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에 무너지는 '갭투자'…세입자 피해 확산 우려


갭투자자 강제 경매로 손 털기 '모럴헤저드'…10월 이후 경매 건수 늘어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2-06 오후 8: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입주물량 증가와 수요 감소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전세가율)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대출이 막히면서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도 원천 차단됐다. 전세가격이 폭락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 ‘깡통 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집을 경매로 넘기는 갭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경매로 넘겨 자신이 투자한 돈만 손해보고 손을 터는 것이다. 집이 전세가격 이하로 낙찰되면 피해는 세입자 몫으로 남는다.
 
6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9.4%를 기록해 2013년 9월(59.1%) 이후 가장 낮았다. 서울 전세가율은 2013년 10월부터 줄곧 60% 이상을 유지하다 지난해 11월 59.6%를 기록하며 60% 선이 무너졌다. 특히 헬리오시티 등 입주 물량이 쏟아진 송파구는 통계를 작성한 2013년 4월 이후 역대 최저치다. 갭투자 바람이 불었던 강북 주요 지역도 최근 1년 새 전세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성북구와 동대문구는 지난 2017년 말 전세가율이 81.3%, 78.9%까지 올랐지만, 1년만인 지난달 각각 68.1%, 62.7%로 급락했다.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가율을 급격히 끌어내렸다. 송파 헬리오시티는 이달 9510가구 규모의 물량이 한꺼번에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용면적 84㎡의 전세가격이 입주 전 7억~8억대에서 4억대까지 떨어졌다. 주변 단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14개 단지 8730세대다. 특히 전세가율이 떨어지면서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금을 한 번에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월세를 주는 방법으로 전세금을 낮추는 곳도 등장했다. 전세금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드는 전세보증 상품의 가입 건수도 2배로 늘었다.
 
깡통 전세가 현실화되면서 전세금을 낮춰 다른 세입자를 받느니 차라리 집을 경매로 넘기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 당장 전세금을 돌려 줄 수 없는데다 전세 계약 2년 후 집값이 전세금보다 낮아진 경우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596건이던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경매 물건이 9·13 부동산 대책 직후인 지난 10월부터 2000건 이상으로 상승했다. 10월 2280건, 11월 2073건, 12월 2073건 등이다.
 
경매로 집을 넘기면 자신이 갭투자 한 액수만 손해보고 사실상 세입자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예를 들어 2억원에 산 집을 1억8000만원에 전세를 준 상황에서 2년 후에 시세가 1억7000만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이 집을 그냥 팔면 집주인은 3000만원이 손해다. 그러나 경매로 넘기면 갭투자한 2000만원만 손해 보면 된다. 이 때문에 시세가 전세가격 이하로 더 떨어지기 전에 자신이 살고 있는 전셋집을 강제 경매시키는 세입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순위가 세입자로 되어 있으면 경매 후 전세금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세금을 떼이지 않기 위해 세입자가 모든 것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등기부등본을 통해 전세계약 시 집주인과 등기부등본상 소유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셋집을 담보로 한 대출 내역도 살펴봐야 한다. 경매로 넘어가면 통상 아파트는 시세의 80%, 다가구나 연립은 70% 선에서 낙찰된다. 근저당 채권액과 전세금을 포함한 금액이 매매가의 70%를 넘지 않는 게 좋다. 이어 이사한 날에는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래야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력을 확보해 전세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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