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 개봉’, 정말 득일까? 아니면 오히려 ‘독’일까?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1-09 오후 3:22:4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변칙 개봉이 이슈다. ‘변칙’, 원칙에서 벗어난 룰이다. 특정 영화를 거론하기 보단 몇 년 동안 대작 영화들이 개봉될 때마다 언급된 스크린 독과점과 함께 주요 이슈로 거론된 변칙 개봉이 다시 한 번 영화계에 계륵이 될 전망이다. 각 배급사들은 시기별 주요 텐트폴(특정 시기에 흥행이 확실하게 보장된 영화) 작품에 대한 개봉 일을 결정한다. 이 결정은 모든 배급사들이 내부적 논의를 통해 암묵적으로 합의가 되는 사안이다. 각 배급사 관계자들은 모바일 메신저 단체방을 이용해 이런 정보를 공유한다. ‘상생의 개념이 적용된 사안이다. 하지만 사실상 잘 지켜질 수는 없다. 특정 성수기 시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100억 이상이 투입된 영화 한 편의 흥행은 상상할 수 없는 리스크 산업이다. 결국에는 암묵적 합의는 사실상 침묵이 될 뿐이다. 그래서 변칙개봉이란 일종의 꼼수가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의문이 생긴다. ‘변칙이 정말 꼼수일까. 아니면 공정 경쟁을 방해하는 반칙일까. 그것도 아니면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또 하나의 방편일까. 다수의 영화계 관계자들이 언급한 변칙 개봉에 대한 시각이다.
 
  
 
말모이만의 문제일까
 
우선 변칙 개봉에 대한 의미다. 기존 배급사들이 확정한 개봉일 이전 유료 및 무료 시사회를 통해 모객된 관객 수를 바탕으로 각 언론사에 홍보 보도자료가 배포된다. ‘00관객 동원 박스오피스 1위 사전 예약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9일 개봉한 영화 말모이의 경우 사전 유료(6) 및 무료(9) 시사회로만 15만 관객을 끌어 안은 채 개봉 일을 맞이하게 됐다. 이를 두고 변칙 개봉 논란 불똥이 튀었다.
 
이날 말모이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변칙이란 단어가 조금은 거북스런 게 사실이긴 하다면서도 지난 해 추석 시즌이나 이번 겨울 시즌처럼 한국 영화가 시장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개봉 대기 중인 영화의 사전 반응이 좋을 경우 개봉일 직전 시사회 개념으로 먼저 선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자체가 리스크 산업이다. ‘말모이의 경우도 총 제작비 80억대의 작지 않은 영화다면서 이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마케팅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그걸 변칙이라고만 지적한다면 너무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언급은 사실 언뜻 납득하기 힘들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영화계 암묵적 룰로 여겨지는 개봉 전 시사회에 대한 언급이다. 그동안 여러 영화들, 아니 거의 대부분 개봉 영화들이 개봉 전 유료 혹은 무료 아니면 두 가지를 병행한 시사회를 개최하며 사전 반응을 체크한다. 이런 마케팅 방식은 비단 말모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개봉한 국내외 영화들 모두가 이 방식을 택하고 사전 관객 반응을 체크한다. 그런데도 말모이에 대한 포털사이트 기사는 거의 대부분이 변칙 개봉을 핵심 키워드로 짚고 있다.
 
참고로 ‘변칙 개봉’이란 ‘편법’이 국내에 생겨난 이유는 충무로의 ‘와이드 릴리즈’ 배급 방식 때문이다. 개봉 당일 최대한 많은 스크린을 점유한 채 상영을 시작해 상영일이 지날수록 스크린 수가 감소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개봉 첫 주 관객 입소문이나 반응이 흥행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외국의 경우 ‘모니터링’ 개념으로 완전 무료 시사회를 개최하며 이에 따른 관객은 집계에서 제외한다.
 
 
 
시장에서 바라본 변칙 개봉
 
다시 언급하자면 변칙 개봉사전 유료 및 무료 시사회. 개봉 전 예비 유료 관객들의 반응을 체크해야 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배급사가 확정한 개봉일은 일종의 관객들과의 약속이다. 그 약속은 동종 업계 관계자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변칙 개봉으로 불리는 사전 시사회자체가 문제일까.
 
먼저 영화계 A관계자는 법적인 문제가 안되지만 문제는 문제다는 입장이다. 그에 따르면 사전 시사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를 활용한 마케팅 포인트 방식이 문제가 된다. B영화가 개봉 전 시사회를 열었다. 시사회를 통해 10만의 관객을 모객했다. 10만 명은 모두 무료 시사 관객들이다. 하지만 기존 비슷한 시기에 상영되거나 상영 대기 중인 영화들과 출발선부터 달라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예비 관객들에게 착시 효과를 주게 되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우사인 볼트와 내가 100m 달리기를 한다고 치자라면서 그게 게임이 되겠나. 그런데 우사인 볼트는 나보다 20m 앞에서 출발을 한다. 이건 처음부터 잘못된 게임이다고 꼬집었다.
 
C관계자는 달랐다. ‘변칙 개봉사전 시사회가 작은 영화들 혹은 대작이지만 완성도로만 승부를 보는 특정 영화들에겐 생존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는 예비 관객들의 입소문이 절대적으로 흥행에 영향을 끼친다. 150억대 제작비가 투입된 스윙키즈’가 변칙 개봉을 했음에도 지난 해 12 19일 개봉 이후 9일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 145만에 그치고 있다. ‘변칙 개봉으로 득을 볼 수도 있지만 사전 입소문에서 좋지 않은 판단이 날 경우 흥행에 오히려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스윙키즈가 그 대표적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 영화 시장은 스타 마케팅이 결정적이다면서 특급 스타 출연이 결과적으로 그 영화 성패를 좌우한다. 바꿔 말하면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이지만 스타 마케팅 포인트가 없는 영화의 경우 경쟁작에서 특급 스타가 출연한다면 예비 관객 선택은 결과적으로 기울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가 가장 우선시된단 점을 전제로 했다. ‘변칙 개봉이 언제나 이 될 수는 없단 단적인 예다. 그만큼 변칙 개봉자체 리스크도 엄청난 셈이다.
 
D관계자는 중립적인 입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전제 조건으로 배급사의 배급 전략을 거론하면서 “‘변칙이든 아니든 각 배급사 역량 문제다고 선을 그었다. 우선 대작 영화들의 변칙 개봉으로 시장 질서 파괴를 거론하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시장에선 대작이든 중저예산 영화든 독립영화든 경쟁 상대가 다르다면서 “100억대 대작 영화가 10억 미만 독립영화와 경쟁을 하려고 시장에 뛰어드나. 절대 아니다. ‘사전 시사회를 통해 시장 반응을 체크하고 그에 따라 관객들을 모객하는 게 반칙으로 규정되는 것은 경쟁 논리에서 어긋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물론 그는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고 예비 관객들에게 착시 효과를 주는 방식으로 끌고 간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영화 산업은 생각지도 못한 리스크가 곳곳에 존재한다. ‘변칙 개봉에 대한 리스크 조차 상대 배급사에서 파악 못하고 있다면 그건 그쪽의 문제다고 선을 그었다.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CJ CGV
 
결국 극장이 갑()인가?
 
이외에 여러 관계자들은 변칙 개봉논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부산행의 경우도 변칙 개봉을 했다면서도 그런데 변칙 개봉이 결국 1000만 흥행의 발판이 됐다고 보나. 절대 아니다. 영화가 재미있었고 관객들의 선택이 집중한 결과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변칙 개봉논란의 핵심은 결국 극장의 스크린 배정이라고 꼬집었다.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자사 극장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암묵적으로 계열사 제작 투자 영화에 스크린을 더욱 많이 배정하고 있단 루머다. 어디까지나 루머다. 물론 실제 시장에선 다르다. 관객들의 수요가 최우선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받아 온 오해다면서 영진위 통합전산망 자료를 통해 모두 공개된 내용이다. 관객 수요가 높지 않은 자사 영화에 더 많은 스크린을 배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전했다. 극장의 경우 사전 시사회를 통해 관객 반응이 좋은 영화의 경우 배급사 및 제작사 자체 자료가 아닌 오롯이 영진위 통합전산망 자료와 극장 자체 설문 조사 및 다양한 방식의 관객 수요를 체크해 스크린 배정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극장 관계자도 변칙 개봉 측 사전 시사회 반응이 좋다고 스크린 배정에서 유리한 게 아니다면서 극장 지점별로 주요 타깃 관객들의 수요 장르가 나눠져 있다. ‘변칙 개봉 수요가 아무리 높다고 한들 스크린 배정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변칙 개봉으로 사전 관객 수가 높고 이에 대한 수요가 자체 조사에서 확실하게 파악 된다면 스크린 배정 조율에 유리할 수는 있다면서 이 결과가 변칙 개봉=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금물이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각 극장 영화 상영 스크린 숫자는 극장 본사 스크린 배정 가이드 라인과 각 지점별 극장 점주의 일정 권한 그리고 배급사와 제작사의 의견이 일정 부분 포함돼 최종 결정된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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