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표 '내부통제 혁신안' 고사 위기


금융위안과 배치, 국회도 외면…"실현가능한지 먼저 살펴봤어야"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12-05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야심차게 내놓은 금융사 내부통제 혁신안이 빛도 보지 못하고 사장될 상황에 처했다. 금융사 불공정영업 제재와 최고경영자(CEO) 책임 명문화 등 내부통제 혁신안 대부분이 법이나 감독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인데, 국회나 금융위원회의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에 금융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상정돼 여야 협의를 하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이 제시한 내부통제 혁신안은 논의선상에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의 내부통제 혁신 TF는 지난 10월 CEO와 이사회에 내부통제 책임을 묻는 내용의 혁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위는 금감원 혁신안보다 한달 앞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금감원의 내부통제 혁신안을 법제화 하기 위해서는 금융위 발의 법안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지난 9월 발의한 지배구조 개정안을 심사중"이라며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과 병합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애초에 발의한 금융위 발의안에는 변경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에서는 이미 추진 중인 지배구조법 개정안 통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 국회에 올라간 지배구조법도 야당 반대로 쉽지 않은 상태"라며 "경영진이나 이사진의 직접적인 책임을 묻자고 하는 금감원안은 심기를 더 건드릴 수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의 내부통제 혁신안에는 금융사 임직원 심사 강화와 불공정영업 제재 등도 포함돼 있다. 임직원 심사 강화는 임원 후보의 전문성뿐 아니라 도덕성, 공정성을 검증하자는 것으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감원은 사전보고 강화의 경우 지배구조법과 배치되는 면이 있어 금융사의 임원선임 후 사후보고시스템을 강화하자는 내용으로 선회했지만, 금융위와 의논해 지배구조감독규정 시행세칙을 수정해야 한다. 금융위에서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통과된 다음에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매기는 은행의 불공정영업 행위를 제재하는 내용도 무산됐다. 국회에는 현재 4건의 금리조작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번 국회 법안심사소위의 문턱을 넘지못했다. 국회 내부에서도 금리 산정 부과의 부당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당국이 제재권을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적됐다.
 
금융사 내부통제 혁신안의 핵심 사안이 줄줄이 좌초되면서 윤석헌표 혁신안이 사실상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통제 혁신 TF는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 등 외부전문가를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활동했으나 윤석헌 원장은 내부통제 TF 성공에 힘을 실어왔다.
 
내부통제 혁신안의 좌초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내부통제 혁신 TF가 발표한 최종 권고안 42개 가운데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과제는 2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금융위나 국회와 협의해 법 개정이나 규정 변경을 거쳐야 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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