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들 "양승태, 창피하고 참담하다"


"피의자로서 대법원 찾은 것은 재판부에 큰 부담 줘"…"기자회견 무난" 옹호론도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1-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영지·김광연 기자] "같이 법원에 있는 입장에서 창피하고 참담하다." "대체로 무난했다. 몸싸움 등 불상사를 막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사법농단 의혹 핵심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지난 11일, 법원 내부는 치욕과 모멸감으로 술렁였다.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촛불집회 재판개입' 사건 당시 분위기와 비길만 했다.
 
법관들은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입장 표명'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법원에 들렀다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판사들은 모든 재판에 대해 항상 공정성을 가지려고 노력하는데, 대법원에 왔다는 것 자체가 재판부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받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니 같이 법원에 있는 입장에서 창피하고 참담하다”면서도 “다만 대법원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은 본인 선택에 따른 것이라 문제가 된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강제로 포토라인에 서는 것을 강요할 사항은 아니고, 양 전 대법원장이 기득권을 노렸다기보다 본인 의견을 밝히기 위해 생각한 게 대법원 앞 기자회견”이라며 “밝힌 입장도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었다”고 분석했다.
 
옹호론도 없지 않았다. 같은 법원의 또 다른 부장판사는 “대체로 기자회견 내용은 무난했다”며 대법원 안에서 기자회견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과거 대법관들이 검찰에 나올 때 있었던 몸싸움 등의 불상사를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고법의 또 다른 판사는 “법원 구성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면서도 “대법원 기자회견은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기 위한 대체방법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 및 국민들에게 자신의 입장은 밝혀야겠지만 검찰 포토라인에 서기 싫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 혐의에 대해 “그동안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이 주를 이뤘는데 이번 혐의 입증 과정에서 각각의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해야 할 것이고, 새로운 판례들이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라, 법원 내부에 자신에게 동조하는 세력을 결집시키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며 “그를 영장심사하고 재판할 법원에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 대법원 정문 앞에 도착해 “이 일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서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직시절 박병대·고영한 법원행정처 처장(대법관)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함께 일제 강제징용 재판 등에 개입하고,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을 뒷조사한 뒤 불이익을 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구속기소된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44개 범죄사실과 관련해 임 전 차장 등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가 있다고 판단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김광연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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