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이겼지만, 생명존중에서 졌다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8-12-07 오전 10:14:17

<관련기사>
http://news1.kr/articles/?3489922

관련 기사에 언급되는 독일 베를린 교외에 위치한 동물보호서 '티어하임' 시설 관계자의 멘트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을 보며 묘한 시샘과 씁쓸함이 교차했다. 최근 본 국내 유기동물 관련 다큐에서 어쩔수 없이 유기동물들을 안락사 시키는 수의사들이 느끼는 슬픔과 죄책감,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조명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개 보호구역만 6곳으로 나눠진 축구장 22개 규모, 10여명의 상주 동물전문가들이 위치한 이곳은 반려동물을 위한 여가시설이 아니다. 말 그대로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곳이다. 게다가 비슷한 시설이 독일 전역에 700여곳이나 존재한다. 해마다 수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넘치고 입양률이 95%에 이른다. 

손금주 의원이 지난 9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6년간 버려진 국내 반려동물만 약 52만마리다. 하지만 지난해 구조된 유기동물은 8만9700마리. 이 중 45%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죽거나 안락사했다. 죽거나는 사실 사족이다, 대부분이 안락사다. 입 아프도록 이야기 하지만, 국내 유기동물 아니 반려동물을 대하는 인식과 보호를 위한 시스템은 국제사회에 소개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올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봤다. 16강 진출 기로에 선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우승후보 0순위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을 2-0으로 꺾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대표적인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경기로 꼽히며, 그 이전까지 비난 여론에 시달려야 했던 선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축구와 유기동물이라니. 무슨 뜬금없는 비교냐 물을 수 있다. 게다가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스포츠 단판승부와 지속적 노력 필요한 시스템 구축이나 국민 인식이 단순 비교될 수 도 없다. 하지만 아무도 이길 것이라 기대 또는 예상하지 않았던 그날처럼,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 나쁘진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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