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뺑반’ 류준열, 이 배우가 만들어가는 시네마 유니버스


평소 운전 즐기는 ‘마니아’, 극중 고난도 카체이싱 직접 소화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2-10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2014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전국에 어남류’(‘차피 편은 준열의 인터넷 은어)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한 해 앞서 스크린 데뷔작 소셜포비아에선 실제 양아치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충무로에선 도대체 이 배우가 누구냐란 관심이 폭발했다. 단 두 편의 화제작 이후 그는 충무로의 굵직한 작품에 오롯이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기 시작했다. 이제 30대 또래 가운데 류준열을 넘어설 배우는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독보적인 아우라가 류준열의 전매특허가 됐다. 지난 해 영화 독전에서 선보인 아우라는 단순한 텍스트로는 설명 불가능한 지점이었다. 어느덧 그는 자신만의 시네마 유니버스를 창조해 내는 대체 불가의 존재감이 됐다. 지난 달 30일 개봉한 뺑반에선 또 다른 류준열이 등장한다. 과거를 지닌 채 현재의 삶에서 해답을 찾고 있는 캐릭터의 모습은 류준열 외에는 달리 표현 가능한 배우가 없었다는 게 정답인 듯싶었다.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에서 류준열과 만났다. 언제나 유쾌하고 활발하며 조금은 수다스러운 그의 모습은 작품 속 류준열의 모습과는 거리감이 꽤 있다. 평소 술 담배를 안하고 밤 10시면 취침 모드에 들 정도로 바른 생활사나이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 일까. 그의 수다스러움은 가벼움의 대체제가 아니다. 작품 속 류준열과 현실의 류준열을 구분할 줄 아는 자신만의 방식 같았다. ‘뺑반속 류준열과 눈앞의 류준열이 완벽하게 다른 모습처럼.
 
하하하. 낯가리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저랑 여러 번 만나신 기자님들은 잘 기억해요(웃음). 제가 워낙 작품 속에서 무뚝뚝하고 말 수가 없는 배역을 많이 맡아서 했잖아요. 현실에선 좀 그 답답함을 풀려고 그러는 거 같아요. ‘뺑반은 좀 달랐잖아요 하하하. 제가 연기한 서민재가 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잖아요. 감독님과 미팅을 할 때도 그런 지점에서 많이 통했죠. 감독님이 많이 제 의견을 반영해 주셨어요. 지금까지와의 과묵한 캐릭터와는 좀 다른 지점도 있었고요.”
 
그는 영화에서 안경을 사용해 서민재의 과거와 현재를 구분 지었다. 과거가 있는 인물의 캐릭터 그리고 그 인물의 알 수 없는 속내와 감춰진 비밀을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했다. 사실 처음부터 관객들은 서민재의 과거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알 수 없기를 바랐다고. 중반 이후 힌트가 드러나고 후반에 드러난 과거로 관객들이 혼란을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안경이 그런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뭔가 감추고 싶을 때 선글라스를 쓰잖아요. 비슷한 의도였죠. 영화 전체를 1부와 2부로 구분한다면 1부는 과거를 감추기 위해 그 인물의 속내가 어떤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고 했어요. 반대로 2부에선 서민재가 아닌 과거의 민재로 돌아가는 모습도 보이지만 결국에는 다시 서민재가 되는 반전도 주고 싶었고요. 감독님과도 대화를 하면서 이건 민재 답다’ ‘이건 민재 답지 않다는 의견을 자주 주고 받았죠.”
 
뺑반은 카체이싱이 스토리의 중요한 동력이다. 때문에 배우들이 필연적으로 운전을 해야 했다. 운전을 하는 장면도 일반적인 운전이 아니다. 고난도 운전 스킬을 담보로 한 스턴트 운전이 대부분이었다.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감정이 담긴 운전 장면을 배우들에게 요구했다 때문에 스턴트팀이 현장에 상주했지만 사고 위험성이 큰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카체이싱은 배우들의 몫이었다.
 
아마 영화 속 제가 운전한 장면의 95% 이상을 직접 했을 거에요. 진짜 사고 위험성이 한 두 장면 제외하면 다 제가 직업 한 거에요. 평소 운전도 즐겨하는 편이에요. 고난도 운전 스킬인 드리프트의 경우 이론적으론 알고 있는데 이번 촬영에서 처음 해봤죠(웃음). 스턴트팀에 해봐도 될까요라고 허락을 받은 뒤 해봤는데 한 번에 되더라고요. 하하하. 그래서 거의 제 분량은 직접 했어요.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평소 운전을 좋아했지만 스피드광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류준열이다. 그럼에도 남자로서의 본능이 꿈틀댔다고. 촬영장에던 트랙에서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평소 도로에선 체험이 불가능한 스피드도 내봤단다. 또한 영화 속에선 실제 운전이 절대 아니라고 여겨질 장면도 직접 소화했다. 그는 이날도 그거 CG로 아시는 분들이 많다며 웃는다.
 
우선 트랙에선 한 번 달려보고 싶었죠. 스피드를 낼 수 있는 구간이 있어요. 그때 304km 밟아봤어요. 어휴 엄청 떨렸죠. 정말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그 뿐이에요. 영화 속에선 큰 도로보단 좁은 골목길에서 달리는 장면이 사실 더 위험했죠. 돌발 사고 위험도 컸고. 스턴트팀에서 병적으로 안전에 신경을 쓰셨어요. 조금만 위험하면 하지 말자고 하셨을 정도니. 그래도 사전 준비가 워낙 철저하게 이뤄져서 다치지 않고 잘 끝났죠.”
 
이런 고난도 카체이싱 장면을 소화하는 것과 연기를 덧붙여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한 감독은 배우들에게 감정이 묻어 있는 카체이싱을 가장 중요하게 주문했다고. 그저 운전만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운전에 감정이 묻어 있는 연기적 운전을 요구했단 얘기다. 류준열은 잠시 박장대소를 하면서도 한 감독의 이런 주문을 충분히 이해했단다.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일례로 제가 독전에서 수화를 하잖아요. 그건 가짜죠. 실제 수화와는 좀 다른 영화적 표현 기법이 담긴 가짜였죠. 수화 자체가 가짜가 아니라 그저 수화란 동작 언어에만 집중한 거죠. ‘뺑반에선 그래서 감정이 담긴 운전이 이해가 됐어요. 그럼 먼저 배우가 직접 해야 했죠. 그 감정을 고스란히 안고 재철(조정석)과 대결을 하는 장면이 나와야 했어요. 그 순간에는 진짜로 제가 서민재였으니.”
 
그는 인터뷰 내내 얼굴에 여유가 있었고 웃음이 머금어져 있었다. 워낙에 유쾌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배우이기에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앞두고 한 종합편성채널 녹화 때문에 쿠바로 여행을 다녀왔단다. 그곳에서 여유를 알게 됐고, 또 좋아하는 차에 대해서도 실컷 보고 즐기고 왔다고. 그는 뺑반촬영 이후 쿠바여행까지 좋은 징조같다며 웃는다.
 
“JTBC ‘트래블러란 프로그램 녹화를 위해 쿠바를 다녀왔어요. 제가 그래도 나름 한 여행 하는데 쿠바는 처음이었거든요. 정말 다르더라고요. 우선 사람들이 뭔가 흥이 달랐어요. 열정적이고. 또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차를 좋아하는 분들은 쿠바가 성지라고도 하더라고요. 올드카의 박물관 같은 곳이 쿠바라고 들었어요. 진짜 희귀한 차들이 길거리에 막 돌아다녀요. 하하하.”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마지막으로 영화 에필로그에 등장한 깜짝 배우의 존재감도 궁금했다. ‘뺑반의 후속편을 예감케 하는 설정이었다. 류준열이 연기한 서민재와 이 깜짝 배우가 공유하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만약 뺑반이 흥행한다면 또 다른 뺑반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 듯 싶었다.
 
서민재 몸에 그려진 엄청난 문신이 포인트에요. 분장 때마다 4~5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잘 보면 호랑이와 엔진이 그려져 있어요. 그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배우에게도 같은 문신이에요. 뭐 전 감독님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죠. ‘서민재와 그 캐릭터의 관계(웃음). 우선 뺑반이 흥행해야 두 사람의 얘기를 볼 수 있는데.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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