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콧 “음악은 ‘테라피’…BTS와 콜라보 하고파”


평범한 직장인에서 싱어송라이터로…6일 서울 용산 ‘바이닐앤플라스틱’서 첫 내한 공연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11-06 오후 6:17:2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보다 더 평범할 수 없는 삶이었다. 학교를 졸업했고 직장에 들어갔으며 꼬박꼬박 월급을 받았다. 번 돈으로는 남들처럼 차도 사고 휴가도 떠났다. ‘목소리’에 재능이 있을 거라곤 눈꼽 만치도 생각지 못했다.
 
재능을 발견해 준 건 음악업계에서 일하던 여동생이었다. 23살 무렵 맨날 방에서 홀로 부르던 노래를 어느날 동생이 듣고 무릎을 딱 쳤다. “제 목소리를 듣더니 동생이 ’대회에 한번 나가보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죠. 그래서 동네에서 하는 가라오케 대회에 출전했어요. 그때 처음 사람들 앞에서 전율을 느꼈고, ‘내가 가야할 길이다’라 생각한 것 같아요.”
 
6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만난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칼럼 스콧(31). 그는 7~8년 전 자신이 음악의 길로 들어선 계기를 이렇게 회고한다. 그저 평범하게 흘러가던 20대 초반의 시절들, 그리고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은 순간의 짜릿함. 
 
6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만난 칼럼 스콧.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가라오케 대회 출전을 계기로 그는 본격 음악을 해보기로 한다. 세계적인 밴드 마룬 파이브를 카피한 트리뷰트 밴드를 하거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듀오 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어쿠스틱 계열의 발라드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음악들이다. 
 
“트리뷰트 밴드 활동 당시 애덤 리바인(마룬5 보컬)의 목소리를 누군가는 따라 해야 되니, 제가 맡았었어요. 애덤의 목소리를 곧잘 흉내 내곤 했는데 그러다 어느날 ‘내 목소리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가 자연스레 어쿠스틱 송을 부르게 됐고, 이런 장르의 정서가 제 내면의 감정과 닿아있음을 느끼게 됐어요. 그때부터 그런 장르로 방향을 전환한 것 같아요.”
 
인생에서의 큰 변곡점은 2015년이었다. 그 해 스콧은 영국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연하게 된다. 당시 그는 스웨던 가수 로빈(Robyn)의 ‘댄싱 온 마이 오운(Dancing on My Own)’을 편곡해 불렀는데, 까다롭기로 유명한 음악 프로듀서 사이먼 코웰의 선택을 받으면서 단숨에 화제의 인물이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르는 칼럼 스콧. 사진/유튜브 캡처
 
로빈의 원곡이 전자음과 비트감이 강한 EDM 계열이라면, 당시 스캇의 곡은 단아한 피아노 연주와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발라드 계열에 가깝다. 실제로 곡을 들어보면 같은 곡이 맞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다.
 
“원래부터 좋아하던 노래였는데 제가 부르니 날선 감정이 잘 전달됐던 것 같아요. 당시 노래를 부르면서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감정을 생각했어요. 그 가사 내용이 마치 제 입에서 튀어 나오는 듯한 느낌으로요. 그때부터 진정성 있게 노래를 부르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음악에 늘 진솔함을 담아 내려한다. 개인의 ‘진짜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걸 경험칙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일반인 출신으로 뒤늦게 곡 작업을 배우면서도 늘 자신 만의 ‘관점’을 넣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저에게 작곡이나 작사 작업은 일종의 ‘테라피’에요. 살면서 힘들었던 것을 종이에 꾹꾹 눌러가며 써요. 제 경험이기에 모든 것은 리얼 자체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마음에 힐링이 되곤 해요.”
 
6일 인터뷰 중인 칼럼 스콧.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올해 3월 발매한 정규 1집 ‘온리 휴먼(Only Human)’에도 스콧 만의 진정성과 진솔함이 오롯이 담겼다. 그는 가수활동을 하며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기도 했는데, 수록곡들에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여럿 얽혀 있다.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용기에 관한 노래 ‘이프 아워 러브 이즈 롱(If Our Love Is Wrong)’, 동성애자임을 밝히자 이를 지지해 준 친구에 관한 노래 ‘온리 유(Only You)’ 등이 실렸다. 최근 싱글 형태로 발매한 ‘노 매러 왓(No Matter What)’은 부모에게 동성애자임을 고백할 때의 상황을 풀어낸 곡이다.
 
“앨범 ‘온리 휴먼’ 수록곡들은 제 마음을 담아낸 70여개의 곡 중 14곡을 추린 거에요. 하나 하나 애정이 담긴 곡이라 선정하기 어려웠는데, ‘어떤 곡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낼까’란 고민으로 골라냈어요.”
 
“앨범을 만들고 느낀 건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거에요. 연약하고 질투하고 화를 내는 인간이요.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인간의 감정’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사실 저도 가수활동을 하면서 초반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힐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역시 제 곡에 담긴 진정성을 위해서는 밝히는 게 맞다고 결론 내렸어요. 제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성소수자, 를 비롯해 인간 누구든지, 보편적인 ‘감정’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음반이에요.”
 
인터뷰 중인 칼럼 스콧.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올해 첫 앨범을 낸 그는 태어나서 아시아 땅을 처음 밟았다. 한국에 오기 전에 싱가포르와 홍콩, 필리핀을 돌며 투어를 했다. 전날 한국에 도착한 그는 무한한 호기심을 품은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제는 한옥 마을을 가서 노래를 부르는 스케줄이 있었어요. 끝나고 막걸리와 코리안 바비큐를 먹었는데 정말 아름다웠죠. 막걸리는 한 병 반 정도나 먹은 것 같아요. 참 어제 공항에서는 저를 따라다니는 무인안내로봇을 봤는데 너무나 신기해서 사진도 찍었어요. 하하. 여기 도착하고 한 모든 경험이 다 처음 겪는 것들이고 너무 신기해요.”
 
서정적인 어쿠스틱 계열의 음악을 주로 하지만 음악적 관심은 다양한 쪽으로 열려 있다. 마룬 파이브의 애덤 리바인, 에드 시런, 샘 스미스 등의 세계적인 가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은 그의 큰 바람이다. 
 
한국 말로 "사랑해요"하며 손하트를 그리는 칼럼 스콧.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방탄소년단(BTS)’을 지목하며 케이팝 가수와의 콜라보 바람도 내비쳤다. 
 
“최근 영국 음악 프로듀서 너티보이, 조너스 블루 등의 작업에 피처링을 했는데 좋은 경험이었어요. 한국에서도 BTS와 함께 해보고 싶어요. 서로 시간을 쏟고 진지하게 할 수 있는 가수라면 누구와도 하고 싶어요. 콜라보는 두 가수가 만들어 내는 ‘매직’이라 생각해요.”
 
이날 오후 8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는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첫 한국 공연을 앞두고 그는 팬들을 볼 생각에 한껏 기대감에 부푼 표정을 지었다.
 
“멀리서도 제 음악을 알아주시고 외워주시는 팬들이 너무 좋습니다. 너무나도 영광이라 생각해요. 오늘 공연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손하트를 그리며 한국어로) 사랑해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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