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세금도둑 놔두고 국민 잡나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7-12 오전 8:00:00

요즘 인터넷 투자 커뮤니티는 시쳇말로 난리가 아니다. 재테크, 주식, 부동산 가릴 것 없이 온통 정부를 성토하는 광장이 됐다. 선거 전에는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겠거니 여겼는데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이런 것을 보면 진짜 투자자들의 생각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부동산은 새 정부 들어 계속되는 규제 강화로 세 부담이 커진 데 대한 집주인들의 반감이 크다. 양도세 부담을 늘린 것도 그렇고, 종합부동산세 기준을 강화하는 방침에도 불만이 한가득이다.
 
주식 투자자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기존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내린다는 소식에 잔뜩 날이 섰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당초 예상보다 셌는지 종소세 강화방안은 부랴부랴 없던 일로 봉합하는 모양새인데 그런다고 화가 누그러진 것은 아닌가보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도 결국 추진될 것이라는 예상에 세금 얘기만 나오면 게시판은 금융당국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되곤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재산세나 종부세, 종소세 과세 대상이 아닌 이들까지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값이 뛴 데 대한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데, 투기를 잡는다고 대출마저 막는 바람에 정작 돈 없는 서민은 집을 살 수 없고 현금 가진 부자들에게만 ‘로또분양’과 같은 기회가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다.
 
주식 쪽은 정부의 대기업 견제가 주가를 떨어뜨린다고 믿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게 문제다. 기업과 대주주를 동일시하지 말라고 해봤자 귓등에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대주주의 이익이 곧 자신의 이익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또 서로를 향해 공평하지 않다고도 말한다. 주식 투자자는 “부동산 투기꾼은 방치한 채 월급쟁이 배당금 받는 데서 털어간다”고 하고, 부동산 투자자는 “주식은 비과세인데 부동산에만 양도세를 왕창 물린다”고 화를 낸다. 각자 억울하다는 것이다. 
 
이것 참 난감하다. 나라에 세금이 쓰일 곳은 많다는 것은 투자자들도, 국민들도 알 것이다. 그러나 막상 구체적인 금액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니 싫은 것이다. 아니, 불공평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왜? 세금만 더 걷어갈 뿐 정작 내가 낸 세금이 허투루 쓰인다는 생각 때문 아닐까. 세금은 줄줄 새는데 세금 훔친 도둑은 제대로 처벌받는 모습을 못 봤기 때문 아닐까.
 
국민들은 4대강비리, 군납비리, 자원비리, 온갖 탈세로 수백 수천억씩, 때로는 조 단위로 국고를 축낸 자들이 법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가거나 경미한 처벌을 받는 것을 뉴스로 지켜보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들의 특수활동비에 시선이 모여 있다. 그분들은 자기 밥그릇을 지키고 싶은 모양인데, 이 꼴을 빤히 보고 있는 투자자와 국민들에게 세금 더 내라고 손 벌리면 누군들 좋다고 할까.
 
복지천국으로 불리는 북유럽국가에서는 높은 세 부담에도 세금이 공정하게 쓰이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반감이 크지 않다고 들었다. 부디 본보기를 보여 달라.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는 믿음을 갖게 만들어 달라. 세금 도둑을 엄벌해 달라. 납세가 애국이면 탈세는 매국이다. 모두에게 공평하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내어드리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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