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 "VR로 진짜같은 스포츠 경험"


미디어전문가, VR시장에 도전장 …열린 마인드로 소통·융합 강조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12-05 오전 11:14:22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가상현실(VR)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국VR산업협회는 국내 VR 시장 규모가 올해 2조8000억원에서 2020년 5조7000억원으로 3년 사이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로는 성장폭이 더 크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스틱스MRC는 VR 시장 규모를 2017년 45억2000만달러(약 5조13억원)에서 2026년 2120억6000만달러(약 234조6443억원)로 관측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면서 초저지연과 연결성을 강점으로 시장이 대폭 성장하는 것이다. 주로 전자·IT기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판이 커지고 있는 VR 시장에 방송채널사업자(PP)인 현대미디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HCN의 자회사이기도 한 이 업체는 자체 생산한 콘텐츠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직원들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VR 사업 전체를 관장하고 있는 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를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 사무실에서 만났다.
 
VR은 콘텐츠 사업 확장의 일환…"진짜 스포츠 경험을"
현대미디어는 지난 2015년 콘텐츠 기획을 시작으로 2016년 360도 영상을 제작하며 VR 콘텐츠 사업에 본격 발을 내딛었다. 시작은 VR이 아니었다. 콘텐츠 다양화가 목표였다. PP업체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였다. 기존 TV 플랫폼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넷플릭스·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플랫폼을 넘어 콘텐츠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던 셈이다. 김 대표는 "기존 360도 영상을 찍는 PP업체라는 홍보 목적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마침 페이스북이 360도 영상을 서비스하고 있었다. 영상 콘텐츠만 있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현대미디어를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 사진/현대미디어
 
현대미디어가 보유 중인 아웃도어 채널 ONT와 연합작전을 펼쳤다. 스포츠 등 체험 위주의 360 영상을 PD들이 직접 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실감 나지 않았다. 360도 영상이었지만 카메라로 찍은 것을 앉아서 보다 보니 콘텐츠의 특성이 발휘되지 못했다. 360도 영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노출시키는 방법이 무엇일까 궁리하던 차에 콘텐츠를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를 위해 시뮬레이터를 제작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제작한 콘텐츠를 기존 기기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해봤지만 원하는 수준의 제품이 없었다. 시뮬레이터는 기기 제조업체와 함께 실제 스포츠를 하는 듯한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영상을 기반으로 특수 맞춤 제작을 했다. 가령 산악자전거(MTB) 콘텐츠라면 자전거를 타는 자세여야, 웨이크보드라면 입식이어야 실감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군대 시절 정비병이었던 경험도 발휘했다. 콘텐츠 제작 PD들과 시뮬레이터 제조사간 의견을 조율하며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변형 6축 시뮬레이터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모듈형으로 설계해 1대의 시뮬레이터만으로 모토크로스, 웨이크보드 등 자사의 VR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시뮬레이터 관련 국내 특허도 출원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앉아서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몸도 움직이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었다"면서 "가능하면 실제와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하면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미디어는 생생한 VR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김준현·윤상현·장재윤·하치경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했다. 아울러 익스트림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국가대표를 브랜드화했다. 진짜 잘 하는 사람이 실제처럼 찍은 영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들과 같이 전남 여수와 강원 홍천, 경북 고령 등 국내 대표 장소를 오가며 촬영했다. VR 영상을 위해 다닌 곳만 2500㎞가 넘는다. 올해 9월 모토크로스와 웨이크보드를 선보인데 이어 11월에는 MTB와 패러글라이딩 등 총 4가지의 국가대표 시리즈를 완성했다.
 
지난 9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ACE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익스트림 국가대표 모토크로스(왼쪽)와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현대미디어

 
 전체 매출 20%로 확대 목표…게임·다인용으로 시장 키우기  
김 대표는 PP업체로서 콘텐츠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회사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VR 포함 신사업의 매출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현재 콘텐츠 유통 부분에서 전체 매출의 7~8%가 나오고 있고, VR도 이만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PP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낮은 광고 매출 원가 등으로 본업이 힘든 상황이지만 신사업을 통해 매출의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수익면에서는 신사업이 더 유리할 것으로 봤다. 김 대표는 "PP사업은 인건비 등의 비중이 커 비용으로 잡히는 부분이 많다"면서 "VR 포함 신사업이 매출의 20%를 확보한다면 이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미디어는 VR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당장 VR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한다. 지난 9월 상암 VR 페스티벌과 광주 ACE페어에 이어, 지난달에는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 제품을 공개했다. 테마파크 위주로 영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2~3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안에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테마파크, 기업홍보마케팅 등 기업간거래(B2B)에 집중한다. 시뮬레이터부터 어트랙션 등의 기기는 개인이 구입하기에는 부담이다. 김 대표가 기업과소비자거래(B2C)는 시기상조라는 판단한 이유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아울러 익스트림 콘텐츠 확대에도 나선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시뮬레이터를 기반으로 내년 두 가지의 콘텐츠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인용 플레이어도 도입한다. 장비 두 대에서 플레이어가 경쟁하는 방식이다. 1명만 체험하는 것보다 여러명이 동시에 체험하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이 즐길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요소가 가미되면 소비도 더 늘어날 수 있다. 콘텐츠를 게임 영역으로도 확장한다. 레이싱 장르의 게임을 연계할 예정이다. 컴퓨터그래픽스(CG) 기반 콘텐츠를 국가대표 시리즈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게임 콘텐츠만 만들면 되기에 시뮬레이터 등 개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특히 게임은 범용성이 높다. 문화적 격차가 낮아 수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면서 "문화적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게임용 VR이 먼저 시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미디어는 스토리기반 인터렉션 콘텐츠도 VR 사업의 또다른 축으로 키울 계획이다. 우선 내년 1월 VR 시네마를 선보인다. 특정 시간이 반복되는 공간에 갇혀 있는 소년이 공간을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콘텐츠 '굴레(가제)'를 준비 중이다. VR 시네마 존을 중심으로, 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로 상영하는 방식이다. 현대미디어의 제작 역량을 발휘하는 동시에 스토리 중심의 콘텐츠에 VR기술을 더해 시청의 개념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융합은 기본…"친구가 많아야 한다" 
김 대표는 새로운 사업 시작이나 회사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으로 '융합'을 꼽았다. 개인이 혼자 잘 하는 것은 쉽지 않고, 이를 주변과 소통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윗사람도 아랫사람과 격의없이 소통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디어 업종에 종사한다고 미디어 업종 사람들끼리만 소통을 하면 그 안에서 고립된다"면서 "가령 방송 종사자라도 게임업체 등과 만나야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고 말했다. 융합의 시대이니, 타업종과 교류를 통해 사업적으로 보완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도 격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9년째 현대미디어 대표로 임하고 있지만 항상 열린 마인드로 직원들과 대화한다. 360도 영상도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얘기 하면서 도출된 사업이다. 직원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지만 360도 영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이 뭐가있을까 고민한 김 대표와의 결합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신사업과 마케팅의 시작은 '세상은 나하고 다른 사람이 많다'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살펴봐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친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다. 디지털의 강장 큰 장점은 복사시 한계비용이 없다는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보면 제휴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적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김 대표는 "관계가 중요한 시대가 열렸고, 혈맹이 아니더라도 친구가 많아야 융합도 이루고, 사업적 수완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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