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설계업 진출 갈등…"품질 제고 어려워" vs "중소기업 영역 침범"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10-07 오전 11:32:46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건설사들의 설계업 진출 건의안이 정부에 제출되면서 업계 간 갈등이 예고된다. 건설업계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시공과 설계의 겸업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건축사들은 중소기업 영역 침범으로 건축사무소 폐업, 시공사 견제 약화 등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서울에 분양한 한 견본주택에서 청약예정자가 아파트 설계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가 건설사들의 설계업 진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대한상공회소를 통해 정부에 제출하면서 업계 간 갈등이 재현될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설계·시공 겸업 제한이 없는 토목공사처럼 건축공사도 설계업에 자유롭게 접근하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건축사법 23조에 따르면 건축설계업을 하기 위해서는 법인 대표가 건축사여야 한다. 단 시행령을 통해 법인 대표가 건축사가 아니어도 20명 이상의 건축사 채용 시 설계·시공일괄입찰방식의 공공공사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건설사들이 일정 수의 건축사를 보유하면 설계업이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이 같은 제한이 불합리하며 제재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축사에 건축물 설계를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을 과도하게 부여해 기업의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설계·시공이 분리됨에 따라 시공과정에서 개발된 기술 노하우 등의 설계 피드백이 불가능해 품질 제고가 어렵다고 강조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정형화된 주택 설계 정도는 설계·시공을 겸하면 착오를 줄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축업계에선 건설사가 설계업 진출 확대는 중소기업 규모인 건축사 사무소의 일괄적인 폐업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건축사 사무소가 약 1만3000개 중 5인 미만의 건축사사무소가 전체 건축사 사무소의 97%"라며 "건설사 설계업 진출이 확대되면 대부분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같은 건축사 사무소의 일괄적인 폐업은 설계·시공의 견제 구조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통 건축사가 설계와 감리를 겸업해 시공을 맡은 건설사를 견제한다. 그런데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설계까지 맞게 되면 감리 역시 건설사의 영향 아래 놓이기 쉽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특정 건축소에서 건축사가 늘어나면 대형 건설사 쪽으로 감리의 빈도가 늘 수밖에 없다"며 "특히 건축사 보유 기준이 10명 이하로 낮춘 의원발의안 통과 시 중견 건설사도 설계업에 진출해 견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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