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김호열 사무금융노조 본부장 "CEO 짧은 임기가 단기성과 집착 부추긴다"


골든브릿지 파업 계기로 시작한 노조활동이 증권업 대표 역할로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10-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김호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장은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이자, 사무금융노조 지부에 속한 14개 증권사 노조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본부장은 서울 충정로 골든브릿지증권 본사와 마포구 사무금융노조 사무실을 오가며 증권사 전반을 챙기는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평범한 증권사 직원이었던 그가 노조에 뛰어들게 된 것은 2012년 골든브릿지증권 장기파업 사태 때였다. 사측과 단체협약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시작된 파업은 증권업계 최장이라는 '589일' 파업 기록을 남겼다. 당시 이상준 골든브릿지금융그룹 회장의 검찰 기소로 노사갈등이 마무리됐으나 억지로 봉합된 갈등은 재차 불거졌다. 노조와 오랜 갈등을 겪던 골든브릿지증권은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새 주인이 된 상상인(구, 텍셀네트컴)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심사만 남아있다. 
 
노조는 최근 주식거래시간을 오후 3시30분에서 다시 3시로 돌리는 일을 추진 중이다. 거래시간이 연장된 지난 2년간 증권사 직원들의 근무시간만 늘어났을 뿐, 거래량 증가 또는 글로벌 경쟁력 확대라는 애초의 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거래시간을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 또 단기성과주의와 성과급 중심의 연봉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기적 안목으로 경영해야 투자자에게도 득이 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김호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장. 사진/이정하 기자
 
-사무금융노조서 증권업본부장으로 하고 있는 역할은.
 
과거 골든브릿지증권에 한정해서 노동자 문제 해결에 힘썼다면 현재는 업계 전반에 거쳐 증권 노동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증권산업 정책 등도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시선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다. 골든브릿지증권에서 부당경영, 부당노동행위 그리고 무리한 경영 등을 겪었다. 각 증권사에서 산별적으로 일어났던 일을 파업 전후로 한꺼번에 겪었다. 최장기 파업이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업계 전반에서 겪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거래시간 30분 단축' 활동을 왕성하게 추진 중이다.
 
2016년 8월에 주식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한 지 2년이 지났다. 당시 금융당국은 거래시간 연장 명분으로 ▲증시 침체 속 거래시간 연장을 통한 거래 활성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이 두 가지를 꼽았다. 그러나 거래량이 늘긴 했으나 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거래시간 연장만의 효과로도 볼 수 없고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당국은 거래시간 연장을 되돌리는 방안에 대해서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서 한국거래소는 시간외거래 시간을 줄이고, 마감데이터를 앞당겨 주겠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증권사 업무조정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는 식의 안일한 입장이다.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다. 다시 거래시간을 되돌려 놔야 한다. 증권 노동자의 52시간 근무제를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과거 20년 동안 '9시 장시작, 3시 장마감'이 아무런 문제없이 잘 이뤄졌다. 되돌려도 별 탈 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현 상태를 유지해야할 뾰족한 이유가 없다. 
 
-거래시간 연장 효과, 과소평가 아닌가. 
 
2년간(2016년 8월~2018년 6월) 거래시간 30분 연장으로 전체 거래량은 13% 늘었다.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량이 늘긴 했다. 그러나 유가증권시장 거래량은 오히려 10% 감소했다.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지수가 약 22% 오른 점과 그간 상장기업 수가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거래시간 연장만의 효과로도 볼 수 없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더 의문이다. 중국의 주식 거래시간은 총 4시간, 일본은 5시간이다. 우리는 6시간30분이다. 가장 길다. 또 30분 연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거래시간 6.7% 연장으로 가능한 일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통상 아시아의 자본시장 선진국로 꼽히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거래시간이 우리보다 훨씬 길다. 그러나 이 두 곳은 영미계 자본이 자본시장의 허브로 만든 곳이다. 자국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곳이 아니다. 주변 국가의 다른 기업들이 다수 상장된 곳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기업이 주로 상장돼 있다. 중국과 일본과 거래시장 동조화를 추구하겠다는 목적도 밝혔으나 어정쩡한 30분 연장으로 얼마나 동조화됐는지도 모르겠다. 전형적인 탁상공론이었다는 생각이다. 
 
-증권사, 당국과도 논의를 진행했나.  
 
증권사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간 대다수 증권사들이 야근비를 따로 지불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공짜 야근도 많이 시켰는데, 근무시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시간외근로에 대한 비용 증가 부담이 커졌다. 52시간 근무제도 마찬가지다. 이를 제대로 이행 못할 경우 회사와 회사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증권사 중 자체적으로 'PC 온오프제'를 검토 중인 곳도 있다. 이에 비해 당국은 신중하다. 한번 바꾼 정책을 2년 만에 되돌리는 게 부담일 것이다.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내용이 다뤄진다.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할 예정이다. 적극 설득에 나서겠다.  
 
지난 9월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주식거래시간 단축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에서 김호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사무금융노조
 
-증권업 노동자는 보호 대상이라는 인식이 약하다. 
 
증권업 노동자는 성과급을 받는 사람이라는 대중적 인식을 무시할 수 없다. 오너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받았다는 뉴스도 종종 나온다. 그러나 엄청난 성과보수는 소수의 직원 몇 명에 한정된 얘기다. 증권사는 성과급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발달돼 있는 곳일 것이다. 이면에는 단기성과주의와 높은 성과급 지급률이 낳은 폐해에 주목해야 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와 같은 폐해다. 높은 레버리지 상품을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속였고, 엄청난 성과급을 가져갔다. 단기성과주의가 지닌 구조적 한계다. 성과급 지급률이 지나치게 높으면 한탕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투자자에게는 위험을 숨길 수밖에 없게 된다. 증권사 사장 임기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짧은 임기는 단기성과에 집착하게 만든다. 
 
-증권산업에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우선 장기적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낙하산 인사도 적극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사람이 짧은 임기 내에 단기성과에 집착하면, 위험관리에 치중할 수 있겠는가. 결국 수익에 집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증권사 사장의 짧은 임기를 걱정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증권사를 살펴보면, 대부분 증자를 통해 성장한 곳이다. 전 세계적 IB인 모건스탠리나 메릴린치가 그렇게 성장했나. 아니다. 꾸준하게 이익익여금을 늘리면서 커나갔다. 월급쟁이가 퇴직금으로 가게를 내면 망하는 이유도 같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한 게 아니라, 몇푼 안되는 돈으로 하려 했기 때문이다. 증자를 통해 대형사를 만들기보다 전문성 있는 중소형사가 커나갈 수 있게 당국이 도와야 한다. 정책 방향이 그렇게 나아갔으면 좋겠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주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재 증권사에서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문제가 발생하면 대주주가 아닌 증권사 사장이 책임을 진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전문경영인을 두지 않았다면 그 또한 대주주의 책임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책임을 그렇게 묻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이런 일로 재벌이 제재를 받은 일이 없었다. 규제 방식이 근시안적이다. 시장건전화를 위해서는 책임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을 모른다고 빼면 무능한 것이다. 안다고 하면 결국 대주주 '눈치 보기' 아니겠는가. 투자산업이 발전해야 할 시기다. 그러나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게 증권사다. 제도 개선을 통해 구멍을 메우는 데 힘을 써야 할 것이다. 모두가 문제의식을 갖고 여기에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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