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사회적 참사 막기, 답은 피해자들에게서 나온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침해 받은 권리·인권, 어떻게 대변할지가 관건"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1-11 오전 6:00:00

황필규 변호사는 최근 유독 활동이 눈에 띄는 3세대 인권변호사 중 한 명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2004년 10월부터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이주민과 난민 등 국내외 인권 보호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현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안산에서 일 년 동안 살면서 피해자 가족의 법률적 자문역을 했다. 그는 아태지역 난민관리 네트워크 의장으로서 각국의 난민 법제와 아동 구금 문제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 변호사를 만나 공익·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물었다. (편집자주)
 
사진/황필규 변호사 제공
 
현재 소속된 '공감'은 어떤 조직인가.
전업적으로 공익·인권과 관련된 일을 하고, 후원을 통해서만 운영되는 국내 최초의 변호사 단체이다. 창립 당시에는 관심을 받지 못했고, 영역 밖에 있던 이주·난민, 장애, 이주 여성 등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취약노동자와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계속 활동해왔다.

공감이 사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결국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런 모델이 가능하다고 보여줬으며, 개인들의 희생과 노력만을 가지고 공익변호사 시스템이 운영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고 최대한 지원할 방법들에 대해 강구했다.
이런 사업의 영향으로 받아 광주·부산·청주 등 지방에서도 공익변호사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가 됐다. 이 가운데 한두 개 단체는 공감의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들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공익변호사 단체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자립 지원 사업의 방점은 지역에서 공익 변호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과 함께 취약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변호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법률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역할로 규정하는데, 이는 변호사가 법적으로 공인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신이 맡은 업무 내용 자체가 공익적이고 인권적인 게 아니더라도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법률 내용을 성실하게 해석하는 등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적어도 유해한 방식이나 불법적·편법적인 방식으로 법률 대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 ‘특별한 지위이기 때문에 특별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기 보다는, ‘특별한 지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란 방식으로 고민한다면 다양한 공익활동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인권·난민보호 활동에는 어떤 성과가 있었나. 
다른 단체와 변호사, 학자분들과 함께 장애인 차별금지법과 함께 다양한 장애인 관련 법제도 개선 활동을 했다. 난민법 제정 같은 경우도 관련 네트워크 여러 분들과의 작업을 통해 법적인 부분에서 ‘공감’이 처음으로 난민영역을 개척했다. 해외 입양과 관련해 입양특례법 전면 개정도 이뤄냈다. 그 외에도 개별적으로 들어가면 법을 완전히 고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회적 문제 제기를 통해 인권침해가 방치돼온 영역에 대해서는 개선의 여지를 제공했다. 탈북자 합동 심문도 비록 소송에서 패소하고, 법률이 전면적으로 개정되지 않았지만 문제 제기는 이뤄졌다고 본다. 

탈북자 난민지위도 최근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법에 따르면 국적은 국내법에 의하게 돼 있다. 북한과 남한의 국내법을 보니 탈북자는 이중국적자다. 이중국적 나라 중 하나인 남한에서 탈북자를 보호할 의사와 능력이 있기 때문에 탈북자는 난민이 아니라는 것이 영국과 호주 법원의 의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온전한 국적이 아니라는 주장을 해오고 있다. 한편, 탈북자가 한국에 오면서 국정원 주도로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몇 년까지 합동 신문이 이뤄진다. 사실상 국정원 주도로 간첩 수사를 하는 건데 법적인 보호장치가 없고, 적법절차가 배제된 상태에서 구금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국가배상 청구소송과 인신보호 구제를 청구하기도 했다. 최근에 이와 관련된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지만 오히려 법적 근거를 가지고 인권 침해를 하겠다는 식이어서 매우 실망스럽다. 
 
난민에 대한 사회적 갈등은 언제 해결될 거라 보는가.
우리나라는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 동시에 외국 문물에 대해선 선별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선호하는 부분이 있다.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들을 활용하고 의사소통하는 정보화시대에서 외국인 혐오주의가 대두한 사실이 안타깝다. 예멘 난민은 종교적인 배타성, 안전에 대한 불안감, 경제적인 불안감이 맞물려서 큰 이슈가 됐다. 우선 정부와 언론의 역할이 크다. 예멘 난민 상황을 두고 생각이 바뀐 사람은 그들의 곁에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과정이 있었다. 미국도 1970년대 성 소수자(LGBT에)에 대한 반감이 존재 했었는데 10~30년 사이에 순식간에 분위기와 문화가 바뀌었다. 얘기를 들어보면 결국 곁에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서 변화가 왔고, 우리나라도 그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에서도 활동 중이다. 세월호 사건 같은 참사를 어떻게 막아야 하나.
일단 답은 피해자들에게서 나온다. 피해자들이 발생했을 때 ‘그들의 권리와 인권, 이해를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로 접근하면 상당수는 답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조금이라도 문제 해결에 다가가고자 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실질적인 법률복지는 무엇인가.
적어도 ‘법률 서비스는 권리다’라는 점을 정부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법적인 문제가 있을 때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서 해결할 수 있고, 돈이 없어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을 가져야 한다.
법률구조공단이 존재하지만, 국민적 수요와 수요 충족 여부에 대한 평가를 들어본 적이 없다. 공단은 ‘충족하지 못한 수요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보다 ’할 만큼 하고 있다‘, ’예산이 주어지는 것보다 많이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법률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없도록 제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 기존 제도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2017년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실질적 평등과 생존권을 보장하는 헌법 개정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가장 왼쪽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