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혼란 확대에도 우려보다 기대 크다


시너지 파급효과 기대감 높아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2-08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장기 불황을 끝내고 장밋빛 전망을 꿈꾸던 조선업이 인수합병(M&A)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거의 20년간 정부가 관리해 왔던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이 품에 안을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인 세계1위 조선사가 탄생될 것이란 기대감과 동시에 두 배가 나란히 침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빅3' 체제서 '빅2'로…단기 디스카운트 우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소식을 밝힌 것은 지난달 31일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인수합병(M&A)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의안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중간지주사인 조선합작법인을 새로 설립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기존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하고, 조선합작법인을 만든다. 사업법인은 비상장사로 현대중공업 사명을 쓴다. 산업은행은 조선합작법인에 2조1000억원 수준의 대우조선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조선합작법인의 1조25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보통주 600만9570주를 받는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의 지배구조 모습. 표/현대중공업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급등하는 듯 했으나 곧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그간 조선업계 수주 기대감에 지난해 말부터 점차 오르던 주가가 하락 추세로 전환한 것이다.
 
7일 현대중공업은 전 거래일과 같은 가격인 12만8000원, 보합으로 마감했다. 인수소식이 발표된 날에는 4.15% 하락, 다음 거래일에는 7.58% 급락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52주신저가(9만3700원)을 기록한 이후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대우조선해양도 비슷한 흐름이다. 현대중공업이 크게 밀린 1일 대우조선해양도 8.65% 떨어졌다.
 주가가 하락한 것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겪을 디스카운트(할인)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3회 유상증자를 진행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보유하게 될 조선합작법인의 상환전환우선주의 전환 여부와 조선합작법인의 추가 1조원 규모 유상증자 여부에 대한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대체적으로는 유상증자로 인해 현대중공업의 주당순자산가치(BPS)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조선합작법인의 1조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발행가액과, 자금이 부족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에게 추가로 지원하게 될 1조원에 대한 조달 방법이 변수”라며 “현대중공업의 BPS는 유상증자로 인해 7%에서 12%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있어 기존 주주들의 원망과 배신감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단기적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신용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원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증자 참여(약 3500억원)와 산업은행에 발행할 상환전환우선주(1.25조원) 및 대우조선해양 보유 신종자본증권(2.3조원) 등 실질적인 재무부담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번 인수건은 통합 신용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변수도 남아 있다. 산업은행은 2월말까지 삼성중공업에게도 같은 내용의 인수 제안을 검토할 시간을 주고 다음달 초 최종 협상자를 선택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자금 여력이 크고 인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최종 협상자로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인수 의사를 드러낼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대형 조선업체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외에 시장에서 거론되는 또 다른 문제는 양사의 노조다. 두 회사 노조 모두 구조조정 우려로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장기적으론 시너지 합쳐져 ‘호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쳐지면 규모와 기술력에서 강력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명실공히 조선 업계 1위다. 1972년 설립된 현대중공업은 조선소 설립과 동시에 초대형 유조선 2척을 건조해고 창사 10년만에 세계 1위 조선소로 발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각종 선박과 해양플랜트, 시추선, 부유식 원유생산설비, 잠수함, 구축함 등을 건조하고 있다. 그간 시황 침체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해양플랜트 대규모 적자, 비핵심사업 손실로 인해 유동성에 위기를 겪었으나, 재무구조 개선을 바탕으로 부채비율을 2016년 2185%에서 2017년 283%로 대폭 낮췄고 점차 영업이익률을 높이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산업 재편과 저가수주 지양,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 그룹의 장기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안정은 물론 생산 효율 극대화와 재료비 절감 등 시너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수혜는 가장 큰 회사인 현대중공업”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쳐진 시장점유율 또한 압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주잔량은 1114만5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세계 1위(점유율 13.9%)다. 2위인 대우조선해양 584만4000CGT(7.3%)을 합치면 총 수주잔량은 1698만9000CGT(21.2%)에 이른다.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소 525만3000CGT(6.6%) 대비 3배, 5위 삼성중공업(4723CGT)의 4배다. 선박을 건조하는 도크 수는 현대중공업(11개), 대우조선(5개) 등 총 16개로 급증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1척이 보통 8만CGT로 집계된다. 17만4000㎥ LNG선은 작년 말 1억8200만달러에 발주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삼성중공업이 이번 인수로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원가 경쟁력 약화와 대부분 선종에서의 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다”며 “시장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으로 시선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