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막는 건설업 다단계구조)현대차 원하청식 사업구조 위기 봉착…건설업 위기 오버랩


하도급 족쇄 채우는 고무줄 특약…"강력한 처벌 규정 마련 절실"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11-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최근 자동차산업의 위기요인을 국내 건설업에 대입하면 마찬가지로 미래가 어둡다. 기술면에서 선진국과 벌어지고,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등 신흥국에 밀리는 모습이 매한가지다. 국내 제조업과 건설업이 대부분 하도급 구조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단가 후려치기 등 하도급 업체를 통해 원가 절감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지다보니 기술 개발은 뒷전이 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건설업이 자동차 제조업과 비슷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제조업은 그동안 기술 혁신이나 투자 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고, 부품 업체에 비용을 전가하거나 단가를 깎아 이익을 내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울러 이런 산업구조는 하청 업체의 기술개발 의욕을 깎아내려 혁신을 저해시켰다. 중국의 물량공세로 인해 원하청 수직구조로 쥐어짜는 가격경쟁력은 더이상 힘을 쓰지 못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이는 건설업도 마찬가지다. 하도급 갑질이나 분쟁이 빈번한 곳이 건설업이다. 해외 건설현장에선 중국의 저가수주 공세가 본격화된 지 오래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6일 “그동안 우리 산업이 하도급 업체에 단가 후려치기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담보했고, 이로 인해 하도급 업체는 물론 원도급 업체도 기술개발 요인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이제 이런 산업 구조에 위기가 닥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국내 산업이 전반적으로 기술면에서 선진국에 밀리고, 규모의 경제에서 중국 등에 밀리고 있다. 선진국처럼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산업구조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나마 자동차 제조업은 기술개발에 매출의 2% 이상을 쓰고 있지만, 건설업은 1%를 넘는 곳이 거의 없다. 사실상 기술개발은 손을 놓고 있다. 하도급 업체가 기술개발에 주력하기에는 더욱 어려운 환경이다. 건설업계에 만연한 하도급 구조가 기술 개발 의지를 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니 단가 후려치기 등 하도급 업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려는 시도가 끊이질 않는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속에 가장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부정수단은 부당특약이다. 부당특약은 하도급 갑질 이슈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현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3조의4’에는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이하 ’부당한 특약‘이라 한다)을 설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4가지 구체적 사항을 명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법에서 명시하는 규정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부당 특약을 강요하는 사례가 많다. 하도급 업체들은 자고 나면 새로운 부당특약 유형이 생겨난다고 하소연한다. 
 
문제는 더 있다. 하도급법은 물론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제38조 제2항에도 하도급 계약의 부당특약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으나, 과징금 말고는 강력한 처벌 규정이 없어 이러한 부당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하도급법 제25조에는 부당특약이 적발됐을 경우 특약의 삭제나 수정과 향후 재발방지 등을 명령하고 있지만, 실례로 시정된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징금 규정도 하도급대금의 2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어 원도급사를 보호하는 듯한 오해를 야기한다.
 
신영철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하도급 갑질 중 가장 큰 문제는 부당특약이고, 건설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하도급법 등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금지 규정을 위반했을 때 그 부당특약으로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문제제기했다. 그는 "강력한 처벌 규정도 없다"며 "하도급업체가 특약을 지키지 못하면 돈을 떼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숭실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대형 건설사가 원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기술 개발 등에 집중해야 되는데 여의치가 않으니 하도급 업체에 부당 특약이나, 단가후려치기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하도급 갑질에 대한 처벌 규제를 강화하고, 모범 사례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등 상벌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종합건설과 전문건설 사이의 ‘업역 칸막이 없애기’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하도급 갑질 문화를 없애기 위해 종합 건설사는 계속 원청이 되고, 전문 건설사는 계속 하청에 머물 수밖에 없는 산업 구조를 바꾼다는 취지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칸막이식 업역 제한에 따라 종합-전문 건설업 간 갑을 관계가 고착화되는 것을 후진국형 규제라고 지적해왔다. 이에 정부는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 경직된 업역규제를 개편할 예정이다.
 
신 단장은 “원청업체도 하청업체가 될 수 있고, 하청업체도 원청업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그래야 하청업체에 부당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다”며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위가 움직일 수 있으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불합리한 일들을 강요하는 사례들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건설업계에선 업역 폐지로 종합건설사와 경쟁하게 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전문업체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급진적이 추진은 지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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