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알리타: 배틀엔젤’, 원작 ‘아쉬운’ 비주얼 충격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2-04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 1990년대 일본 사이버벙크 애니메이션을 이끌던 흐름의 중심에 있던 총몽이 원작이다. 원작을 기반으로 각색된 작품들은 필연적으로 방대한 서사 구조에 대한 압축의 고민에 쌓인다. 전 세계 영화 흐름에 ‘3D DNA’를 이식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이전 자신의 연출작으로 낙점했을 만큼 이 만화의 매력은 단순한 텍스트로 설명 불가능하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접근 방식, 일본 사이버펑크 장르 특유의 기괴함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캐릭터들. 영화적 혹은 콘텐츠 전환 요소로서 총몽은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아키라’ ‘공각기동대와 함께 이른바 ‘3대 사이버펑크 걸작으로 불리지만 가장 두텁고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보유한 작품이기도 하다.
 
 
 
알리타: 배틀엔젤은 원작 총몽의 거대한 줄기와 주요 캐릭터들은 그대로 가져왔다. 공중 도시 자렘, 그 밑에 고철도시, 플래시백 형태에서 등장하는 화성 전투 장면, 모터볼 시퀀스, 최종 빌런 닥터 노바 등이다. 주인공 갈리는 이름만 바뀌었다. 그의 조력자인 이드 다이스케 박사는 영어식 이름인 다이슨 이도’.
 
26세기가 배경이다. 화성 거주민과의 전쟁 여파로 폐허가 된 지구. 부를 축적한 생존자들은 공중 도시 자렘에서 영생을 손에 쥔 채 살아간다. 그들의 영생과 부를 위한 노동력은 황무지가 된 하늘 아래 땅 고철도시인간들. 신체 일부가 의체(기계)로 대체된 사이보그들의 세상이다. 그 가운데 온전한 인간들도 있다. ‘이도와 알리타의 친구가 될 휴고’. 아이러니하게도 사이보그는 더욱 더 인간성과 기계화의 경계선에서 혼란을 겪는 감정을 보인다. 반면 인간들은 의체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 이런 감정의 경계는 닥터 이도란 인물을 통해 인간성 본연에 대한 질문을 간접적으로 관객들에게 던진다. 그는 고철마을 사람들의 신체를 고쳐주는 일종의 의사이면서 밤이면 사이보그 범죄자들을 잡는 헌터이다. 생산과 파괴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는 관객들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하는 역할이다. 사실 그의 이런 태도는 숨겨진 사연이자 트라우마로 인한 자기 치유 방식이기도 하다.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 스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그런 이도의 눈에 알리타가 들어온다. 이미 온 몸에 파괴된 채 버려진 부속품의 형태였다. 단 뇌는 살아 있었다. 뇌가 살아 있으니 감정도 살아 있는 인간이다.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알리타는 그렇게 이도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난다.
 
모든 기억을 잃은 알리타에게 세상은 새로움의 연속이다. 자신의 의체도 새롭다. 거울 속 자신도 새롭다. 세상도 새롭다. 모든 것이 그에겐 새롭고 신기하다. 그런 알리타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휴고는 인간이다. 두 사람은 인간사이보그란 경계를 넘어서 감정을 교류한다. 모터볼 스포츠를 통해 서로를 의지하는 것을 알게 된다. 자렘을 동경하는 휴고를 위해 알리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며 그의 꿈을 지지한다. 하지만 고철마을 대표 벡터의 계략으로 휴고는 사고를 당하고 알리타는 고철 마을 밤을 지배하는 사이보그 헌터들과 일대 결투를 벌인다. 그리고 그 뒤에 고철마을 지배하는 거대한 세력의 검은 손 닥터 노바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된다.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도 조금씩 살아나는 알리타다. 지금은 사라진 고대 화성의 무술 기갑술을 기억하는 그의 뇌. 화성과의 전투에서 추락한 화성 우주선에서 찾아낸 ‘광전사’. 이제 모든 것은 알리타에게 자렘과의 일전을 예고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 스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알리타: 배틀엔젤은 원작 총몽의 기본적인 스토라인을 따라간다. 하지만 분위기와 톤 앤 매너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원작 마니아라면 영화의 전체 분위기에는 사실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전반적으로 상당한 필터링 작업이 이뤄진 느낌이다.
 
알리타: 배틀엔젤에는 원작 총몽시리즈 1편에 등장하는 괴물 사이보그와의 지하 세계 결투 장면이 나온다. 원작에선 괴물 사이보그의 슬픈 사연이 상당히 밀도 있게 한 부분을 담당한다. 하지만 영화에선 그저 주변 인물로 그려지면서 원작 자체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반감시켰다. 이 괴물 사이보그는 영화와 원작의 최종 빌런 닥터 노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 지점을 생략했다. 주인공 알리타에만 초점을 맞췄다.
 
모터볼장면에서도 한 인물이 배제된다. 원작에서 그려진 모터볼챔피언 저슈건의 스토리가 있지만 그는 영화에선 지나가는 단역 정도의 비중 일 뿐이다. 이밖에 원작에서 주인공 갈리’(영화에선 알리타’)의 최대 숙적으로 그려지는 자팡의 비중도 축소했다. 인물들의 스토리와 사이버펑크 특유의 기괴함이 사라진 캐릭터의 외연 탓에 전체의 분위기도 상당히 순화됐다. 흡사 총몽청소년 버전을 보는 느낌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 제작임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만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 연출임을 고려할 때 원작 마니아들에겐 상당히 아쉬운 지점이다.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 스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물론 원작 자체의 전체 분위기를 극도로 상쇄한 톤 앤 매너는 아쉽지만 기술력에 있어선 진일보를 넘어선 창조의 영역을 선보인다. CG로 구현된 알리타는 실사와의 영역을 허물어 버린 채 시각의 극한을 해제시킨다. 원근 자체의 세밀함도 진일보했다. 고철마을과 그 위에 떠 있는 공중도시 자렘의 압도적 위용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각 충격이다. 사이보그 헌터들의 충격적 비주얼도 발전된 CG 기술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알리타: 배틀엔젤은 방대한 원작의 전체 스토리 중 오프닝에 해당한다. 영화 결말도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다음 스토리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발전 가능성과 원작의 어떤 지점을 선택하고 집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직 원작의 시작에도 접근하지 못한 스토리가 이번 알리타: 배틀엔젤이다. 이미 아바타를 통해 카메론 감독은 상상 불가능의 세계와 넓이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세계관을 만들어 냈고 창조 중이다. 이번 영화에서 실망한 원작 팬이라면 다음 편을 기대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듯하다. 카메론 감독이 절대 손을 놓지 않을 프로젝트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월 5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