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증인’ 정우성, 그의 공감이 이뤄낼 변화의 시작


“발달장애인과의 관계-아버지와의 관계 가슴에 와 닿았다”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2-11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그냥 배우 정우성은 멋진 것에만 국한돼야 하는 것 같았다. 그의 외모가 그것을 말하고 있다. 누가 이견을 달 수 있겠나. 정우성의 외모에서 멋짐을 말하는 것은 그냥 정답일 뿐이다. 다른 답이 없다. 데뷔 초부터 본인도 그걸 알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쓰여져 왔기에 그것이 정답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 나이 40대가 되면서부터 달라진다고 하지 않나. 굳이 40대라고 제한을 두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40대로 선을 긋는 것은 무언가 세상에 대한 달관을 깨우치기 시작하는 지점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정우성도 40대가 넘어가면서부터 그 멋짐 속에서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 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인간미가 자리했다. 언제나 카리스마 있고 멋짐이 폭발하는 정우성이지만 인간미를 장착하면서부턴 공감의 힘을 얻어가기 시작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증인속 정우성의 공감은 그래서 많은 관객들에게 힘을 얻을 듯싶다.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달 말 영화 증인의 언론시사회가 열린 후 며칠 뒤 서울 종로에서 정우성과 만났다. 이젠 중후한 멋까지 맞춤형 수트처럼 몸에 입고 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유쾌함은 언제나 그의 전매특허처럼 멋들어진 머플러를 둘러매듯 걸치고 있었다. 꽤 어렵고 인간미가 넘치고 또 결핍이 가득한 증인속 변호사 양순호와 정우성의 겹은 상당한 거리감을 보였다. 그런데 정우성은 그 거리감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좁혀 버렸다.
 
너무 따뜻한 영화잖아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감이 컸던 영화였어요. 상업 영화 배우로서 규모감이나 흥행 그리고 여러 요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이 영화는 그 모든 걸 다 배제하고 접근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여질까란 두려움도 컸죠. 정말 다른 요소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시나리오, 오직 시나리오 하나였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덮는 순간 해야겠다란 생각만 들었죠.”
 
그는 멋지고 카리스마 넘치고 언제나 스토리 흐름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도 맡아 왔었다. 또한 최근 출연작에선 어둡고 강한 인물들을 주로 소화해 왔다. ‘정우성이란 이름 석자는 언제나 그래야 하는 듯했다. 자신도 어느 순간부턴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단다. 그래서 이번 증인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다고. 계산이 필요 없었다. 그저 일상의 감정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가슴에 와 닿았단다.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게 너무 행복했어요. 연기이지만 연기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장르색이 짙은 작품은 어쩔 수 없이 인물이나 전체 작품을 생각해서 계산과 나름의 디자인이 들어가야 되잖아요. 그런데 증인은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지우(김향기)에게 다가서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면 됐거든요. 특히 아버지(박근형)와의 교감이 너무 좋았죠. 제가 실제 아버지와 경험하지 못한 걸 대리 만족으로 느낄 수 있었거든요.”
 
가장 특별한 점은 일상에서 우리 곁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거리감을 둘 수 밖에 없는 발달장애인과의 소통이었다. 극중 지우는 자펙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소녀다. 정우성은 그런 지우와 소통을 해야만 하는 변호사 순호를 연기했다. 지우에게 접근하는 과정과 방식 그리고 대하는 방법에 대해 조심스러워야 했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시선에선 잘못되고 왜곡된 시선을 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감독님이나 지우를 연기한 향기 그리고 저 모두가 가장 조심했던 지점이에요. 실제 발달장애인 가족 분들에겐 자칫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 평소 장애에 대한 편견은 당연히 없었어요. 다만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인간의 정신과 몸이 위대하다고 느꼈죠. 결핍을 없애기 위해 다른 부분이 극도로 발달하는 걸 알게 됐으니. 발달 장애가 아니라 또 다른 발달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엑스맨의 히어로들도 모두가 발달 장애잖아요. 한 부분이 극대화 된 초능력자들이죠.”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의 눈에 발달 장애는 그렇게 보였다. ‘증인이 가슴 깊게 와 닿은 이유가 그랬다. 사실 무엇보다 정우성을 움직인 증인의 감성은 관계였다. 그가 연기한 순호는 극중에서 모든 인물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를 통해 다양한 모습과 온도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특히나 아버지를 연기한 대선배 박근형과의 호흡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다고. 순호와 아버지의 모습에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단다.
 
아버지와의 일상이 참 뭐랄까. 너무 좋았어요. 사실 우리도 잘 모르고, 그 안에 놓인 당사자들은 전혀 모르잖아요. 부모님의 보이지 않은 사랑을 느끼는 분들이 사실 얼마나 될까요. 제 삼자의 입장이나 시선에서 보면 그게 보이잖아요. 그 관계 속에서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고. 제가 그걸 삼자의 시선으로 보게 되니 참 좋더라고요. 따뜻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 가슴이 많이 남았어요.”
 
대선배 박근형과의 만남이 가슴에 남았다면 지우를 연기한 김향기와의 만남은 꽤 이채로웠다. 무려 17년 전 광고 촬영장에서 만났던 김향기는 당시 3세의 어린 아기였다. 지금은 대학 입학을 앞둔 어엿한 숙녀다. 사실 정우성도 몰랐단다. 김향기와의 관계를 알게 되고 깜짝 놀랐단다. 그동안 작품에서도 만날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향기씨 영화야 많이 봤었죠. 17년 전 광고는 기억이 나요. 그런데 그 현장에서 봤던 아기가 향기씨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웃음). 향기씨도 기억 못하더라고요. 3세 때인데 기억하는 게 이상하죠. 하하하. ‘증인촬영장에서 엄마한테 들었다며 저한테 얘기해 주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너무 놀랐어요. 되게 묘한 느낌이었죠. ‘그 아기가 이렇게 컸다니란 생각에(웃음).”
 
그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고 매번 언급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증인을 통해 발달장애에 대한 편견과 이 영화가 가진 따뜻함이 좋은 기능을 하면 더 없이 바랄 게 없다고 전했다. 매번 상업 영화 배우로서 작은 도전과 시도들을 하지만 그런 모든 행동들이 공인으로서의 자신이 느끼고 있는 무게감을 잘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저한테 비트는 참 의미가 있는 영화였죠. 흥행도 잘됐고. 하지만 그 영화가 당시 그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미친 파장력을 일깨워 준 경험이기도 했어요. 폭력 미화가 많아 저 스스로도 홍보를 많이 지양했었던 작품이고요. 제 스스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저의 작은 결정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준점을 마련해 준 작품이었어요. 그런 결정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작지만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지 않을까 생각되요. 이번 증인도 제가 느낀 따뜻함을 관객 분들도 느끼고 변화의 경험으로 받아들이시길 바랄 뿐이죠.”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정우성은 올해는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변신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예전부터 단편과 뮤직비디오 연출을 경험하며 감독 정우성에 대한 변신을 타진해 온 바 있다.
 
영화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촬영을 끝내고 연출 데뷔를 위한 작품을 준비 중이에요. 올해 감독 정우성으로서 인사를 드리려고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뭐 어떻게 될지는 모르죠(웃음). 영화란 게 그래요.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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