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벤처투자, 장벽 더 낮춰야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10-11 오전 6:00:00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이 1조614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8월까지 벤처회수액이 1조8578억원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투자원금과 비교해 2.4배의 수익률을 기록한 데 더해 연말까지는 총 2조8000억원이 회수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오는 중이다. 벤처기업에 투자한 이후 고수익을 기반으로 한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재투자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쯤되면 정부가 야심차게 도전했던 벤처 선순환 구조 구축이 차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투자재원이 늘고 회수금도 늘었지만 초기 스타트업 기업들 입장에선 여전히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재원이 늘어나긴 했지만 투자주체에 대한 기준이 보수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까닭이다. 업계에선 투자 기준이 여전히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창업투자회사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온다. 
 
벤처 투자 시장에는 현재 창업투자회사 외에 엑셀러레이터, 팁스운용사 등 다양한 투자 주체들이 존재한다. 창업투자회사는 납입자본금이 20억원 이상이어야 설립 가능한 회사인 반면 엑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는 납입자본금 1억 이상이면 세울 수 있다. 자본이 탄탄한 창투사로부터 자금을 받으면야 당연히 좋겠지만 스타트업 기업 입장에서는 엑셀러레이터 역시 귀한 존재다. 스타트업 기업 발굴과 육성을 주 업으로 삼는 엑셀러레이터의 경우 정부의 스타트업 보육프로그램인 팁스(TIPS·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 운용사로 선정되면 최대 9억원까지 정부 자금을 받아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 기업 입장에선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엑셀러레이터의 경우 아직까지 투자주체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엑셀러레이터의 경우 모태펀드 초기 분야 출자사업에서 제외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투자를 규모로 한정하는 대신 아예 투자 분야 자체를 한정해버리는 셈이다. 또한 자금을 집행하는 정부기관에서 창투사 관련 규정은 비교적 명확하고 빠르게 해석해 관련 자금을 집행할 때 속도감 있게 처리하는 반면 엑셀러레이터와 팁스 운용사의 경우 관련 법령 해석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때때로 자금을 받아야 할 스타트업에 조달이 늦어지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곤 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상대적으로 큰 자금을 움직이며 벤처 생태계를 움직이는 투자주체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 기업들을 발굴해내며 소소하나마 시기적으로 꼭 필요한 때에 젖줄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벤처생태계의 소중한 일원이다.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정립되려면 숫자로만 표시되는 성과지표 외에도 생태계 내 구성원들에 대한 세밀한 배려와 활용이 필요하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민간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굴러가는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세한 제도 정비가 미뤄지는 사이 우리는 어쩌면 미래의 유니콘 기업이 될 소중한 스타트업들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김나볏 중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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