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투협, 불명확한 '준정년 퇴직제도'로 소송


제도시행 후 단 한차례 인정…노조 “설계 구멍” vs 회사 “의무 아냐”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11-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금융투자협회가 퇴직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퇴직자들이 위로금을 받을 수 있는 준정년 퇴직제도에 맞춰 퇴직을 신청했으나 회사 측에서 이를 거부해 소송으로 비화된 것이다. 명확하지 않은 규정 탓에 노사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퇴직자들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퇴작자 A씨가 지난 8월 소장을 접수했으며 뒤이어 B씨도 합류했다. A씨와 B씨는 올해와 작년에 금투협에서 퇴직했다.
 
A씨는 올해 퇴직하면서 준정년 퇴직을 신청했다. 준정년 퇴직이란 정년이 도달하지 않은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희망퇴직이다. 주로 공공기관과 금융업계의 명예퇴직제도로 불린다. 금투협에서는 2009년에 신설됐다. 근속연수 10년 이상이면서 45세 이상이거나, 근속 15년 이상인 직원이 신청할 수 있고, 근속기간에 따라 법정 퇴직금 외 준정년 퇴직에 따른 가산 퇴직금(위로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금투협에서 준정년 퇴직을 인정한 사례는 지난 2010년 단 한 건에 불과하다. 2009년 한국증권업협회, 선물업협회, 자산운용협회 등이 금투협으로 통합된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해 준정년 특별퇴직을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 이후 준정년 퇴직을 신청하면 승인하지 않거나 신청을 막는 쪽으로 설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금투협 관계자는 “회사의 설득으로 신청을 취소한 사례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준정년 퇴직제도로 인해 금융투자협회와 퇴직자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갈등이 소송까지 가게 된 주 원인은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금투협은 준정년 퇴직에 대해 신청 자격은 명시하고 있으나 지급 여부는 회사가 판단하도록 돼있다. 올해 퇴사한 A씨의 경우 준정년 퇴직을 신청했으나 타사로 이직한다는 이유로 협회가 거절했다.
 
강성열 금융투자협회 경영지원실장은 “준정년 퇴직을 신청하면 그 상황에 따라서 협회장이 결정하는데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건은 적절치 않다고 본 것”이라며 “과거 KEB하나은행도 경쟁사로 가는 경우 준정년 특별퇴직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위로금 지급이 의무사항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 측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시우 사무금융노조 금융투자협회 지부장은 “신청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자격 여부는 명시돼 있는 반면, 위로금 지급 여부는 회사가 재량껏 판단한다고 돼 있다”면서 “제도 설계에 구멍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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