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명사고에도 언론보도 없으면 '쉬쉬'"


이용득 의원, 삼성전자 사고 매뉴얼 공개…기흥공장 사고 재조명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10-10 오후 4:29:49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삼성전자가 직원이 숨지는 중대 재해가 발생해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경우 자체적으로 처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허술한 안전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직원 생명보다 기업 이미지를 중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삼성전자가 작성한 '(규칙)DS재난대응 계획'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삼성전자 기흥·화성·온양·평택·천안사업장에서 사용된다. 화학물질 유출 등 산업재해 때 활용되는 지침으로 2002년 제정, 지난 8월 개정됐다. 
 
지난 9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와 관련 당국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명 사고, 유독물 누출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해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경우 자체적으로 처리했다. 삼성전자는 위기 상황에 따라 '초기대응단계-1단계(옐로우 단계)-2단계(레드 단계)'로 구분했다. 인명 피해와 공장시설 등의 손실 여부, 사고의 경중에 따라 등급이 격상되는 구조다. 2단계에 이르면 위기관리 체계로 전환, 비상재난본부가 꾸려진다.
 
그런데 문건에는 "C급 이상의 사고 중 대외이슈가 없는 단일사고는 1단계 프로세스로 처리한다"고 적혀 있다. 이 의원은 대외이슈는 언론 보도를 뜻한다고 말했다. 1단계의 경우 내부 보고와 함께 모니터링 정도로만 대응한다. 인명 사고, 화재, 유해물질 유출, 정전 등 C등급(환경안전 사고등급)의 사고가 발생해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경우 1단계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2단계에 가동하는 비상재난본부의 역할도 논란이다. 문건은 비상재난본부 역할로 '위기상황 대외누출 관리', '언론 대응 범위 및 전략 수립'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삼성전자가 사람의 생명보다 기업 이미지에 더 관심이 있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측은 "잘못된 정보가 전달돼 시민 불안이 확산되는 걸 막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문건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지난달 4일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사고 때 당국에 신고를 늦게 한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1시55분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쓰러진 걸 발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해당 작업자가 오후 3시43분 숨지고서야 고용노동부 등 당국에 알렸다. 이때까지 삼성전자는 자체 소방인력으로 대응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사고는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기흥·화성 방재센터는 화재·가스감지기 오류로 올해에만 1187건 출동했다. 김 의원은 "삼성전자 소방대가 늑장 출동을 한 데는 잦은 방재시스템 오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삼성전자 전국 사업장의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43곳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흥공장에서 지난 9월 발생한 누출사고는  해당 설비의 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이 의원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로 인한 사망사고 3건 중 2건은 삼성전자에서 발생했다. 2014년 4월 수원공장과 지난 9월 기흥공장에서 각각 1건씩 발생했고, 총 3명이 숨졌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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