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고용 없는 성장’ 지속…매출 90% 기업, 고용은 20%


“4차 산업혁명 환경에 대비한 산업 구조조정, 기술 인력 양성 필요”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07-12 오후 5:03:58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전자업계가 성장을 해도 고용증가가 수반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상위 10%의 기업이  전체 매출의 90%를 담당하고 있지만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은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를 견인하면서 실적 성장에 비해 고용은 크게 늘어나지 않은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산업의 강점인 제조업 기반 성장전략을 유지하면서 고용 창출을 유발할 수 있는 산업으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발간한 ‘2018 전자산업 인력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상위 10% 기업에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다. 국내 전자업종 상위 10%에 해당하는 기업이 전체 전자기업 매출액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은 약 20% 정도 밖에 담당하고 있지 않다. CEO스코어 기준 지난해 전기·전자업종의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고용인원수는 23만3000명으로 전자산업 인력(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보고서 기준) 112만204명의 20.8%였다. 올해 1분기 기준 고용인원수는 23만4565명으로 다소 늘었으나, 전체 전자산업 인력 111만8398명(상반기 기준)의 20.9%로 비슷했다.
 
올 상반기 5인 이상 전자기업의 구인인원은 6만2671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16.1%나 늘었다. 구인인원은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표시된 기업의 구인 의사표시다. 반도체의 유례없는 활황이 지속되면서 장비기업들과 부품·소재기업들까지 인력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중 상반기에 실제 기업들이 채용한 인원은 5만5404명이었다. 구인인원과 채용인원의 차이를 의미하는 미충원인원은 7267명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5.1% 감소했다.
 
 
 
반도체가 견인하는 전자업계 호황으로 채용인원은 다소 늘어났지만 해당 업종의 고용 유발 효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전기전자 업종의 고용유발계수는 4.3명으로 1차 금속(3.8명) 석탄·석유(1.3명), 농림수산품(4.5명) 등과 함께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2000년 7.5명에서 2010년 4.4명, 2014년 4.3명으로 떨어진 이후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고용유발계수란 10억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할 때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고용자 수를 말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매출액이 10억원 발생해도 취업자 수는 3.6명 증가에 그쳤다. 평균 취업유발계수 12.9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 의존성이 낮아져 제조공장을 신설해도 인력수요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아 채용시장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미충원 인원이 줄긴 했지만 전자업계는 여전히 23개 전체 직종 중 다섯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할 만큼 인력수급 불균형이 높은 점도 문제다. 구인기업과 구직인원 사이에 노동수급에 관한 의사 불일치가 발생한 경우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특히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자산업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가 이 같은 인력 수급 불일치를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AI)의 노동대체 등으로 인한 고용률 감소와 신기술 관련 직군의 새로운 일자리 등장 등 고용구조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기업들은 숙련된 노동자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고민이 깊다. 전자기업이 주요 먹거리로 삼고 있는 반도체·AI 등은 가시적인 고용창출과는 거리가 있는 지식 집약적 산업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일자리 창출 확대 요청을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신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로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투자와 협력을 모색했던 이 부회장도 국내 일자리 창출에 신경을 써야한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향후 5년이나 3년 등 중장기 투자 및 고용 청사진을 내놓을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래에 고용 있는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나서서 산업구조를 바꾸고 관련된 투자와 고용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해법으로 ‘제조기반 지식집약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제조기반 지식집약산업이란 제조업의 중간재 형태로 투입되는 지식 기반의 무형자산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업을 뜻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산업의 강점인 제조업 기반 성장전략을 유지하면서 고용 창출을 유발할 수 있는 산업이 필요하다”면서 “제조 기반 지식집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한데, 제조업에서 퇴직한 고급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좋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정부에서 향후 전자기업의 환경에 맞는 기술 인력을 길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기술 인력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취업훈련, 전업지원 등의 지원 정책 필요하다”면서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요구되는 창의성, 감성, 문제해결능력, 사고력 등 기초 역량을 연구해 미래 인재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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