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긴데…금융당국 두 수장 '티격태격'


노동이사제·키코·삼바 등 곳곳 충돌…"시장혼란 우려"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7-10 오후 6:04:55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민생안정에 보조를 맞춰야 할 금융당국 수장들이 각종 현안에 잇단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두달만에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고 개혁 성향을 드러냈지만, 정책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온도차를 보이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금융권에서는 두 기관이 금융시장 발전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정책 공조에서부터 엇박자를 보이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윤 원장이 발표한 17대 혁신과제에는 금융위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를 논의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윤 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뜻에 큰 틀에서 공감하면서도, 공청회 등 소통채널을 통해 여론의 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 원장은 지난해에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맡으면서 금융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과거 윤 원장이 제시했던 '노동이사제'가 직접적인 노동자 참여를 뜻하는 것과 달리, 이번 혁신안에 담긴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다르다. 윤 원장이 과거에 비해서는 강성 기조를 한 발 누그러뜨리는 듯한 모양새지만, 결과적으로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노동이사제를 다시 쟁점으로 끌어왔다는 점에서 제도 실현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금융위는 개별 금융회사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문제는 금융당국에서 관여할 수 없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에 도입하는 문제는 기재부에서 결정되는 내용에 따라 실행할 수 있지만, 민간 금융회사의 경우 금융당국이 독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는 지난해 윤 원장의 노동이사제 권고안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원장의 혁신안을 계기로 키코(KIKO)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윤 원장은 교수 재임 시절부터 키코를 '금융사기'로 보고 재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할 때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중소 수출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결국 피해 기업들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2013년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윤 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때 키코 재조사에 대해서도 금융위에 권고했지만, 최 위원장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이 끝난 사안이라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며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피해기업의 재기 회생 지원방안을 찾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결국 윤 원장은 과거 권고했던 내용과 비슷한 내용으로 키코 문제를 혁신 과제에 담으면서, 금융위와의 인식차를 뚜렷이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에서도 두 기관의 견해차가 엿보였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최근 금감원에 2015년 회계년도 이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대한 검토와 수정조치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금융위 측 요구를 거부하고 참고자료를 제출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 윤 원장은 "증선위가 수정 요구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원안 고수가 저희의 생각"이라며 "절차적으로 그 부분까지 검토하면 이슈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 일단 원안에 집중해서 심의해달라고 부탁드렸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온도차를 지적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최 위원장은 "광범위하게 일어난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반면 윤 원장은 "전수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미묘한 불협화음을 내비쳤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정책감독의 중심을 잡아야 할 두 수장 사이에서 잇따라 견해차가 생기는 것을 두고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 원장이 학자 시절에 비해서는 조심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강성인 본인의 성향을 숨기지는 못할 것"이라며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두 기관의 더욱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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