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즉시연금 문제 진압하려다 인사갈등으로 비화


금감원장, 보험사 유착관계 없는 인물 등용해 사태 해결 추진…보험국 임직원 "비전문가" 강력 반발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1-09 오후 10:00:00

[뉴스토마토 이종호·신항섭 기자] 금융감독원 인사파행의 중심에는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지급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삼성생명 즉시연금 보험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와 유착관계에 있지 않는 인물을 보험담당 부원장보로 임명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존 금감원 보험담당 임직원들이 보험분야 경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한국은행 출신이라는 점을 들며 반대하고 있다. 
 
윤 원장의 이른바 '보험 카르텔' 혁파 의지와 기존 보험담당 부서 임직원들의 '밥그릇 챙기기'가 충돌한 셈이다. 
 
9일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설인배 보험담당 부원장보가 사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임원급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은 부원장보 9명 모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내부에서는 설 부원장보가 사표를 내지 않고 있는 이유가 후임자 인선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보험부문의 부원장보 후보로는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과 이창욱 보험감독국장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윤 원장이 이성재 국장을 차기 부원장보로 적극 밀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보험 관련 부서의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과거 보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권순찬 부원장보가 오면서 보험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 보니 반발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설 부원장보가 윤 원장의 사표 제출 요구에도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분쟁은 삼성생명의 즉시연금에서 비롯됐지만 금감원 보험담당 임직원들의 불만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 부원장보의 전임인 권순찬 부원장보 선임 당시 이미 보험담당 임직원들의 불만이 시작됐다는 것.
 
권 부원장보는 한국은행 출신으로 1999년 금감원으로 이동해 금융리스크제도실장과 생명보험검사국장, 감독총괄국장, 기획검사국 선임국장 등을 역임했다. 문제는 생명보험검사국장으로 근무한 1년을 빼면 보험 관련 경험이 없다는 대목이다. 
 
이후 2016년에는 현재 보험 부원장보 후보로 거론되는 이성재 국장이 보험준법검사국장으로 발령이 났고 자살보험금 사태가 발생했다. 
 
자살보험금 사태는 법원이 보험사에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음에도, 금감원이 보험업법상 보험금 지급의무를 거론하며 대표이사 해임권고라는 초강수를 둬 결국 보험사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일단락됐다.
 
윤 원장이 이번 인사를 단행하는 이유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생보사의 즉시연금 문제 해결을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금감원과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지급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당시 금감원은 삼성생명에게, 즉시연금 전체 가입자에게 덜 준 보험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했으나 삼성생명은 이를 거부하고 민원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즉시연금 관련 민원이 계속해서 접수되면서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것이 최우선 해결과제라는 인식이 생겼다는 후문이다. 이에 금감원은 1월 종합검사 단행이라는 초강수를 계획하기도 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삼성생명에 대한 사전검사를 1월7일에 진행하고 약 2주 뒤에 종합검사를 단행하는 것으로 안을 마련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결국 윤 원장이 이성재 국장 선임을 추진하는 이유가 자살보험금 문제를 해결한 경험과, 비보험 출신으로 보험권과 유착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란 얘기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윗선에서는 이번 일을 해결하려면 보험권과 유착되지 않은 인사가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자살보험금 문제 해결로 소방수 이미지가 있는 이성재 국장을 은행임원이 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감독원 출신들은 "보험 유착의 실체란 게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권순찬 부원장보 시절 이성재 국장이 맡았던 보험준법국에 인사고가가 집중됐던 것이 보감원 출신 임직원들의 반발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성재 국장이 한국은행 출신이라서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 윤 원장을 비롯해 권순찬 전 부원장보 등은 한국은행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인사 내홍은 당파싸움에 비견된다. 다만 윤 원장은 즉시연금 문제 해결이라는 대의명분이라도 있으나, 보감원 출신들의 항명은 결국 자리 지키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원장의 의지가 강한만큼 결국 인사도 그대로 강행할 가능성이 있으나, 보감원 출신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동안 외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원내 갈등이 드러나 금감원에 대한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이종호·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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