 시장은 “공약한 것은 전부 지키려 애썼고 대부분 그대로 실행했다. 그 사이 법령이 바뀌거나 정부정책이 바뀌어서 못 한 경우를 빼고는 못 지킨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춘희 세종시장 당선인은 6·13 지방선거에서 71.3%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사진은 취임식 장면. 사진/세종시청
 
이 시장은 이제 고 노무현 대통령과 한 약속을 지킬 때라고 말했다.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하기 위한 ‘개헌 재점화’에 대한 의지다.
 
“세종시민과 550만 충청인의 힘을 모아 연내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 행정수도 개헌을 관철시킬 겁니다. 그 후속조치로 행정수도특별법을 제정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4년 동안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상징도시인 세종시 완성을 위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감사원과 여성가족부 등 추가 이전, 국제기구 유치 등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합의는 개헌할 타이밍이 지났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개헌문제가 시장인 저와 세종시민의 뜻대로 좌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세종시 시민대책위원회와 연대를 강화해 정부와 정치권에 개헌 재논의를 촉구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일하는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회에 소망하는 것이 있다고도 했다. “위헌 결정으로 반토막 난 미완의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완성하려면 개헌을 명문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자치분권 개헌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 수준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꼴찌는 창피하잖습니까! 자치단체에서도 지방재정과 지방입법이 가능하도록 자치분권에 관한 개헌을 이뤄주십시오.”
 
이 시장은 ‘KTX 세종역 신설’ 공약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세종역은 지난해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 분석결과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와 추진하지 못했다. 보통 1.0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는데 0.59로 나왔다. 하지만 당시엔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부처 이전 문제가 고려되지 않았다. 기존 계획 대비 2년이나 빠른 인구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6월 기준 세종시 인구는 30만명을 넘어섰다. 2030년 80만명 목표를 설정해둔 상황이다. 이 시장은 “연내 수요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을 정밀하게 분석해 내년에 국토교통부에 다시 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충청북도와의 갈등은 풀어야 할 문제다. 그동안 세종역 신설 문제로 충북도 자치단체와 마찰을 빚은 터다. 충북도는 세종역 설치로 오송역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이 시장은 “충북의 논리는 과장이 조금 섞였다. 공공을 우선한다면 쉽게 풀릴 문제”라고 했다.
 
그는 3기 세종시정의 가장 중점은 ‘시민주권특별자치시’라고 여러 차레 강조했다. 시민이 주인이 돼 시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으로 그가 가장 애정을 갖고 공을 들여온 공약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일 취임식에서도  “세종시가 인구 증가에 맞춰 시민 뜻과 삶을 담는 도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시민들이 스스로 시정에 참여해 결정하고, 직접 실천하는 도시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시정참여 창구’를 통해 시민들의 시정 참여를 이끈다는 구상이다. 시정운영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시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검토단계부터 기획 수립, 예산 결정까지 모두 시민들의 참여가 일상화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구체화할 ‘스마트시티 시민소통채널’(시민투표 세종의 뜻), ‘똑똑세종’(시민 아이디어 시연·발굴) 등은 모두 그가 고안한 창구다. 또 시장과 시가 갖고 있던 마을 조직·입법·재정·계획·경제 등 5대 권한은 읍면동과 나눠서 분권을 실현할 방침이다.
 
16세 이상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하는 주민자치회 설치를 비롯해 리단위 마을회 신설, 읍면동장 시민추천제를 통한 ‘마을조직’은 물론 주민총회 등을 통해 조례·규칙 제·개정을 제안할 수 있는 ‘마을입법’ 권한 등도 부여한다. 시민참여기본조례 제정과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 설립, 자치분권대학 운영 등 재정소요가 동반되는 부분은 시에서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판은 세종시장이 깔아드립니다. 하지만 주인(세종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어렵습니다. 주인이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머슴(세종시 공무원)은 헤맬 수밖에 없어요. 모든 일에 참여할 수는 없겠지만 관심 분야에 적극 참여해 많은 잔소리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